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간 통화를 가졌다며 정상외교에는 공백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경찰 국수본에 의해 내란죄 혐의 피의자로 전환돼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인식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조태열 장관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로 인해 정상외교 공백이 생겼다는 분석에 대해 "정상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는 바이든 대통령과 (한덕수) 권한대행 간 통화로 불식됐다고 생각한다"며 "권한대행 체제는 헌정질서 하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임을 뚜렷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 장관의 말대로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군통수권, 외교권, 조약체결 비준권, 사면·감형·복권에 관한 권리, 법률안 재의요구권·공포권, 공무원 임면권, 헌법기관의 구성권 등을 승계하게 된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당시 이 회의에 출석한 모든 국무위원들이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의 출석 요구 대상자라는 점, 또 한 권한대행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등으로부터 내란죄 혐의로 고발되어 피의자 신분이 됐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실제 정상외교를 포함해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실행하기는 적잖은 장애가 있는 상황이다.
한 권한대행의 국내정치적 입지 역시 상당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 권한대행은 원칙적으로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거부권인 '법률안 재의요구권'을 계승받긴 했으나, 만약 돌아오는 국무회의에서 내란죄 일반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야당 등을 중심으로 탄핵이 다시 가시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한 권한대행의 권한 수행 범위 및 역할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본인 계정에서 " 한덕수 총리든 경제부총리든 이 정부의 대통령 권한대행은 결정적 흠결과 치명적 하자를 안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내란 방조 피의자이면서 수사 대상"이라며 "한 마디로 온전치 못한 권한대행이다. 그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지사는 "권한대행 내각의 최우선 임무는 12.3 내란의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일"이라며 "외교 안보를 포함, 국정 전 분야에서 국회 협의나 협력 없이 진행되는 일은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한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미 당선인 간 만남도 못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양측 간 만남 추진이 논의된 바 있냐는 질문에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정상외교 일정을 논의하는 큰 틀 속에서 이뤄질 수 있는 의제라고 생각한다"는 답을 내놨다.
한 권한대행이 내년 1월 20일로 예정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초청 받았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외국 정상은 초청 되지 않는 것이 관례로 알고 있다"며 "어느 나라의 (정상이) 가는지 파악이 안됐다. 시간이 가면서 좀 더 정확한 모습이 보여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조 장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까지 이르게 된 현 상황에 대해 "이번 사태가 우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기대가 손상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회복하는 데는 나름대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이 비상계엄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의 연락을 받지 않은 것과 관련,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장관 레벨에서 그런 거지 한미 간 소통이 없었던 건 아니다"라며 "고위급에서 필요한 소통이 없었다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겠지만, 최단 시일 내에 다시 (소통)했다"고 말해 한미 간 비상계엄과 관련한 사전 소통이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조 장관이 처음 계엄을 인지한 뒤부터 공식 공식발표 전까지 미국이 장관급이 아닌 다른 외교 채널을 통해 계엄 상황을 알고 있었던 걸로 이해하면 되냐는 질문에 "소통 있었던 것으로 답을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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