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로 일하며 자연히 노동 문제에 눈이 갔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음하는 노동자들,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들, 부조리한 원하청 구조로 착취당하지만 노조법으로 해결하지 못해 투쟁하는 노동자들…. 그러나 할 수 있는 연대는 별로 없었다. 회사 일로 시간 내기 어려웠고, 큰 돈을 벌어 연대후원을 '턱턱' 할 수도 없었다. 은근한 부채감이 쌓여만 갔다.
부채감을 조그만 행동들로 상쇄해 보려 했다. 노동절에 거리 나가기, 아리셀 참사 희망버스 타기…. 학생운동도, 노동운동도 해본 적 없는 나에겐 새롭고도 의아한 세계였다. 돈도 안 되고 시간만 써야 하는 그곳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도 제대로 모르는 새내기를 배척하지도 않았다. 노조하는 사람들, 노조와 연대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밖에 없었다. 부채감으로 시작한 활동들로 어느새 그들에 연루되어 있었다. 노조를 할 수 있다면, 나 같은 사람들도 할 수 있는 그런 노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노무사로 일하며 만났던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 싸웠다. 식당 사장의 갑질과 임금체불로 퇴사하고 찾아온 A씨, 병원에서 당직 근무를 밥 먹듯 해도 임금을 못 받았던 B씨,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판정받았지만 돌아가길 포기했던 사진사 C씨. 당사자 대부분은 임금체불을 당해도 퇴사 때까지 참거나, 부당해고로 인정돼도 돌아갔을 때 핍박받을 현실에 복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A, B, C가 수두룩했다. 그런 사람들은 노조가 없었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3%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대기업과 공공기관 노동자 중심이었기 때문에 사업장 규모가 작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노조는 허울에 불과했다.
그런데 노조가 있는 사람들은 달랐다. 부당한 임금 착취, 해고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했고, 판정 결과로 잘못이 온전히 시정됐다. 자연스럽게 누구나 노조가 필요하단 생각을 했다. 누구나 쉽게 가입할 수 있는 노조여야 했다. 그런 노조는 어떤 사업장에서 일해도 가입할 수 있어야 했다.
온라인노조는 직장갑질119가 7년을 고민하여 출범했다. 지난해 초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추진 공지를 본 노동활동가, 변호사, 노무사들이 모였다. 11명이 모인 첫 회의를 시작으로 겨울, 봄, 여름, 가을이 지나도록 회의를 했다. 어떤 땐 설립될 노조에 희망이 가득 찼다가도 또 어떤 땐 깊은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몇 가지 목적은 분명했다. 기업을 넘어 업종별·직종별 노조가 되자는 것, 업종·직종 전체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넘어 교섭해야 한다는 것,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도 노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뚜렷한 방향을 놓고 목소리를 모았다. 그런 생각에 동의하는 사회복지종사자와 한국어교원이 문을 두드렸다. 결국 같이 모여 노조를 출범시켰다. 온라인노조는 많은 사람들의 오랜 고민이 녹아 있는 노조다.
그러니 준비되어 있는 온라인노조에 연루되어 보자. 온라인노조 조합원이 되어 다른 조합원들과 고충을 토로하고, 어려움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위해 행동하고, 온라인노조가 뒤에 있다는 믿음으로 회사에 당당히 맞서보자. 그렇게 A, B, C가 없는 사회를 만들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산재로, 부조리한 사회구조로 착취당하는 노동자가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보자. 온라인노조는 준비되어 있다. 연루되어 보자, 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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