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후 처음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확고한 약속"이라는 입장을 확인한 가운데, 그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역량을 포함한 모든 억제력을 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새로운 계획사업들"을 언급하며 "핵무력 고도화 방침을 재천명했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8일 북한 인민군 창건 기념일을 맞아 국방성을 축하 방문한 자리에서 한 연설에서 "핵역량을 포함한 모든 억제력을 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새로운 계획사업들"을 언급하며 "핵무력을 더욱 고도화해 나갈 확고부동한 방침을 재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가 9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워싱턴 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양국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확고한 공약을 재확인했다"며 "한미일 삼자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 비핵화'를 처음으로 공식 언급한 것이다.
북한은 앞서 전날인 8일자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통해서도, 나토와 EU를 겨냥한 형식으로 "우리를 놓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앙탈질을 부리면서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기타 모든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페기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망발을 늘어놓았다"며 이는 "낡은 축음기의 고장난 소리판에서 나는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북한은 "다시 한 번 명백히 말해두지만 우리의 핵은 그 누구의 인정이나 받기 위한 광고물이 아니며, 몇 푼의 돈으로 맞바꿀 흥정물은 더욱 아니다", "우리 국가의 핵무력은 나라의 자주권과 인민의 안전을 침해하고 지역의 평화를 위협하는 적대세력들의 그 어떤 침략기도도 원점부터 신속하게 도려내기 위한 불변의 실전용"이라고 주장했다.
김 국무위원장은 국방성 방문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시리아 내전 등 지구·지역적 정세 변화를 언급하며 "그 어떤 가변적인 안전형세에도 주동적으로 대처할수 있도록 공화국 무력의 임전대응 태세를 더욱 고도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은 전했다.
먼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 상시 전개되고있는 미국의 핵전략수단과, 실전 수준에서 벌어지는 미국 주도의 쌍무 및 다자적 핵전쟁 모의연습, 미국의 지역 군사블럭 각본에 따라 구축된 미일한 3자 군사동맹 체제와 그를 기축으로 하는 '아시아판 나토'의 형성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불균형을 초래하고 새로운 격돌구도를 만드는 근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환경에 엄중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힘의 우위를 숭상하는 자들에게는 오직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해주는 것이 정답"이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지역정세의 불필요한 긴장 격화를 바라지 않지만, 새 전쟁 발발을 막고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안전을 담보하려는 지향으로 지역의 군사적 균형 보장을 위한 지속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핵역량을 포함한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사업", "핵무력 고도화" 등의 언급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김 위원장은 또 "훈련 혁명"을 주문하며 "올해를 훈련의 해로 되게 할 데 대해서와 전쟁준비를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보다 철저히 갖출 데 대한 문제" 등의 과업을 제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보도했다. 훈련이라는 명목 하에 특히 남북접경지역에서 북한군의 활동이 활발해질 경우 한국의 대북 안보에 우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당국은 9일자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에서 "한국에서 새해에 들어와 첫달부터 광란적으로 감행된 군사적 도발행위들은 우리 국가가 어떠한 적과 마주하고 있으며 일순간의 방심도 얼마나 위험천만한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주는 계기"라며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달 하순 진행된 한미 연합 공군 훈련인 쌍매훈련과 육해군의 혹한기 훈련 등을 언급하며 "화약내를 피우며 지역 공기를 흐려놓았다", "전쟁연습", "우리에 대한 불의적 기습을 노린 연합특수전훈련" 등으로 비난하고는 "간과할 수 없는것은 이런 전쟁놀이가 닭장 안 닭싸움과 같은 치열한 권력쟁탈전으로 정국이 혼란되고 모든 것이 난장판이 된 무법천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김 위원장의 언급도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국방성 연설에서 "세인의 커다란 우려 속에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비극적 상황을 부추기는 전쟁기계의 막후 중심에는 일극패권 수립 야망에 환각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의 파괴자라는 고정직함을 달고 다니는 미국이라는 실체가 있다"며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려는 실현 불가능한 망상으로부터 전쟁의 장기화를 의도적으로 조장시키는 미국과 서방집단의 무모한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조로(북한-러시아) 사이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정신에 부합되게 자기의 주권과 안전, 영토완정을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 군대와 인민의 정의의 위업을 변함없이 지지·성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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