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휘청거리는 구리문화재단, 문제의 핵심은 ‘리더 리스크’다

내부 문제 개혁은 나몰라라, 정보 유출한 직원 찾기에만 혈안…‘리더 리스크’ 심각

리더 혼자서 조직을 성공시킬 수는 없지만 리더 혼자서 조직을 혼란에 빠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른바 ‘리더 리스크(Leader Risk)’가 무서운 이유다.

최근 잇따른 잡음으로 조용할 날이 없는 구리문화재단의 문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2020년 7월에 출범한 구리문화재단은 출범 이후 계속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출범한 것도 무리수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더욱 큰 문제는 초대 대표의 무능과 욕심이었다. 직원들을 자신에 대한 충성경쟁으로 몰아가 능력 있는 직원들이 재단을 떠나게 만들었고 무리하게 자신의 연임을 진행시키려다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23년 초에 조용히 사라졌다.

본인은 조용히 사라졌다고 생각했겠지만 문화재단에 남긴 상처는 매우 컸다. 능력 있는 직원들이 떠나간 빈자리가 가져온 파장은 단기간에 수습하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재단은 2023년 2월에 기간제 직원 채용 공고를 낸 이후 3월‧4월‧5월에 연이어 직원 채용 공고를 내고 직원 충원에 들어갔다. 당시 문화재단은 공식적인 업무를 포함해 아트홀의 유지에 필요한 필수 인력까지 채워지지 않아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023년 5월에 현 대표가 취임한 이후에도 직원 채용은 계속 이어져 2023년에만 직원 채용 7회를 기록했고 2024년에도 6회에 달하는 직원 채용이 있었다. 문화재단의 1차 리더리스크의 결과는 이토록 참담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급히 서둘러 채용한 직원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따로 놀기 시작했다. 2023년 10월, 문화재단의 K팀장은 자신보다 뒤늦게 입사했으나 높은 직급으로 들어온 A씨의 채용에 불만을 품고 A씨와 관련된 정보를 누군가로부터 입수해 문화재단 내부에서 이를 문제로 삼으며 소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제3자로부터 취득했다고 하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의 소지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단 대표는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조용히 덮고 넘어가는 방법을 취했다. 그러자 K팀장은 2023년 12월, 국민권익위에 이를 제보해 조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권익위는 조사 후 ‘문제 없음’이라는 결론을 통보해왔다. 결국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안을 꼬투리 잡아 분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이에 A씨는 K팀장이 입수한 자신의 정보가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이뤄졌을 수 있다며 문화재단에 이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지만 이러한 요청은 묵살되고 말았다. 당시 직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문화재단의 대표는 “시끄러운 K팀장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더 시끄러워진다. 그냥 조용히 덮자”라며 문제를 감추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이후 문화재단 내부의 갈등은 일파만파 커져만 갔다. K팀장 밑에서 해당 부서의 실무 전체를 커버하던 B차장은 최근 K팀장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다. 능력 있는 직원들이 문화재단을 떠나고 있다는 뜻이다.

문화재단 대표의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외부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부터였다. 그러자 2024년 7월, 지역의 몇몇 언론매체에서 “문화재단의 직장 내 불협화음 심각, 문제의 중심은 A씨”라는 기사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기사에 필요한 정보를 기자들에게 흘린 주인공은 문화재단의 대표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여러 정황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우선 문화재단이 그 무렵에 광고를 게재한 매체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당시 프레시안의 기자와 통화한 문화재단 대표는 “A씨는 문제가 심각하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할 정도”라며 재단에 근무하는 직원을 심각하게 폄하하는 이야기를 했다. 또한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문화재단 대표로부터 들었다는 기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문제를 야기한 직원은 보호하고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자는 직원을 문책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후 문화재단의 업무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조직의 지휘체계가 무너졌다. 전임 대표가 진행했던 충성경쟁이 조금 다른 스타일로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는 자신의 지시에 무조건 순응하는 직원들에게 과도한 권한을 주었고 규정과 원칙을 강조하며 조언하는 직원들은 멀리했다.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게 되자 일부 조직에 일이 몰려 과부하를 일으켰고 일부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거나 병가를 내고 숨어버리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지병이 심해져 사망하는 직원까지 발생했다.

문화재단 대표가 이러한 상황에서 내린 조치는 A씨에 대한 직무정지와 감사 요청이었다. 그러나 직무정지는 일정 시간이 흐른 후 흐지부지 풀렸고 감사 결과는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잡음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문화재단과 수의계약을 맺고 공연 관련 사업을 진행한 3~4개 업체가 사실은 1명이 운영하고 있으면서 서로 다른 업체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일을 따내고 있다는 제보부터 전시공간 연출을 담당한 업체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한 후 담당자가 해당 업체로부터 노트북 컴퓨터를 제공받아 사용하다가 이 문제가 불거지자 자진 퇴사 후 아트홀 프런트에 해당 노트북 컴퓨터를 던져놓고 사라졌지만 이를 아무도 문제 삼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는 내용도 노트북 구매 영수증을 포함한 증거물과 함께 나돌고 있다.

심지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구리시의 ‘2024 지역대표 예술단체’로 선정된 ‘바싸르 오케스트라’의 경우, 구리시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의 단체를 구리시로 데리고 와서 지원하는 형국이며 이에 따라 구리시의 세금으로 타 지역 예술단체를 키워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의 가족과 친지들이 관련 회사를 차려 문화재단의 각종 사업에 참여해 돈을 가져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회자되고 있다.

얼마 전 모 언론매체에서 이러한 문화재단의 문제를 지적하며 경찰에서도 관련 내용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 기사에 나온 것은 떠도는 의혹 중에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내용이었지만 문화재단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언론보도로 인해 개혁과 문제 해결이 이뤄지는지 살펴봤지만 실제 일어난 일은 ‘역시나’였다.

문화재단은 의혹에 대한 사실규명이 아니라 ‘누가 기자에게 정보를 흘렸나?’에 쏠렸고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정보 유출자를 찾는데 혈안이 된 상태다. 문화재단 직원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불신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불이야!”라고 외쳤더니 불을 끌 생각은 하지 않고 “누가 불이 났다고 외부에 알렸나?”를 갖고 갑론을박하는 형국이다.

이 정도 되었으면 ‘리더 리스크’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조직을 잘 되게 하려는 선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문제 해결 능력이라면 선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구리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구리아트홀 전경.ⓒ구리문화재단

리더 혼자서 조직을 성공시킬 수는 없지만 리더 혼자서 조직을 혼란에 빠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휘청거리는 조직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열쇠는 누구에게 있는가. ‘리더 리스크’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디에 있는가. 병에 걸린 환자가 병을 숨기면 천하의 명의가 곁에 있더라도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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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경기북부취재본부 이도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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