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사기꾼' 체코 보도 펄펄뛰던 외교부, 극우·尹 입장 담은 독일 방송엔 무대응

외교부 장관 "영부인 보도는 인신공격성, 방송은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것…이미 상황 종료된 이후에 보고 받았다"

영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에 대한 언론 보도에는 민감하게 대응했던 외교부가 부정선거를 언급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주장이 반영된 독일 언론의 방송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영부인에 대한 보도는 인신공격성 내용이 있고, 독일 공영방송은 국내 정치 상황을 보도한 것이기 때문에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이유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독일 공영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phoenix'(피닉스)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다큐멘터리 <한국 내부-미국, 중국, 그리고 북한>(Inside Südkorea - USA, China und Nordkorea)와 관련, 외교부가 왜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의 질문에 대해 "해당 방송사가 이미 삭제하고 내렸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당시 주 체코 한국 대사관은 김건희 전 대표에 대해 '사기꾼'이라고 규정한 체코 언론에 바로 삭제를 요구했는데, 왜 이 방송에는 대응하지 않는 것이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체코 언론 보도는) 영부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보도고 이건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공영방송의 보도니까 다르다"라며 "타국 정부가 (방송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판단을 다른 나라 언론이나 방송에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고 답했다.

김건희 전 대표는 공직자가 아닌데도 대사관이 나오자마자 삭제 요청을 하고 국격을 훼손시키는 독일 공영방송의 보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이중 잣대' 아니냐는 이 의원의 지적에 조 장관은 "국내 정치 상황 보도와 인신공격성 보도에는 차이가 있다고 답변드렸다"고 말했다.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2월 28일 피닉스에 게재된 다큐멘터리에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군 특수부대가 국회 건물을 침입하는 장면에서 "거리에 탱크는 없다. 사망자나 부상자도 없다. 언론은 통제되지 않았다"며 윤석열 대통령 측의 주장과 유사한 입장으로 당시 상황을 해설했다.

또 전광훈 목사가 "국회의원 중 절반은 부정선거로 당선됐다. 이 조직의 배후에는 중국 해커 집단과 우리 선거 시스템을 방해하는 북한 해커 집단이 있다"고 진술한 내용이 그대로 방송에 반영됐다. 방송은 "야당의 친중국, 친북한 정치인들이 지배하는 사법 카르텔"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방영되지 않았다.

이에 한국 시민사회를 비롯해 독일 내에서도 해당 다큐멘터리의 정식 방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독일 현지시간으로 6일 오전 9시 30분에 방영 예정이던 해당 다큐멘터리는 예정일에 삭제됐고 방송사는 이를 방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방송이 문제가 되는 동안 외교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10일 이재강 의원실에 보낸 답변에서 해당 방송과 관련해 "외교부가 취한 조치는 없다"며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타국 공영 방송 보도 내용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차적 판단이 있었다"는 답을 내놨다.

조 장관은 1차적 판단을 누가 했냐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의 질문에 "현지 공관(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에서 서울(외교부 본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상황 판단이 돼야"했다면서 "1차적 판단은 공관에서 한다"고 답했다.

그는 "방송은 2월이었고 (주독 대한민국) 대사관이 (다큐멘터리를) 알게 된 것은 3월 4일이었다"며 "저희(외교부 본부)가 연락을 받은 것은 3월 6일이었는데 저는 출장 중이었다"며 이미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다른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방송사가 균형을 잃은 보도라고 판단해서 스스로 내리기로 했다고 들었다"며 본인이 보고를 받았을 당시 상황이 이미 종료됐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김건희 전 대표에 대한 체코 언론 보도의 삭제 요청에 대해서는 "잘못된 보도를 내보내는 언론사에 대해 적극 대처하는 것은 재외공관의 업무 중 하나"라며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외교부는 당시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거나 왜곡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 내‧외신을 불문하고 정정 또는 반론 보도 청구 등을 통해 시정 요구 등 대응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락 의원은 "만약 독일 방송이 여당 의원 대다수가 미국 해커 개입으로 부정선거로 당선됐다고 했으면 현지 대사관이나 외교부가 지금처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역지사지해서 문제를 봤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이 이 방송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재강 의원은 "임상범 주독 대사가 전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이었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가까운 사이"라며 "독일 대사관이 방송 제작에 적극 개입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당시 9월 21일(현지시간) 체코 일간지 <블레스크>는 김건희 전 대표에 대해 '사기꾼' 이라고 표현했고, 이에 주체코 한국대사관은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이재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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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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