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한자’에서 온 ‘우리말’

우리말 중에는 순 우리말과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 외래어 등 다양한 종류의 어휘가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순우리말인 것 같은데, 한자어인 것을 몇 가지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말에는 외래어라는 것이 있다. 우리말에 없는 단어를 외국어를 차용하여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외국어와 외래어는 다르다. 흔히 “Good morning.”이라고 하면 외국어이고, ‘텔레비전’, ‘컴퓨터’와 같이 외국어를 그대로 우리말에 차용해서 쓰면 외래어라고 한다. 그러니까 외래어는 우리말이 된 외국어라는 단어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요즘은 영어가 외래어의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과거에는 한자어가 대세였다. 사실 단군(檀君, 壇君)도 우리말같이 보이지만 ‘Tengri’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래서 한자로 표기한 것을 보면 ‘檀君, 壇君’으로 여러 가지로 되어 있음을 본다. 순우리말이었다면 하나의 글자로 썼을 것이다. 우리가 미국을 표기할 때 ‘美國’이라고 쓰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米國’이라고 쓰는 것과 같다. America를 한자어로 쓰면 ‘美利堅’이라고 써 왔다. ‘A’는 묵음으로 거의 안 들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리견(아메리카)’이라고 표기한 것이다.

오늘은 우리말인 줄 알고 있는 한자어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말인 줄 알고 있는 것이 ‘죽’이다. 한자로는 粥(죽)이다. “곡식을 오래 끓여 알갱이를 무르게 만든 음식”을 말한다. 과거에는 시장에나 가야 죽집이 있었지만, 요즘은 여기저기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말로 하면 ‘미음’이라고 해야 하지만 이미 대세는 ‘죽’으로 굳어버렸다.

‘곤두박질’이라는 단어도 있다. 원래는 근두박질(跟頭撲跌)에서 유래했다. 발뒤꿈치와 머리가 뒤바뀌어 거꾸로 내리박히는 일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태호는 자전거를 타고 시청 앞을 달리다가 중심을 잃고 아래로 곤두박질을 쳤다.”와 같이 쓴다. 실제로 필자는 1970년 대 중반 성남 시청 앞에서 자전거 타고 내려오다가 곤두박질을 친 경험이 있다. 당시는 70년 대라 성남시 태평동에 시청이 있었는데, 경사가 심해 브레이크를 잡았으나 고장나서 곤욕을 치렀다. 이때 사람들은 “어머나, 학생이 자전거 타고 내려가다가 곤두박질을 쳤어.”라고 했다. 발뒤꿈치 근(跟)자 와 머리 두(頭) 자가 엇갈릴 정도로 거꾸로 박혔다는 말이다. 일의 형편이 좋지 못하여 급격히 나쁜 상황으로 떨어지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기도 한다.

경기가 곤두박질하면서 실업률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야옹 소리를 내며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와 같이 쓴다.

다음으로 다홍색이 한자어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원래는 한자로 大紅(대홍)이라고 쓴다. 그런데 대홍(大紅)의 중국식 발음이 ‘따~훙’에 가깝게 발음하다 보니, 우리말에서 그대로 차용하여 ‘다홍’색이 된 것이다. “짙으면서 산뜻한 붉은 빛깔”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끝으로 영어인 줄 알고 있는 한자어가 있다.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토시(추위를 막기 위해 팔뚝에 끼는 것)’가 그것이다. 여름에 팔뚝이 검게 탈까 하여 끼는 것이 대세로 되었다. 어린 시절 겨울에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갈 때 아주 요긴한 것이 토시였다. 토끼를 잡아서 그 털가죽으로 만들면 최고였고, 토끼 가죽을 구하지 못한 친구들은 헝겊에 솜을 넣어서 만들었다. 추운 시골길에는 토시가 정말 따듯하고 좋았다. 그것도 없는 친구들은 두꺼운 벙어리 장갑으로 대신했지만, 추위를 이기기에는 토시를 당하지 못했다. 토시는 한자로 투수(套袖 :덮을 투, 옷소매 수)라고 쓴다. 이것도 중국식 발음이 ‘토시’에 가깝기에 그대로 우리말에 적용한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중국어였는데, 그 발음을 그대로 우리말에 적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이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외래어는 정말 다양하게 차용되어 왔다. 언어는 이웃나라와 공유할 수밖에 없다.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논외로 하더라도 시대에 맞게 바르게 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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