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총리, 미국 아닌 유럽 먼저 방문…"트럼프 무례한 발언 중단해야" 직격

껄끄러운 미국-캐나다 관계 반영…CNN "캐나다 동맹 재편 고려" 해석도

그동안 전통을 깨고 미국보다 유럽을 먼저 방문한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례한 발언을 하지 않아야 양국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방송 CBC는 카니 총리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무례하고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동맹국들이 캐나다를 더 강력하게 방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냐는 질문에 카니 총리는 "다른 나라에 대한 모든 의견에 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캐나다는 강하고,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답했다.

카니 총리는 이번 영국 및 프랑스 방문이 경제‧안보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산 전투기인 F-35를 구매할지를 재고 중이라면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 17일(현지시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키어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담을 가진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니 총리는 영국과 캐나다 간 관계가 공유된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우리는 세계가 재편되는 역사적 시점에 있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G7을 통해 "세계를 재편"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완벽한 안보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카니 총리는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전반적인 경제 및 안보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미국이 그 대화를 할 준비가 되면, 우리는 충분히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캐나다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우리 두 나라가 같은 렌즈를 통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이 문제를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영국과 캐나다가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친구"라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스타머 총리와 회담 전 영국 국왕 찰스 3세와도 만남을 가졌는데, 방송은 찰스 국왕이 캐나다와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궁전 부지에 붉은 단풍 나무를 심고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하는 등 캐나다를 지지하는 제스처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카니 총리가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영국 중앙은행의 총재를 맡으면서 여러 차례 찰스 국왕과 만남을 가졌다며 "그의 런던 방문은 귀향과도 같다"고 전했다.

▲ 17일(현지시간) 영국 찰스 3세(왼쪽) 국왕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런던 버킹엄 궁전에서 만남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카니 총리는 영국 방문에 앞서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에서 "우리는 점점 불안정하고 위험한 세계에 대처하기 위해 외교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캐나다는 경제 및 지정학적 위기 시대에 가치를 공유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프랑스의 신뢰할 수 있고 믿음직스러운 강력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캐나다와 외교 관계가 "공정한 무역을 위한 개발과 지구 보호" 및 민주주의 수호 등 두 나라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오는 4월 2일로 예정된 캐나다 상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국제 규칙을 존중하는 공정 무역이 모든 사람의 번영에 좋은 일이라고 믿는다"라며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경제와 공급망 통합을 파괴하는 관세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 총리실은 양 정상이 인공지능과 주요 광물 및 청정 에너지 분야를 포함해 더 강력한 보안 및 경제적 유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의를 가졌으며 "규칙에 기반한 자유 무역을 방어"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총리실은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고 중대한 위협에 대한 정보 공유에 초점"을 맞추는 파트너십도 정상 간 발표문에 포함됐다면서 "주요 주제로는 경제적 안보, 폭력적 극단주의, 확산 방지, 간섭, 간첩, 방해 행위 및 첨단 기술과 관련된 위협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방송 CNN은 카니 총리의 이번 순방에 대해 "카니 신임 총리는 캐나다 지도자로서 첫 외국 방문을 미국이 아닌 유럽으로 함으로써 전통을 깨뜨렸다"며 "프랑스와 영국에서 환영받았는데, 이는 캐나다의 남쪽 이웃(미국)과 관계와는 극명하게 대조됐다"고 평가했다.

방송은 "유럽에서 카니 총리가 환영받는 것은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가 현재 최악의 상태에 있는 동안 이뤄졌다"며 "캐나다는 동맹을 재편하는 것을 고려하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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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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