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변론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에서 '윤 대통령이 최후변론을 통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친한계 등 당내 비주류가 아니라, 당 지도부와 친윤계에서 나온 목소리라는 점이 주목된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국민의힘이 중도층 여론을 의식, 윤 대통령과 밀착해온 행보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관측이 있는 가운데여서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최후변론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기를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국민들에게 커다란 불편과 정국 불안정을 가져온 점에 대해 대국민 사과 내지 진솔한 심정이 들어가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친윤계 좌장으로 꼽히던 권 원내대표는 "탄핵 선고로 인해 나라가 분열되지 않고 통합이 돼야 된다는 부분이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그 외에 자세한 점은 대통령께서 알아서 잘 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권 원내대표는 다만 "윤석열 정부를 창출하는 데 함께했던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 최종변론을 방청하러 오후에 (헌재에)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 원내지도부 일원인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도 이날 아침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계엄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점은 사과를 해야 된다"며 "두 번째는 '나의 모든 책임이다.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조사받고 있는데 이 분들은 명령에 의해 따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고 이런 부분은 장수로서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 이런 메시지가 과감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원내수석대변인은 또 "시대정신에 맞게끔 국민통합 메시지를 하나 내줬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만약 작년 12.12 담화처럼 강성 메시지가 나올 경우) 당으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대다수 국민들이 현재 탄핵 인용을 해야 된다고 하는 의견이 좀 많이 나오는 편이지 않느냐"고 하기도 했다. 김 수석대변인 역시 친윤계로, 과거 '윤핵관'으로 불렸던 장제원 전 의원 지역구를 물려받아 22대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이다.
당 소속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경기 김포시청을 방문한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아마 계엄의 불가피성 등을 언급하실 것 같은데, 바라건대 오늘은 국민통합의 메시지가 좀 담겼으면 한다"며 "지금까지 계엄과 관련해서 많은 국론 분열이 있었다. 이제 결자해지 차원에서 국민 화합을 도모하는 당부 말씀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 일원인 김용태 비대위원도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통합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비상계엄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혼란스러웠고, 두려웠고, 피해를 입었고,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이 그동안 쌓아올린 외교자산이나 경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씀을 하시는 것이 대통령다운 메시지 아닐까"라고 했다.
이는 친한(親한동훈)계 등 당 비주류의 목소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후변론에서 본인의 방어권 차원에서 여러 얘기를 많이 하시겠지만 어쨌든 비상계엄으로 인해서 많은 국민들께 아픔과 혼돈을 준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제발 두 가지는 좀 들어갔으면 좋겠다. 하나는 계엄에 대한 진솔한 사과, 두 번째로는 '헌재 결과에 따르겠다'는 통합의 메시지"라고 했다.
권영세는 '노 코멘트'…나경원·윤상현 등 강경파 목소리도 여전
다만 당 대표 격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같은 목소리와는 거리를 뒀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SBS-TV <뉴스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현 심경에 대해 "착잡하고 답답하다"며 "근로자 한 명을 해고하는 데도 신중해야 하는데, 헌재 탄핵심판은 대통령을 파면하느냐 마느냐를 불과 10여 번의 재판만에 결론을 낸다는 부분에 대해 매우 불편하고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특히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 등 당 지도부에서도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데 대해 "제가 승인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최후변론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하는 게 적절하지 않고, 변호인들과 윤 대통령 본인이 깊은 고민 끝에 준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국민들과 헌법재판관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는 내용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탄핵 가결을 전제로 한 이후 정국 전망에 대한 질문에 "인용 쪽으로만 얘기를 하시는데,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내려질지 알 수 없다", "어느 한 쪽을 전제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불편한 심경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당내 일각에서 조기 대선에 대비하는 물밑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적절치 않다.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의를 주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또 보수진영에서 탄핵심판 막판 공수처의 '영장 쇼핑' 주장을 다시금 들고나온 데 대해서도 "저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이 법원에서 나오는 영장이 다른 법원에 가도 나오느냐'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승민 전 의원 등이 현 지도부와 주류를 겨냥해 '극우화되고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그는 "유 전 의원 등이 내부에서 말하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안쓰럽고 한편으로는 걱정스럽다"며 "우리 정체성이 바뀐 적 없다. 유 전 의원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때와 거의 변한 게 없고 오히려 중도로 가려고 노력하는데 '집 비워두고 오른쪽으로 갔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 관저 앞으로 찾아가거나, 구치소로 면회를 가기도 했던 나경원, 윤상현 등도 이날 SNS에 "(헌재가) 각하하는 결정을 해 주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윤 대통령을 지원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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