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윤 식품전문기자의 커피이야기] ①스페셜티 커피의 경제학: 고급 커피는 왜 비쌀까?

고급 커피 열풍, 스페셜티가 만들어낸 새로운 커피 문화

▲ 스페셜티 커피는 농부들이 같은 나무를 여러 번 방문해 완전히 익은 커피 체리만 골라 수확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소요된다. 사진은 콤롬비아의 커피 농장. ⓒ 프레시안(문상윤)

아침마다 즐기는 커피 한 잔. 피곤한 오후의 짧은 여유. 커피는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단순히 카페인 섭취를 위한 음료가 아니라, 향미와 품질을 중요시하는 스페셜티 커피가 주목받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지만, 그 높은 가격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많다. 왜 스페셜티 커피는 이렇게 비쌀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스페셜티 커피의 가치와 그 경제적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정의는 각각의 협회나 조직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표현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한정된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기후와 생장환경이 독특한 향미를 지니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고, 이러한 조건을 지닌 커피를 커핑이라고 하는 커피 향미 평가를 통해 일정 기준 이상의 점수를 받게 되면 스페셜티 커피라고 불리게 된다.

국제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스페셜티 커피 평가 기준에는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와 **COE(Cup of Excellence)**의 평가 방법이 있다. 두 기관은 모두 고품질 커피를 선별하기 위한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그 접근 방식과 기준에는 차이가 있다.

SCA는 커피 품질을 100점 만점의 커핑(Cupping) 점수로 평가하며,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로 분류한다. 평가 항목은 커피의 향미, 산미, 단맛, 바디감, 후미 등이다. SCA의 기준은 비교적 포괄적이고, 원두의 재배 환경, 결점 빈도 등도 평가에 포함된다. 이를 통해 스페셜티 커피의 기본적인 품질을 보장한다.

반면 COE는 커피 경연 대회를 통해 87점 이상의 커피만을 최고급 스페셜티로 선정한다. COE의 평가 기준은 더 세부적이며, 복합적인 향미, 클린 컵(Clean Cup), 잔향의 지속성 등 독창적인 커피의 개성을 중시한다. COE 인증을 받은 커피는 국제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세계 최고의 품질을 상징한다.

SCA는 스페셜티 커피의 기본적인 품질 관리에 중점을 둔다면, COE는 그 중에서도 최고의 커피를 선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두 기관의 평가 기준은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신뢰성과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가 비싼 이유는 그 생산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반 커머셜 커피는 대량 수확되지만, 스페셜티 커피는 농부들이 같은 나무를 여러 번 방문해 완전히 익은 커피 체리만 골라 수확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소요된다. 가공 과정에서도 워시드(Washed), 내추럴(Natural), 허니(Honey) 방식 등 각기 다른 기법이 사용되며, 이는 커피의 맛과 향에 독특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생산 과정은 고도의 기술과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며, 결과적으로 생산 비용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된다.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 커피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셜티 커피 생산에 투입되는 인건비와 자원은 일반 커머셜 커피의 약 2~3배에 달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희소성도 큰 매력 중 하나다. 특정 지역의 독특한 기후와 토양에서만 재배되기 때문에 생산량이 제한적이다. 요즘 각광받는 게이샤 품종 역시 그러하다. 독특한 향미가 큰 인기를 끄는 이유이지만, 생산량이 적어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데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KITA)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셜티 커피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5% 미만을 차지하며, 일부 고급 원두는 국제 경매에서 킬로그램당 수백 달러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는 스페셜티 커피의 가격이 단순한 음료 비용이 아닌 희소성과 품질의 가치를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페셜티 커피의 높은 가격은 윤리적인 유통 구조에서도 기인한다. 공정무역(Fair Trade)과 직접 거래(Direct Trade)를 통해 유통되는 스페셜티 커피는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고, 생산자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국제커피기구(ICO)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셜티 커피 농가는 일반 커머셜 커피보다 약 5배 이상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가 스페셜티 커피를 구매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에 기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스페셜티 커피가 인기를 끄는 데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가치를 중요시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공정무역, 지속 가능성, 그리고 생산자와의 연결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들의 선호를 받는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커피 정보를 접하고 공유하면서, 스페셜티 커피는 단순히 음료를 넘어 '경험 소비'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 원두가 자란 환경, 생산자의 노력, 그리고 유통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야기를 경험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역시 이러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커피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매장의 브랜드 철학과 스토리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원두의 산지와 생산자 이야기를 소비자와 공유하거나, 커핑 세션을 통해 다양한 향미를 체험하게 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또한, 환경 친화적 경영을 실천하며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단순히 고급 커피가 아니다. 그 속에는 품질, 윤리적 거래, 환경 보호, 그리고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스페셜티 커피를 마실 때, 그 한 잔이 거쳐온 긴 여정을 떠올려 보자. 커피 체리가 익어가는 산지의 풍경, 농부의 정성, 바리스타의 기술,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만들어낸 특별한 맛. 이것이 바로 스페셜티 커피의 진정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