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사필귀정 아니겠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본인의 정치적 행보를 옭아매던 사법리스크를 일부 해소한 이 대표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바로 경북 안동의 산불 현장을 찾는 등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이 대표는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한편으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검찰이,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었겠나"라고 검찰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모여있는데, 사실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산불은 번져 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다"며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좀 되돌아보고 더이상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이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와 함께 마음 모아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개인적 고난은 한 차례 넘겼지만, 산불 피해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떠올리니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이어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께서 뜬 눈으로 밤을 지내고 계신다"며 "지금 안동으로 간다. 피해 주민들에 대한 책임 있고 신속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조기 대선 최대 변수로 꼽혔던 선거법 사건 관련 '사법리스크' 부담을 덜어냈다. 앞서 1심은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 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민주당으로서도 선거 보전 비용 434억원을 반환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바로 안동의 산불 현장으로 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제 좀 크게 보고 넓게 볼 때가 왔다"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해소 이후 민생을 돌보고 정국을 안정화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로 돌아와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주재하고 의원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표는 무죄판결 후 일성에서도 '산불 사태'를 언급했고 곧바로 현장을 찾았다. 이 대표는 오는 27일에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민생·경제 현장간담회를 열어 민생 위기에 대한 목소리를 직접 들을 계획이다. 민생 관련 메시지를 강조해온 이 대표의 대선 행보가 재가동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앞서 '성장'을 강조하는 등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우클릭'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20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 되고, 삼성이 잘 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 산다"며 '친기업' 기조를 부각하는 대선 행보를 본격화 한 바 있다. 또한 민주당의 전통적 기조에서 벗어나 상속세 배우자 공제한도 상향, 대기업 세액공제 확대 등 감세 정책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관련 움직임도 2심 무죄판결 이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에서 검찰의 기존 주장이 뒤집히며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우리는 더 이상 사법탄압과 정치보복이 반복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판결은 끝이 아니라 다시 법과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최상목 권한대행 겸 부총리 탄핵 등 강경하게 정국을 이끌고 나가는 상황에 대한 자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친명계 수도권 중진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제는 정말 겸손하게 민생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국무위원 탄핵 등 문제보다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다수당으로서 주도권을 잡고 작은 것이라도 국민께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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