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데 대해 외교부는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여당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이 아니라는 설명으로 보이는데, 보안 관련 문제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17일 외교부는 "미측을 접촉한 결과,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 최하위 단계에 포함시킨 것은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미측은 동 리스트(민감국가)에 등재가 되더라도 한미간 공동연구 등 기술협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며 "정부는 한미 간 과학기술 및 에너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미 정부 관계기관들과 적극 협의 중이며, 동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외교부는 "과거에도 한국이 미 에너지부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되었다가, 미측과의 협의를 통해 제외된 선례도 있다"며 협의를 통한 민감국가 해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앞서 9일 <한겨레>는 한미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 에너지부는 4월15일부터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기로 하고 산하 국립연구소들에 이를 사전 통보하는 등 행정적 준비를 시작했다"며 "미국의 동맹인 한국은 그동안 항상 '비 민감국가'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민감국가 명단으로 분류된다는 공문이 에너지부 산하 연구기관들에 이달 초에 통보되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미 에너지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한국이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에너지부는 이번 조치가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이날 "현재 한국과의 양자간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다. DOE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목록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많은 지정국은 우리가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방지, 비확산 등 다양한 문제에 있어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어 그는 "SCL에 포함됐다고 해서 미국인이나 DOE 직원이 해당 국가를 방문하거나 함께 사업을 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마찬가지로 해당 국가 국민이 DOE를 방문하는 것도 금지되지 않는다. 이러한 방문과 협력은 사전에 내부 검토를 거친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이번 민감국가 지정에 대해 '외교정책상' 문제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미 에너지부가 국가 안보나 테러지원국, 또는 핵 비확산 문제와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등의 이유로 이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힌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에 지정된 이유는 핵 비확산 문제 때문 아니겠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핵을 가지지도 않은 한국이 왜 민감국가에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에 "핵(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핵무장론을 본격적으로 등장시켰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3년 1월 2일 공개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 기획(Joint Planning)-공동 연습(Joint Exercise)'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말하며 한미 양국이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 인터뷰 이후 그해 1월 11일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 보고에서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핵무장 가능성을 이어갔다.
이에 김 의원은 "이후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에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준수한다는 말이 들어갔다. 이건 미국이 한국을 의심해서 핵무기를 이전하거나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고 박아두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바이든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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