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으로 인해 피폭된 피해자는 핵무기 확산을 경계하며 현존하는 핵무기도 계속 줄여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한지 올해로 80년을 맞이한 가운데, 16일 히로시마 평화회관에서 한국기자들과 만난 피폭 피해자 다나카 사토시 씨는 핵폭탄으로 인한 피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 단체는 핵폭탄 투하로 인해 피폭을 당한 피해자들의 모임이다.
그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배경에 대해 "세계에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10개국이 넘었다. 세계를 전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와 함께 살고 있다. 핵의 위험성이 어마어마해지면서 우리가 노벨평화상을 받게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나카 씨는 "핵 무기 자체 개발부터 실험, 핵 자체는 다 안 된다는, 전면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우리 주장이 인정받은 것"이라면서도, 일본이 아직도 2017년 유엔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유일한 (핵폭탄) 피폭국인 일본 정부가 이 조약을 외면하고 있다. 그것이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부각 됐는데, 우리는 피폭자로서도 일본 국민으로서도 정말 부끄럽다. 그래서 노벨상을 받아도 기쁨은 절반, 나머지는 한심하고 부끄러운 마음 반이다"라고 말했다.
다나카 씨는 "조약에 참가한 나라가 73개국이나 있는데 일본이 안 들어가 있다. 일본이 정말 평화 국가로서 핵무기 없애는 선두에 서야 하는 입장에 있는 나라인데, 이런 모습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일본 정부에 핵 가진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서 가교가 되는, 적어도 옵저버 자격으로라도 회의에 참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미국 핵무기를 빌리고 있는 입장이다. 이것을 시정하는 게 피폭 80년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나카 씨는 한국 부산에도 피폭자 모임이 있는데 이들 사이에서도 핵무장에 찬성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사용해서는 안 되지만 개발하는 건 '오케이'(OK)라는 생각, 또 한반도 사람들은 일본의 원폭 투하로 전쟁이 끝났으니 원폭은 민족을 해방시켜 준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또 하나는 핵의 위협이 현실적으로 있으니 대항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피폭자 2세 의식조사에 따르면 부모한테 피폭자한테 체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핵무기가 안 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피폭 이야기를 못 들은 많은 사람들은 핵무기 개발에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결과 나왔다"며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실제 피해 상황을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나카 씨는 피폭 문제를 이야기할 때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식민지배를 한 "전쟁 가해자 아니냐"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피폭 운동하는 가운데 일본이 전쟁 책임을 느끼고, 한국을 식민 지배했던 것에 대해 반성을 하고,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배워왔다. 그를 바탕으로 가해 책임도 생각하면서 원폭 피해 문제를 말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연장선에서 그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이 한국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승소했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비판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는 "피폭자들은 그동안 원폭 투하한 미국이 아니라 일본 정부에 대해 국가 보상 하라고 계속 운동해왔다. 그건 충분한 요구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즉 미국에게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그게 올해 과제"라며 "그래서 피폭자가 미국에 대해 얘기하는 거랑 (강제동원 피해자와) 공통된 면이 있다. 한국 징용 문제도 살아 계시는 동안에 조금이라도 보상금이 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나카 씨는 핵무기가 더 이상 확산되면 안 된다며 "핵 보유국이 하나씩 (핵무기를) 줄이는 것을 하지 않으면 북한을 비롯해 핵무기 가진 나라를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핵을 가지고 있으면 안전하다는 사고 방식이 있는 한 핵무기 가진 나라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억지력을 높이려는 각 국가의 현실적 상황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서로 줄일 수 있는지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나카 씨는 "핵 강화만 하면, 세계 종말에 남은 시간이 89초라고 미국 학자가 이야기했다. 위기 의식을 가지지고 했다"며 "NPT(핵확산금지조약)도 기능 안 하고 UN도 전혀 기능을 못한다. 피폭자 목소리 들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다나카 씨는 만 1살 5개월 때 피폭을 당하고 이후 도쿄에서 대학을 나온 뒤 고향인 히로시마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하다 50세 식도암에 걸려 식도를 모두 제거했다. 이후 60세에는 구내암이 발발했는데, 그는 "원폭 영향이라는 것을 반세기 넘어서 알게 됐다. 원인 불명이라고 했던 것이 원폭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개의 암을 수술하고 지금도 병원 다니고 있는데 앞으로 또 어떤 암이 생길지 불안감을 안고 생활하고 있다. 저처럼 어렸을 때 방사능에 영향 받은 사람은 나중에 병이 생기는데 관련 통계 자료가 있다. 제가 전형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대학 재학 당시에는 피폭자를 보는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야 했다. 그는 기숙사에서 다른 친구가 방사능이 전염되지 않냐는 말을 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후 본인이 피폭자라는 점을 더 강력하게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나카 씨는 사회의 차별적 시선에 피폭자라는 것을 숨기고 살다가 신문기자를 하면서 피폭자들을 만나고 핵 문제를 다루면서 관련 운동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피폭 후유증으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다나카 씨는 당시 가족 15명이 피폭당했고 이후 11명이 돌아가셨다면서 "히로시마에서는 14만 명이 즉사했고, 그 후에 돌아가신 피폭자도 많아서 현재까지 히로시마에서는 40만 명, 나가사키에서는 20만 명이 돌아가셨다. 이 숫자를 꼭 기억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그는 "히로시마 피폭자라고 하면 14만 명, 나가사키는 7만 명으로 자주 언급되는데 이건 즉사한 사람들이고 그 후 희생자가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 저처럼 살아남은 피폭자가 11만 명 정도 있다. 국가에서 인증받은 사람이 이정도지만 안 받는 사람은 몇 명인지 알 수 없다. 잠재 피폭자라고 하는데, 새로 신청하는 사람이 끊임없이 있다"고 피폭 실태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80년이 지났는데도 최근 1년에 10명 정도 사람들이 새로 피폭자로 인정 받고 있다. 피폭 2세, 3세, 4세 시대가 됐는데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유전적 영향을 걱정하면서 살고 있다"며 "피폭은 과거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여러분과 우리의 문제이자 현재, 미래까지 계속되는 문제다. 이렇게 방사능이 무섭다"고 강조했다.
다나카 씨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가자에서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북한 병사가 러시아에 가서 죽어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생명은 누가 보장하는 것인가"라며 "생명 보호는 핵무기를 없애는 것과 연결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함께하는 테이블을 만들고, 나중에는 핵무기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핵 군축"을 해야 한다며 "한국, 일본 등이 방위력만 강하게 하는 일반적 전략만 가지면 밝은 미래는 없다. 핵을 한 번에 없앨 수는 없지만, 평화 외교를 하면서 힘을 가지고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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