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충암고 동창 주중대사, 후임자 없는데 자리 떠나…외교 공백 초래

최상목 권한대행, 재외공관장 임명장 수여…김대기·방문규 등 특임공관장 빠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외교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중 대사로 내정됐던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직도 부임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임인 정재호 주중대사는 자리를 떠났다. 대중 외교가 중요한 시점에 공직자로서 무책임한 처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재외공관장 12명의 임명장 수여식을 가졌다. 여기에 주중대사로 내정됐던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 일본, 러시아와 함께 한반도 주위의 소위 '4강' 국가 중 하나로, 외교가에서 이들 국가에 부임하는 대사는 '4강' 대사로 불린다. 이들 나라에는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특임공관장' 으로 임명된다.

정재호 주중국대사 역시 직업 공무원이 아닌 학자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충암고등학교 동기다. 정 대사는 재임 중 갑질 및 폭언 의혹이 나오기도 했고 중국과 외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정 대사가 후임자로 내정된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직 임명절차를 밟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27일 이임해버렸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 외교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경우 신임 대사 임명이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다음 대사가 부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대사처럼 이임하는 관례가 기존에도 있었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김 대사가 이번 공관장 임명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이 당국자는 "4강 공관장의 경우 외교부 공관장 직위 중에 가장 중요성이 있고 정무적 함의가 커서 그 부분의 고려가 필요하다. 좀 더 면밀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검토 중"이라고 말해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에 따른 영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주중국대사를 오래 비워두면 안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당국자는 "(대사 대리를 하는) 정무공사가 이미 (중국 내에서) 공관장을 역임한 분이다. 한중관계 관리에 큰 무리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주중국대사 임명이 다음번 공관장 인사에서 같이 이뤄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다음 정기 공관장 인사인) 춘계 인사와는 별도"라며 "주중대사는 계속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춘계 인사 전에 결정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과 함께 특임공관장으로 주인도네시아대사로 내정됐던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이번 공관장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방 내정자에 대해서도 김 전 실장처럼 검토가 이뤄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전문성 측면에서 충분히 검증된 분이라고 판단한다. 그런 점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 정재호 주중국 대사가 지난해 4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2024년 재외 공관장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신설되는 공관의 공관장도 임명됐다. 초대 주쿠바 대사로는 이호열 주멕시코 공사가 임명됐다. 주쿠바 한국대사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공식 개관했다.

역시 신설 공관인 주슬로베니아 대사에는 배일영 전 정보관리기획관이 임명됐다. 이번에 대사관으로 승격된 주조지아 대사에는 김현두 주필리핀 공사참사관이 임명됐다.

이밖에 주라트비아 대사에는 김종한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인도-태평양 연구부장, 주불가리아 대사에는 김동배 아세안 국장, 주세르비아 대사에는 김형태 주우크라이나 대사, 주엘살바도르 대사에는 곽태열 충청북도 국제관계대사, 주우크라이나 대사에는 박기창 주러시아 공사, 주이탈리아 대사에는 김준구 주미국 정무공사, 주케냐 대사에는 강형식 전 주밀라노 총영사, 주파나마 대사에는 한병진 국립외교원 경력 교수가 각각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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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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