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동학살' 이스라엘 지지한 배우가 아동권리기구 홍보대사?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비판 일자 '몰래' 계약 종료… "이스라엘 지지 확인 못했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비구(NGO)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지부가 팔레스타인 아동을 대량 학살한 이스라엘을 지지한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가 비판을 받고 조용히 계약을 종료했다. 위촉 당시에는 홍보물을 배포했지만 계약 종료는 일부 후원인에 한해서만 관련 사실을 알려 잘못을 감추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는 7일 <프레시안>에 "우리 기관의 정치적 중립과 지향하는 가치를 존중하고 논란과 오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지난 4일 마이클 리와 홍보대사 활동종료를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6일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는 서울 마포구 본부에서 위촉식을 열고 한국계 미국인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마이클 리는 당시 "아동을 구하기 위해서는 아동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며 "잠재력을 발휘하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아동을 보호하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자 및 일부 시민들은 그를 아동권리기구의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기관에 홍보대사 해촉을 요구했다. 일부 후원자들은 기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후원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지난달 6일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가 홍보대사로 위촉한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가 과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이스라엘 지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이들이 마이클 리의 홍보대사 위촉을 강력하게 반대한 이유는 그가 과거 대규모 아동학살을 자행한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마이클 리는 지난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을 지지한다(I STAND WITH ISRAEL)는 문구가 들어간 사진을 게시한 바 있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에서 장기간 아동학살을 벌여 인권기구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 점령군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팔레스타인 아동을 8700명 이상 살해했으며, 지난해 6월 유엔 사무국은 아동 인권 보호 관련 국제규범 위반자 명단에 이스라엘군을 하마스와 함께 추가했다.

지난해 8월 가자지구 보건부는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1만6500명이 넘는 아동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같은해 10월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전쟁 발발 이후 1년 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여성과 아동의 수가 지난 20년간 다른 모든 분쟁의 희생자 수보다 더 많다는 분석 결과를 냈다.

마이클 리는 홍보대사 위촉 전에도 이와 관련해 한 차례 대중의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8월 X(옛 트위터) 이용자들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마이클 리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이스라엘 지지 이력을 비판했다. 당시 X에는 '#마이클리하차해'라는 해시태그가 실시간 트렌드에 올라갔으며 여러 언론이 이 과정을 보도한 바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는 그가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사실, 그로 인해 한 차례 비판을 받았던 사실 모두 모르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관계자는 <프레시안>에 "홍보대사 위촉 전 주요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검토 과정을 거쳤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해당 게시물과 관련한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자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는 마이클 리의 홍보대사 활동 계약을 종료하고 민원을 제기한 일부 후원자들에게만 해당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후원자들은 '홍보대사 위촉 당시에는 보도자료 배포 등의 방식으로 소식을 알렸으면서 활동종료 소식은 공개하지 않느냐'며 SNS 등에 관련 내용을 공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세이브더칠드런은 마이클 리와 관련한 공지 및 사과문을 따로 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관계자는 <프레시안>에 "홍보대사 위촉 과정에 철저한 검증 절차를 도입하는 등 내부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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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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