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 자회사 한국인 해고자 325일 고공농성에 日 의원 "부끄럽다"

금속노조, 日 NCP에 '니토덴코 고용승계 거부' 진정 제기…'OECD 가이드라인' 위반

"한국옵티칼하이테크(한국옵티칼) 노동자 7명의 고용승계 요구는 실현가능하다. 하지만 회사가 노조를 싫어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 정치인으로서 이런 기업이 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일본 NCP(국가연락사무소)는 제대로 조사해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 - 일본 사회민주당 오오츠바키 유코 참의원

한국옵티칼에서 일하다 일자리를 잃은 해고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325일째 고공농성 중인 일과 관련,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일본 국가연락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했다. 한국옵티칼의 모회사인 일본 기업 니토덴코가 'OECD 다국적기업 책임경영 가이드라인(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배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본 국회의원도 "부끄럽다"는 심정을 표했다.

금속노조는 27일 일본 참의원회관에서 오오츠바키 참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국가연락사무소는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이행 관련 이의제기를 검토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OECD 회원국에 설치된 기구다.

금속노조는 "2022년 11월 일본 니토덴코는 한국옵티칼을 일방적으로 청산, 노동자를 집단해고했다"며 "한국옵티칼에서 생산·가공하던 물량은 평택 소재 한국니토옵티칼(니토옵티칼)로 이전됐고, 니토옵티칼은 최소 20여 명을 신규채용했으나 한국옵티칼 노동자의 고용은 승계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5장 6조에는 '기업의 결정이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결정 전 노조 등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유의미한 협상을 하고, 노동자 대표 및 정부 당국과 협력'하도록 명시"돼 있다며 "니토덴코는 한국옵티칼 청산 결정 일방 통보 후 노조와 희망퇴직 외에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해 이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옵티칼이 금속노조 등을 상대로 가압류를 거는 등 니토덴코가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제2장 10항에 규정된 '기업의 운영 등과 관련 부정적 영향에 우려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개인·단체에 대한 보복 금지 의무'도 어겼다고 주장했다.

최현환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지회장은 "한국옵티칼 문제에서 니토덴코는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니토덴코 한국 자회사들이 저지른 위장 폐업과 집단해고를 시정할 책임이 있다"며 "공장 옥상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325일째 고공농성하는 두 여성 노동자가 있다. 니토덴코는 한국옵티칼에서 발생한 노동탄압과 인권침해에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덕헌 금속노조 부위원장도 "일본 정부는 니토덴코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을 그저 놔두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니토덴코에 가이드라인을 지키라고 해야 한다. 외교적 관계를 위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한국옵티칼 해고 사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의 진정은 회견 전날 이뤄졌다. 당일 금속노조는 일본 외무성, 경제산업성, 후생노동성 관계자와 면담을 가졌고, 일본 정부 측이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 내용을 정찰하겠다. 한국 국가연락사무소와 협의해 주관할 국가, 보조할 국가를 정해 활동애 착수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금속노조는 전날 오사카부 노동위원회에 니토덴코를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하기도 했다. 한국옵티칼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은 오사카유니온네트워크가 니토덴코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사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2022년 10월 일본 니토덴코 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한국옵티칼은 구미공장이 화재로 전소되자 청산을 결정하고 193명에게 희망퇴직을 받은 뒤 이를 거부한 17명을 정리해고했다.

현재 해고자 7명은 현재 △한국옵티칼의 생산물품이 니토덴코의 다른 한국 자회사인 니토옵티칼 평택공장에서도 생산되고 있는 점, △니토옵티칼에 신규채용 여력이 있었던 점 등을 들어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해고자 중 한국옵티칼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부장은 325일째 한국옵티칼 구미공장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각각 정리해고 철회와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과거 300일 넘게 고공농성을 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박 수석부지회장과 소 조직부장을 응원하기 위해 부산에서 한국옵티칼 구미공장까지 도보 160여 킬로미터 거리의 행진을 시작했다.

▲ 일본 사회민주당 오오츠바키 유코 참의원(왼쪽에서 세 번째)과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 등이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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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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