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유의 협상 전략을 우크라이나에도 적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를 미국의 지원과 맞바꾸자고 제안했는데, 실제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채굴이 가능할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와 거래하려고 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희토류 광물 등으로 확보할 것"이라며 이러한 거래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에는 리튬, 우라늄, 티타늄 등 희토류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나온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최근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새 정부에 어필할 방법을 모색하면서 우크라이나 방어가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미국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중요한 광물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실제 우크라이나의 한 고위 관리는 이날 희토류 광물 거래에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이 관리는 미국이 "충분한 안보 보장"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을 두고 외교적 문제도 '거래'적 관점으로 다루는 그의 특유의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미국) 정부가 전 세계적으로 외국 개발 지원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의 많은 인도주의 단체가 운영을 중단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대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며 무상지원을 대체하는 '거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제공한 미국의 군사 지원이 최근 외국 원조 동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수십억 달러 상당의 무기와 기타 장비를 이 나라에 계속 보내는 데 주저했고 이는 미국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희토류 광물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교환하겠다는 제안은 여러 면에서 그가 집권한 이후 추진해 온 '거래적' 외교 정책 전략과 일치한다"며 "그는 미국의 경제적 힘을 활용하여 콜롬비아와 멕시코를 포함한 동맹국에 압력을 가해 자신의 요구에 동의하거나 적어도 협상에 나서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실제 우크라이나의 희토류가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 당국은 (자국에) 20개 이상의 중요한 희토류 광물이 매장돼 있다고 보고, 일부 컨설팅 회사는 이를 수조 달러 가치로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매장된 다량의 희토류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이에 따라 실제 가치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전했다.
신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진출하면서 매장된 희토류를 통제할 수 있는 영향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 군은 현재 우크라이나 남동부인 도네츠크 지역의 주요 리튬 매장지에서 7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서 희토류를 채굴해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는 법적 절차를 거치는 것도 원활하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신문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은 워싱턴에서 미국 사업가들과 만나 중요 광물에 대한 생산 허가를 직접 취득하거나 기존 허가 보유자와 파트너십을 통해 취득하는 것을 포함한 잠재적인 사업 거래를 제안했다"며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거래를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기업 리더와 의원들은 국가의 중요 광물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아직 많은 탐사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며 "행정 및 입법적 장애물은 여전히 이 부문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방문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뤘다"면서 러시아 측과 회담을 계획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아직 미국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이 미국과 소통에 열려 있지만, 워싱턴으로부터 이에 대한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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