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 전법…전형적인 범죄 피의자 태도

위헌성 가를 '비상 입법 기구' 창설 쪽지에 갑자기 '기억 상실증'?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있었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국회 예산을 끊고 '비상 입법 기구'를 창설하는 내용이 담긴 쪽지와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직접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 윤 대통령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최 권한 대행이 받은 쪽지에는 '조속한 시일 내에 예비비를 확보하고 국회에 각종 자금을 끊으라'는 내용,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 대행은 이 쪽지를 수사 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은 국회에 출석해 이 쪽지 내용을 두고 "언뜻 봤더니 계엄을 전제로 한 조치사항 같은 것으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 이 쪽지와 관련해 '비상입법기구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계엄 선포 이후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할 의도가 있었냐'는 질문을 윤 대통령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비상입법기구를 제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입법기구가 국회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냐. 정확히 어떤 성격이냐'는 질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 예산을 끊고 비상 입법 기구 창설을 지시했다는 것은 '계엄 성공'을 전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직후 발표한 포고령 1호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회, 정당 등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비상입법기구를 설치하려 했다면 그 자체로 위헌이다.

해당 쪽지 작성 주체조차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는 앞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에서 포고령 작성 경위와 관련해 '김용현 전 장관이 과거 대통령의 의회 해산 권한이 살아있던 군사 정부 시절 포고령을 잘 못 베껴왔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과 맥이 통한다. 김 전 장관은 해당 포고령을 윤 대통령이 직접 검토하고 승인했다고 주장하는데,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잘 못 베꼈다'고 책임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당시 포고령에 '지방 의회'의 활동을 금지한다고 돼 있는데, 군사 정부 시절에는 지방 의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전공의 미복귀시 처단'도 과거 포고령을 베꼈다면 들어갈 수 없는 말이다.

차 부장판사가 질문한 '비상 입법 기구' 창설 시도는 불법 계엄의 위헌성을 가를 수 있는 중대한 사유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대로 계엄을 할 생각이 없었다", "경고성 계엄에 그친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헌법에도 없는 '의회 해산'을 실제로 시도한 정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비상 입법 기구' 창설 쪽지를 누가 작성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위헌적 행위에 대한 질문마다 자신의 부하인 김용현 전 장관을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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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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