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윤석열의 대선 승리, '정의당 책임론'에 대한 반론

[기고] 이재명의 '중도보수 선언'…정의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선명했다

헌법재판소가 25일을 윤석열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앞으로 2~3주 내에 대통령 윤석열이 파면될 것이라는 뜻이다. 파면 후에는 60일 이내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이처럼 조기 대선의 윤곽이 잡히자 주요 정치인들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정의당을 이리저리 불러내는 일이 늘고 있다. 정의당 대표로서 이에 회신을 보낸다.

이재명 대표의'중도보수 선언'으로 사회적 약자들 삶 밀려날까 우려돼

먼저 가장 최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 보수'라며, 정의당이 '진보정당'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관해서는 다행과 우려가 공존한다. 한국 정치지형의 이름이 바르게 붙여진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정당이 노동자와 서민, 사회적 소수자가 아니라 기업과 부자·중산층을 위한 정책으로 돌아서겠다는 선언이기에 우려가 매우 크다.

정의당은 2017년 19대 대선에서 "노동이 당당한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노동'이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전면화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감격해했다. 민주노동당부터 이어진 20년의 진보정치 덕분에 노동, 복지, 평등, 분배의 언어가 시민권을 부여받고 국회와 정치의 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정치의 장에서 노동자, 세입자, 장애인, 성소수자 등 소외된 이들을 끊임없이 호명하는 진보정당이 있었기에 그간 민주당도 진보 정책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제 노동, 복지, 평등, 분배를 지우는 대신 '친기업'과 '성장 만능론'으로 퇴행하고 있다. 그것이 어떤 정치공학적 판단의 결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대표가 진짜 중도보수인지 아닌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대표의 발언에 정의당은 노동자, 서민, 사회적 약자의 삶을 책임지는 진보정당으로서 역할을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끼고 있다. 특히 정의당이 원외로 밀려나자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의당이 반드시 되살아나야 한다는 절박한 다짐을 해본다.

사실과 맥락이 왜곡돼 제기된 '정의당 책임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정의당을 언급했다. 안타깝게도 두 사람의 발언은 가장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틀렸거나 맥락을 왜곡했고, 또 이른바 '연합정치'에 대하여 동의하기 어려운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기본적 사실확인도 소홀히 하며 자기 편리한 대로 정의당을 언급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정의당 노회찬·심상전 전 의원에게 내각 참여를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 전 지사 발언 직후 정의당에서 곧장 정정자료를 냈고, 김 전 지사는 하루 만에 사실을 바로잡고 사과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1월 2일과 지난 2월 16일 두 차례나 정의당을 언급했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1월 글에서는 심 전 의원이 20대 대선 선거운동 당시 출연한 영상에서 한 발언을 맥락을 지우고 왜곡 인용하며 그것이 "정의당의 몰락을 상징하는 순간이었다"라고 썼다. 그때도 정의당에서는 공식적으로 정정 보도자료를 냈다.

"청년의 삶을 낫게 하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라는 것이 그 발언("윤석열이 되면 왜 안 된다고 생각하세요?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 차악의 선택을 한다, 그렇게 돼서 지금 우리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나")의 정확한 취지다. 해당 보도자료에 전후 맥락을 모두 밝혀두었다.

조 전 대표가 <한겨레>에 기고한 2월 글에서는 다가올 조기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어낸 세력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면서, "이재명-심상정 단일화 무산으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다"라고 썼다. 민주당은 20대 대선에서 정의당에 단일화를 제안한 적이 없다. 제안조차 없었던 단일화를 '무산'되었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사실 왜곡이다.

사실과 맥락을 왜곡한 두 사람의 발언은 지난 대선에 대한 '정의당 책임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의 사회개혁이 지지부진했던 원인을 '연정 실패'로 돌리면서 '문재인 정부가 제안했지만 정의당이 받지 않았다'는 식으로 거짓을 이야기했고, 조 전 대표는 정의당이 '알아서 꿇지 않아서' 윤석열이 당선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승자의 권한은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다 가져가고, 실패의 책임은 소수정당인 정의당에 모두 전가하는 비겁한 태도다.

윤석열 당선은 정의당에게도 뼈아픈 결과였다. 지난 대선은 민주당만의 패배가 아니라 정의당의 패배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 '국가의 왼손'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거대정당의 승리를 위해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이재명 대표가 최근에야 인정했듯이 정의당의 관점에서 민주당은 보수정당이다. 부자감세·노동시간 규제 완화·친원전 등 대놓고 '우클릭'을 반복하는 지금도 그렇고, 2022년 대선 당시에도 정의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선명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을 가진 서로 다른 정당이 각자 출마하는 것이 문제라면 정당은 무엇이고 선거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정의당은 광장을 닮은 정치를 꿈꾼다

김 전 지사는 '한국형 연정'을 얘기했고, 조 전 대표는 '연합정치'를 강조했다. 양당체제 속에서 사퇴론과 사표론을 버티며 20년간 제3정당의 자리를 지켜온 정의당은 '다당제 연합정치'를 늘 염원해왔다.

연합정치는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서로 다른 정당 간 정책연합도 가능하고, 정세에 따라 필요하다면 단일화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일방적으로 패권을 휘두르는 방식이라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정당 간의 차이를 존중하고, 국민의 지지만큼 정책과 권력을 분점함으로써, 다양한 시민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가 다당제 연합정치의 본질이다.

이는 거대양당의 선의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양당의 패권을 제어하고 소수당의 몫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정의당은 비례대표제를 완전하게 만들기 위한 선거제 개혁에 결사적으로 임했고, 여기에 결선투표제와 교섭단체 완화 등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17년 촛불시민은 박근혜 대통령을 몰아냈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촛불시민이 원한 개혁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41%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가 연합정치를 거부하면서 80%의 촛불 민심을 제대로 받아안지 못한 탓에 개혁의 동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탄핵되면 내 삶이 달라지나"라고 물었던 청년에게 우리 모두는 빚이 있다.

이번에야말로 대통령 교체를 넘어 정치교체, 사회대전환, 내 삶의 변화를 위한 다당제 연합정치가 제대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다양한 시민을 대변하는 다양한 정당이 응원봉처럼 색색으로 빛나는, 광장을 닮은 정치, 광장을 닮은 국회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의당은 계엄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광장에 나가고 있다. 계엄 당일 국회 앞, 남태령 대첩, 한남동에서의 3박 4일 윤석열 체포 투쟁, 광화문 범시민대회,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등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다.

광장은 윤석열 파면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회대개혁을 이야기한다. 광장 시민들의 외침은 언제나 다양성과 '함께 사는 세상'을 요구하고 있다. 간식과 핫팩을 아낌없이 나누고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나가는 시민들의 연대와 상호돌봄은 광장을 안전한 공동체로 만들어냈다. 사회적 소수자들은 그 공동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거리낌없이 드러낸다. 광장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앞서 보여주고 있다.

정의당은 진보정치 20년을 지켜왔다. 이제 다시 20년을 내다보고 광장 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바꿔나가고자 한다. 조기대선을 넘어 사회대개혁으로 전진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정수호'를 넘어 '개헌'을 이야기해야 한다. 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담은 개헌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계획을 조만간 발표하겠다. 뜻있는 전문가와 활동가, 그리고 정치인과 정치세력들, 무엇보다 광장의 시민들이 개헌과 사회대개혁에 함께 해주실 것을 제안드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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