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며 미국과 광물 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9일 미 방송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및 정보 공유를 중단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뗀 것에 대해 편안하냐는 질문에 "(우크라이나는) 어차피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5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후, 실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날 "(미국의) 군사, 정보 지원 철수는 이미 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F-16 전투기는 레이더 없이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는 우크라이나가 최근 며칠 동안 러시아의 미사일을 격추하지 못한 것은 "주목할 만한" 사안이라면서, 러시아가 미국의 지원 중단을 틈타 전선에서 공세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러한 공격으로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에서 약 1만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포위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지원 중단을 해제할 것이라면서 협상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와 정보 공유 중단을 끝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거의 끝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는 1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계획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고위급 회담에 대해 "이번 주에 많은 진전을 이룰 것으로 믿는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광물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면서 "그들(우크라이나)이 평화를 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아기가 사탕을 받듯이" 미국으로부터 돈을 빼앗았다고 평가하면서, 우크라이나가 "감사하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재차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서 10일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와 만난 이후 11일 우크라이나의 외교 및 군사 대표단이 미국과 고위급회담을 가진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는 우크리아나 측에서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시비하 외교장관,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 파블로 팔리사 대통령실 부실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4월 2일로 예정된 캐나다와 멕시코 일부 상품에 대한 관세가 인상될 수 있다면서, 관세를 한 달 유예한 것은 잠시 중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가 한 달 연기되어 지난 4일 부과 예정이었는데, 5일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관세를 한 달 더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6일 USMCA(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에서 자유 무역 조약이 적용되는 멕시코와 캐나다 상품에 대한 관세를 4월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에서 "(지금은) 4월로 넘어가는 전환기이고 그 이후로는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관세 계획을 계속 변경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고위급 관리들은 이러한 관세 정책에 대해 '무역 전쟁이 아니라 마약 전쟁'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9일 미국 방송 NBC의 <미트더프레스>에 출연해 오는 4월 2일 발효되는 관세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펜타닐을 처리하는 방식에 트럼프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하셋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역시 같은날 미국 방송 ABC의 <디스위크>에서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대해 "우리가 무역 전쟁이 아니라 마약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캐나다와 멕시코가 우리 국경을 넘어 펜타닐을 운송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하는 협상의 일부였고, 그들이 진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에게 부과했던 관세 중 일부를 완화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국 방송 CNN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불법으로 수입된 약물은 전체 불법 수익 약물에 0.2%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하셋 위원장은 캐나다가 펜타닐 수입의 '주요 공급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으로 미국 경기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일을 예측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하는 일은 매우 큰일이기 때문에 전환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환에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경제학자는 CNN에 "트럼프 정부 하에서 발생하는 변화는 전례가 없을 정도"라며 "사람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3개월 안 더 하락하고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기 시작하면 게임 오버"라고 예측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