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0 출범 이후 한국 언론이 지레 겁먹는 두 가지

[최재천의 책갈피] <초예측 트럼프 2.0 새로운 시대> 유발 하라리 외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지금까지 딱 한 차례의 '전략 대화'가 있었다. 노무현 (행)정부 시절인 2006년 1월 19일이다. 당시 반기문 외교부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제1차 한미전략대화를 개최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의 필요성을 존중"하기로 합의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 것이다. 다시 풀자면, 주한미군은 더 이상 붙박이의 '대북 억지력'이 아니라 언제라도 동북아 정세에 따라 평택기지를 들락거리는, 그리하여 유연한 '동북아 신속기동군'이 된 것이다.

당시 19대 국회의원으로 일했던 나의 주장은 세 가지였다. 첫째,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라. 둘째, 방위비 분담금을 재조정하라. 셋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라. 지금보다 더했을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에서, 그리고 중국의 부상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당시의 상황에서, 동조하는 이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은 침묵하거나 거의 대부분은 격렬하게 나를 비판하는 쪽이었다. 마치 '국익을 침해'한 것처럼. 당시 겪었던 일들은 먼 훗날 기록에 남길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사적인?)옛날 이야기냐고.

트럼프 행정부 이후 한국 언론이 지레 겁먹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관세 폭탄. 둘은, 방위비 폭탄이다. 여기에 대한 내 논리는 간단하다. 관세 폭탄은 아무래도 보편적일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거의 모든 나라가 대부분 겪고 있다. 둘째, 방위비 폭탄은 2006년 1월 19일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 문건으로 대응하면 된다. 주한미군의 성격이 바뀌었다. 우리가 왜 돈을 다 대야 하느냐. 어쩌면 또 극우반동들은 '미군 철수'를 획책하는 것 아니냐며 비난할 것 같기도 하고.

일본의 저널리스트 오노 가즈모토가 2024년 "당선될 것을 전제로" 유발 하라리, 폴 댄스(프로젝트 2025 총책임자), 자크 아탈리 등을 인터뷰한 <초예측 트럼프 2.0 새로운 시대>를 내놓았다. 한국에는 12월 30일 번역 발간됐다.

더 이상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하지 않다. 2.0 시대라서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트럼프에 대한 정보는 넘친다. 정보와 참모들을 분석하면 된다.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이제는 예측 가능한 정치인이다.

일본은 여러 각도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여온 것 같다. 우리는 호루라기 소리만 높았던 건 아닌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으니 이 책의 시대적 효용은 다한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트럼프 2.0 시대에 대한 '모범적' 교과서다. 추천한다.

▲<초예측 트럼프 2.0 새로운 시대> 유발 하라리 , 폴 크루그먼 , 짐 로저스 , 폴 댄스 , 이안 브래머 , 제프리 삭스 , 존 볼튼 , 자크 아탈리 글 · 이정미 번역 · 오노 가즈모토 엮음 ⓒ한스미디어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