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승패가 문제 아니다…국가 보존이 시급"

[토론회]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 어디로 가는가?…미국의 구상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날 예정인 가운데,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비롯한 조건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2년 이상 전쟁을 더 끌고 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10일 조국혁신당 김준형 국회의원, 크라스키노포럼, (사)외교광장, (사)유라시아 21이 주최하고 크라스키노포럼, (사)외교광장이 주관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 어디로 가는가?-미국의 구상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이문영 부교수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종전 조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반대, 2014년 이전으로 영토 복귀 불가,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에 미국 참여 불참 등을 꼽았다"며 "이게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해준 것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러시아 입장에서 이건 최소한의 조건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만약 이 세 가지가 보장되지 않으면 전쟁을 안 끝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교수는 "러시아가 이럴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현재 전황이 러시아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 있다. 러시아가 쿠르스크 지역을 3분의2 정도 탈환했고 몇 천 명에 해당하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고립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러시아가 병력이 너무 없어서 북한한테까지 손 벌렸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실제 포탄 생산량을 보면 나토와 미국을 다 합친 것보다 러시아가 3배 더 많이 만들고 있다"며 "전체 국가 예산의 3분의 1을 국방비로 편성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교수는 "경제적으로는 물론 지금 러시아가 물가가 굉장히 올랐고 금리도 거의 20% 정도 된다고 한다"며 "그래서 (전쟁을) 장기적으로 오래 가져갈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년 정도는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 10일 조국혁신당 김준형 국회의원, 크라스키노포럼, (사)외교광장, (사)유라시아 21이 주최하고 크라스키노포럼, (사)외교광장이 주관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 어디로 가는가?-미국의 구상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이문영(맨 오른쪽) 부교수가 발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이재호)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규철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초빙연구원은 "러시아는 지금 상황에서 평화협상이 성사돼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김 초빙연구원은 "평화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더 기회가 생길수도 있고, 더 많은 영토를 획득할 수도 있다"며 "협상이 조기에 성사되지 않으면 러시아의 지속적 공세로 우크라이나의 영토가 추가적으로 상실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는 속전속결을 원하지 않는다. 애초에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가 목표가 아니었고 정권을 친러시아로 바꾸겠다고 한 적도 없다"며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약화시켜 위협이 되지 않는 지역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속전속결과 정반대로 장기적으로 보면서 천천히 우크라이나를 약화시키려는 소위 '소모전' 전략을 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역시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인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상임고문은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고, 스위프트라는 국제 금융 결제망에서 쫓아내고 러시아 외환 보유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3000억 달러의 외환을 동결시키고 가스와 에너지 수출을 막으면 붕괴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 실패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의 해체 내지는 약화를 통한 서구 패권 유지"를 목표로 두고 있었으나 "지금 결과로는 트럼프가 러시아에 대해서 협상하자고 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가 이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문영 부교수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이 문제가 아니고 나라가 없어지게 생겼다"며 "유엔 난민 기구(UNHCR) 통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피난민이 700만 명인데 2022년에는 이 중 70%가 우크라이나로 돌아오겠다고 했으나 2024년의 경우 이 응답은 43%로 내려갔다"고 전했다.

그는 "2024년 우크라이나 인구가 2700만 명 정도고 이 중 노동 가능 인구는 1200만 명에 불과하다"며 "지금 국가, 사람을 보존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가까워지면서 유럽이 미국을 대신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나설 채비를 보이고 있으나, 실제 유럽이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미국 없이 홀로서기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 부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집계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면 러시아가 3.6%로 나타났지만 유럽 주요 국가들은 1%대를 기록했다면서, 유럽의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 집단 안보 체제인 나토와 관련, 이 교수는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들에게 GDP 2%까지는 국방비 책정해라, 아니면 미국은 나가버리겠다고 했는데 미국 혼자 10년 정도 나토 전체 방위비의 65~70%를 부담하고 있었다"며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러시아와 인접한 나라들은 GDP의 3~4% 정도를 부담하지만 캐나다, 이탈리아는 아직도 2%가 되지 않는다"면서 나토에 대한 기여도가 전쟁 이후에도 여전히 국가별로 편차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부교수는 "트럼프 시대를 맞아 유럽이 정말 자기 힘으로 자주국방을 해야 될 필요가 생겼는데, 이같은 상황들 때문에 유럽이 짧은 시간에 미국 없이 홀로 서기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취임 이후 24시간 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관계정상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부교수는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맞이해 러시아의 침략을 규정한 유엔총회 결의안에 미국이 러시아, 북한, 벨라루스, 헝가리와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는 데 주목했다.

이 부교수는 "트럼프는 미국에 네오콘이 해롭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각자 세력권을 인정하는 가운데 자기 영역에서는 가차 없는 패권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미국은 유럽이나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가 돈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2월 지난 18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난 것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정상화 회의"였다면서 △북극항로 협력 △희토류 공급 △천연가스 시장 등 미국이 러시아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여러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 공급 파이프라인인 '노르드 스트림 2'를 살리려고 한다는 데 주목했다. 러우 전쟁 발발 이후인 2022년 9월 해당 파이프라인이 폭발됐는데, 현재 남아있는 하나의 파이프라인을 구매해서 미국 상표를 붙여 러시아 가스를 팔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나오기도 했다.

이 부교수는 "러시아가 공급하는 가스가 전쟁이 발발하면서 유럽에 전해지는 양이 확 줄어들고 그 자리를 미국의 LNG가 치고 들어왔다"며 "그래서 지금 경합을 하고 있는데 미국이 러시아 파이프라인을 사서 유럽 시장에 러시아와 미국이 동시에 빨대를 꼽겠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말 중에 우리가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도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미중러 중심의 비핵화를 해보고 싶다고 하고 국방비 반으로 줄이자고도 했다"며 "이게 그냥 던진 말인지, 노벨 평화상에 대한 욕심 때문인지, 아니면 자기가 생각하는 세계 질서에서 과제로 가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회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트럼프의 이러한 선언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 간 핵 감축이 탄력을 받는다면 낮은 상태의 군사적 균형을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릴 수 있다"며 "핵군축과 군비감축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도록 한국 외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그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중심 체제가 강대국 간 지정학적 대결을 완화시킬 수는 있으나 트럼프는 자신들은 군비 지출을 줄일테니 동맹국은 늘리라는 것"이라며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에서 지역 차원의 지정학적 대결은 더 강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문영 부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갖는 영향력, 또 앞으로 미국에 대한 영향력이 전쟁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진 상황에서 우리가 북미 관계 협력의 페이스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서도, 또 북미 협상에 있어서의 레버리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러시아와 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인규 상임고문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늦게 자본주의 체제에 들어왔고 이후 가장 먼저 독립을 주장한 나라다. 또 지금의 자본주의 세계 체제에서 이른바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루기도 했다"며 "한국이라는 나라가 겪고 있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식민지에서부터 선진국까지한국이 취하는 입장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1일(현지시각)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크렘린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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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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