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포함 10대 일간지, 국민의힘 '1.19 폭동' 대응 일제 비판

조선 "경솔·위험한 선동", 동아 "제정신인가", 문화 "책임 무겁다"

내란수괴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을 폭력 침탈한 1.19 법원 폭동 사태에 대해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과 관련, 10대 종합일간지 모두가 사설·칼럼·분석기사 등을 통해 일제히 강한 비판을 내놨다.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성향 일간지도 예외가 없었다.

21일자 <조선일보>는 '성전, 십자군, 저항권… 경솔하고 위험한 선동 안 돼' 제하 사설에서 "서부지법 난입 시위는 담당 판사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이번 폭력사태를 두고 국민의힘 일부에서 '성전(聖戰)', '십자군', '저항권' 같은 말로 이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 경솔하고 위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이런 당내 인식들이 당에 결국 자해 행위가 될 뿐이란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며 "국민의힘 일부는 극단 유튜버들과 한편이 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역시 결국 자신과 당에 자해 행위가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같은날 자 <중앙일보>도 '극렬 유튜버와 무책임 정치인이 서부지법 사태 불렀다' 제하 사설에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정상적인 미디어라면 불법·위헌적 계엄에 찬성할 수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계엄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근거 없는 선거 부정을 부르짖는 유튜버에 매달린다"고 꼬집었다.

<중앙>은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는 공권력에 대해 '시민에게 체포될 수 있다'고 선동하는 내용이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법원 담장을 넘다가 체포된 17명에 대해 '곧 훈방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내용이 유튜브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했다"며 "이런 언행이 법원 난동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힐문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헌법 위에 저항권" 대놓고 사법 테러 선동…이게 제정신인가'라는 제목으로, 한층 더 격한 어조였다. 다음은 이날자 <동아> 사설 전문(全文)이다.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폭력 시위대에 침탈당하는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집권세력이 오히려 경찰을 문제 삼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0일 "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도 "민노총 앞에서 순한 양이던 경찰이 시민에게 한없이 강경했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또 "거대 야당에 줄 선 수사기관, 권력의 눈치를 보는 비겁한 사법부가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장본인"이란 주장도 폈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경찰의 과잉 대응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법치를 강조하던 보수정당 지도부가 했다고는 믿기 힘든 궤변이자, 내로남불이다. 극우 성향 종교인이 "헌법 위에 국민저항권 있다"며 수준 이하의 선동 행위를 하는 것에 끌려가는 듯하다.

국민의힘이 폭력 시위대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경찰의 강경 대응 운운하며 양비론적 태도를 취하는 것 자체가 법치주의 부정이다. 선진국에서 법원이 시위대에 습격당하는 일이 벌어졌다면 경찰이 어떻게 대응했을지 상상해 보라. 이는 불법 폭력시위 엄단을 강조해온 당 정체성과도 맞지 않다. 국민의힘은 한나라당, 새누리당 시절부터 민노총 등의 폭력시위 때마다 엄단을 주문해 왔다. 반대편의 불법엔 엄벌을 요구하고, 내 편의 불법은 "분노를 이해한다"며 감싸는 것인데, 이런 이중잣대는 동의받기 어렵다.

누구보다 무책임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폭력난입 사태 뒤 옥중 입장문을 통해 뒤늦게 평화적 의사 표현을 강조했지만,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엄밀히 따지면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는 대통령의 선동성 발언이 지금의 사법부 침탈 행위로 이어진 측면도 있는 것 아닌가. 불법파업 세력을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폭력에 굴복하면 악순환이 반복된다"던 그 대통령이 맞나 묻게 된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이러니 윤상현, 김민전 등 몇몇 의원들의 무분별한 발언과 행동을 탓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다. 검사장까지 지낸 석동현 변호사의 발언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는 17일 "우파의 장점이자 약점은 민노총처럼 경찰차 뒤집지 못하는 것인데, 도저히 감내할 수 없다면 우리도 저항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현직 대통령을 변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한 선동이다. 그는 최근 외신기자들에게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내전으로 이어질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 뜻으로 여겨질 변호인의 강성 발언이 반복되지만, 집권세력 누구도 지적하는 이가 없다.

서울서부지법에서 폭력을 휘두르다 2030청년을 포함해 90명이 체포됐다. 정치 지도자라면 이들에게 옳고 그름, 해야 할 일과 피할 일을 제시해야 한다. 대법원은 긴급회의를 열고 "서울서부지법 침탈이 마지막이 아니라 (헌법기관 연쇄 공격의) 시작이 되어선 곤란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어떤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가.

시위대의 이번 난동은 사법부에 대한 심각한 테러다. 대통령이 무장병력을 국회로 보내 입법부를 유린한 것과 다를 게 없다. 집권 세력이 "분노 이해" 운운하며 오히려 시위대보다 경찰을 책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앞으로도 이들의 행위를 옹호하거나 적어도 제어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런 정당을 어떤 상식적인 국민이 지지하겠나. 이제라도 불법적인 폭력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극단 세력과 단호히 절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향신문>은 21일자 사설 3개를 모두 1.19 법원폭동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법치 흔들리면 나라 존립 어렵다는 대법관들의 경고', '법원 난동에 '폭도 낙인' 말라는 여당, 반체제 정당 될 건가', '폭동 선동한 전광훈과 유튜버들 즉각 수사하라' 등이었다. 이 신문은 "국민의힘이 윤석열 극렬 지지자들의 1.19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말로는 '모든 폭력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경찰의 과잉 대응 때문이라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은 "12.3 내란 후 줄곧 공권력을 부정하고 사법부를 비판하는 언행으로 사실상 난동을 부추긴 것에는 일말의 반성조차 없다"며 "국민의힘은 이러고도 민주주의 체제의 정당을 자처할 수 있나"라고 따져물었다. 신문은 "당 지도부는 (…) 폭도들의 비위를 맞췄다. 법치주의를 폭력으로 유린한 사태를 별일 아닌 것처럼 대하는 국민의힘의 미온적 태도를 보면 공당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 정당에 이어 '폭동 옹호' 정당이 되겠다면 대한민국 정치 체제의 한 축이 될 자격이 없다"고 경고했다.

