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충돌 피하려 국회 유리창 깨"…최후진술도 '계엄 변명'

"평화적 계엄이 내란이냐…야당은 북한‧중국‧러시아 편"

윤석열 대통령의 25일 탄핵심판 최종 의견 진술은 12.3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변해온 기존 입장을 총망라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

또 "12.3 비상계엄 선포는 이 나라가 지금 망국적 위기 상황에 처해있음을 선언하는 것이고,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함께 나서 달라는 절박한 호소"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개인을 위한 선택은 결코 아니었다"며 "저 개인의 삶만 생각한다면 정치적 반대 세력의 거센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비상계엄을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사당 내부로 진입시킨 계엄군의 행위에 대해선 "본관까지 들어간 병력은 겨우 15명"이라며 "15명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이유도 자신들의 근무 위치가 본관인데 입구를 시민들이 막고 있어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불 꺼진 창문을 찾아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병력을 실무장하지 않은 상태로 투입함으로써 군의 임무를 경비와 질서 유지로 확실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했다.

또 계엄 선포가 장기집권 포석이라는 의심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장기독재를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 체포 지시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의원들을 체포하고 끌어내서 계엄 해제를 늦추거나 막는다 한들, 온 국민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그 다음에 뭘 어떻게 하겠냐"며 "극소수 병력을 투입해 놓고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끌어내라는 게 말이 되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았으니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는데,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았으면 더 이상 못 들어가게 막아야지 끌어낸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12.3 계엄은 발령부터 해제까지 역사상 가장 빨리 종결된 계엄"이라며 "겨우 몇 시간 평화적으로 진행된 계엄을 내란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조차 절차적 흠결을 지적한 계엄 국무회의의 위법성에 대해서도 그는 "의사정족수 충족 이후 국무회의 시간은 5분이었지만 그 전에 이미 충분히 논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주도한 야당과 반북·혐중 정서를 연결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비난에 발언시간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고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거대 야당의 주장은 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략적인 선동 공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배경을 "전시‧사변에 못지않은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저는 판단한다"면서 "북한을 비롯한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들과 우리 사회 내부의 반국가세력이 연계해 국가안보와 계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거대 야당은 민노총을 옹호하기 바쁘고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에 이어 국가보안법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다. 경찰의 대공수사에 쓰이는 특활비마저 전액 삭감해서 0원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거대 야당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 편이 아니라 북한, 중국 러시아의 편에 서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거대 야당은 자신들의 당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들도 줄줄이 탄핵하고, 서울중앙지검장까지 탄핵했다"면서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고 야당 대표의 범죄를 심판할 판사들까지 압박하기 위한 방탄 탄핵"이리고 했다.

그는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 예산삭감 등을 계엄 선포 이유로 장황하게 주장하며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리고 국민들께서 매서운 감시와 비판으로 이들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자 했다"고 했다.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의혹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며 "이런 조치들의 어떤 부분이 내란이고 범죄라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목적이 망국적 위기 상황을 알리고 헌법제정권력인 주권자들께서 나서주시기를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이것만으로도 비상계엄의 목적을 상당 부분 이루었다"며 극우층의 지지 시위에 호응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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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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