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기지역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등 30여 개 단체가 모인 '경기시국대회 준비위원회'가 오는 23일 '윤석열 정권 퇴진 경기시국대회'를 연다. 경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정권 퇴진을 외치는 이유와 퇴진 이후 만들어야 할 세상에 대해 갖고 있는 고민을 평화, 노동, 평등, 기후위기, 복지, 민주주의 등 각 영역 별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10월 30일 오후 현대중공업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을 폭력으로 짓밟는 회사 구사대 무리를 봤다. 구사대의 폭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 장면을 보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아 몸서리를 쳤다.
노동자를 탄압하고 폭력을 일삼는 이들이 구사대뿐이겠는가? 한국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노동조합 혐오정서는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노동조건을 바꿔내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해 일하고 있는 청년들을 집단해고한 금속사업장,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일한다고 비조합원까지 모조리 해고한 건설사업장, 고된 노동강도와 저임금에 폐암의 위협까지 있는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사들의 신규채용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급식실을 용역위탁업체에 맡기겠다는 학교현장.
현장의 변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탄압과 고통은 임계점을 넘은 지 한참이다. 대한민국 1000만 비정규직은 파견, 용역, 하청, 기간제, 시간제, 특수고용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소득불평등, 고용불안, 법률적, 제도적 차별을 심화시키며 국가가 나서서 비정규직을 양산해 냈다.
특히 지난 6월 24일 발생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대한민국 노동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불법파견, 기업의 부정비리, 이주노동자의 문제까지 모두 담고 있는 이 참사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있고 유가족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다. 국가가 할 일을 방기하면 고통은 모두 민중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재확인할 뿐이다. 왜 유가족들이 희생된 가족의 영면을 빌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인가? 정부는 이번 참사의 진짜 배후를 밝혀내는 데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조탄압, 노동자 죽이기 사례를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이 지면이 너무 부족하다. 물론 이전 정권에서도 노동탄압은 있었고 노동자들은 그에 맞선 치열한 투쟁을 해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아예 대놓고 대통령이 노동조합을, 노동자를 겁박하며 서슬 퍼런 노동탄압 정국을 만들어 냈다. 건폭, 불법폭력집단 따위의 단어 사용은 정권의 입맛대로 경찰, 검찰, 언론이 칼춤 추듯 노동자 탄압에 앞장서게 하고 있고 자본가들은 이제 무서울 것이 없어져 버렸다. 자본의 입맛대로 움직여 주는 윤석열 정권과 윤석열들이 있을 뿐이다.
여전히 우리는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는 글로 시작하는 탄원서를 만들어 동지들이 죄가 없음을 증명해 보이려 안간힘을 쓴다. 지면에 기사 한 줄, 방송에 한 마디 언급이 없어도 우리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파열음을 내기 위해 투쟁한다. 상상 이상의 탄압으로, 손배폭탄으로 고통 받지만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조선노동자의 외침처럼 땅바닥을 기고 고공으로 오르며 외롭고 처절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사회대전환의 시작은 윤석열 정권을 끄집어 내리는 것부터다. 대한민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노동자, 시민의 엄중한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대통령, 44만여 명의 그냥 쉬는 청년들을 만들어 낸 대통령, 아파도 병원에 가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게 만든 대통령, 나이 들어서도 죽도록 일해야 그나마 먹고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있는 대통령,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아있는 자본의 개로 살아가는 대통령.
우리 노동자는 이런 대통령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만 끄집어 내린다고 우리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 현재의 법질서 안에서 제도권 정치세력 중심의 권력 교체는 또 다른 착취의 연장이다. 2016년 촛불항쟁의 한계와 오류를 극복하려면 퇴진 이후의 새로운 사회를 향한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의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은 대통령만 바꾸는 투쟁이 아닌, 세상을 바꾸는, 내 삶을 바꾸는 투쟁이어야 한다. 부자들이 판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노동자, 민중이 약자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일터, 과로로 죽어나가고 하청비정규직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죽음의 행렬을 끊어내자.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다시 모을 때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가 아닌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투쟁하자. 경기지역 노동자, 시민이 모여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외치자!
11월 23일 경기시국대회는 힘 있게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 연결된 불평등과 차별을 끊어내고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외치는 광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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