<한겨레> 역시 사설에서 "헌법기관인 법원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한 집단 폭력 사태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양비론과 물타기로 사실상 폭도들을 비호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목적으로 내란을 저지른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도 모자라, 사법부에 집단 테러를 가한 폭도들마저 감싸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도성향 <한국일보>는 이날치 26면 기명 기자칼럼에서 "대통령과 여당은 이제야 '폭력은 안 된다'지만 여전히 허울뿐"이라며 "권성동 원내대표는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 말할 게 아니라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혀야 한다"고 질책했다.

이날 <한국> 1면 분석기사 제목은 '폭력의 고리 끊지 못하는 與... 시위 조장하는 무책임한 물타기'였다. 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가담한 서울서부지법 난입 폭력사태에 국민의힘이 분명히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경찰의 시위대 진입 유도 의혹 △법원 원죄론 △민주노총 시위와의 형평성 문제를 함께 거론하며 물타기에 나섰다"고 지적하고 "변명의 여지 없는 초유의 폭력 사태인데도 진영 논리에 갇혀 엄호하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고 짚었다.

<서울신문> 사설도 "정치권 인사들의 무책임한 발언도 폭력 시위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하며 "법원 담장을 함부로 넘은 이들에게 '곧 훈방될 것'이라고 두둔하고 폭력 시위대를 십자군에 빗대기도 했다. 이런 발언들은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급기야 어제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민주노총 시위대였다면 진작 훈방으로 풀어 줬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모두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천만한 발언들"이라고 우려했다.

보수성향 <국민일보> 사설 역시 "정치권이 법원 난동마저 입맛대로 평가하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서부지법 난입 사태를 민주노총 가두시위와 비교하는 논리를 꺼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민주노총 앞에선 순한 양이던 경찰이 시민들에겐 한없이 강경하다. 법원 밖에서 잡혀간 이들까지 풀어주지 말라 했다고 한다. 민주노총 시위대였다면 진작 훈방했을 것 아닌가'라고 했다"고 권 비대위원장 발언을 소개한 뒤 "이런 비교는 법원 난동에 담긴 사법 불복과 법치 부정의 엄중한 문제를 희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은 "권 위원장은 구속영장 발부 사유 등 법원 결정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권력 눈치만 보는 비겁한 사법부'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며 "'폭력은 안 된다'면서 법원 난입의 행태에는 반대의 뜻을 밝혔지만, 그 본질인 불복에 대해선 오히려 난입자들의 생각에 동조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이런 입장은 여당이 처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법치의 수호를 도외시한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의 이날자 사회면 지면(8면)에 실린 현장 기자칼럼 제목은 '이제 누가 반국가세력인가'였다.

<세계일보>도 '법원 난동사태 뿌리뽑고, 與도 엄벌 촉구가 마땅' 제하 사설에서 "국민의힘이 서울 서부지법 난동사태와 관련해 폭력 자제를 요청했으나 깊어진 국민 상처와 추락한 국격을 회복할 길이 없다"며 "(국민의힘이) 난동범에 대한 준엄한 처벌 요구도 없다는 점에서 헌정 질서를 뒤흔든 사상 초유의 법원 유린 사태에 여당이 너무 미온적인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세계>는 "여야 막론하고 극단적 진영대결을 일삼는 후진적 정치문화가 이번 사태 배경으로 작용했다"며 "특히 일련의 사법 절차에 불복하며 지지층을 자극한 윤 대통령, 이에 편승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하는 행태를 보인 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고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사태 발생 직전 윤 대통령 지지자 일부가 서부지법 월담으로 경찰에 체포되자 꾸짖기는커녕 '곧 훈방될 것'이라고 안심시켜 이후 집단폭력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는 논란도 나온다. 이걸 어떻게 여당 중진 의원의 처신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질타했다.

10대 종합일간지 중 가장 보수성향이 두드러진다는 평을 듣는 <문화일보>도 전날치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시위대가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 청사에 난입함으로써, 계엄 사태에 따른 국제적 망신이 또 하나 추가됐다"며 "판사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원 청사에서 난동을 부리는 것은 법치주의를 짓밟는 중대 범죄"라고 비판했다.

<문화>는 "우선 윤 대통령 책임이 가볍지 않다. '레거시 미디어'보다 유튜브 시청을 권유하고, 시위자들을 애국시민으로 부르며 '끝까지 국민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사실상 선동했다"고 지적하며 "법원 난동 하루 전에 서부지법 담을 넘은 사람들이 훈방될 것이라고 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성전의 십자군'이라고 부추긴 김재원 전 최고위원, '국민 저항권을 발동해 서울구치소로 들어가 강제로라도 모셔 나와야 한다'고 한 전광훈 목사, 현장 생중계로 폭력을 선동한 극단 유튜버 등의 책임도 무겁다"고 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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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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