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으로 한반도 정세의 변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선봉장으로서 미국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진단이 나왔다.
7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사)한반도평화포럼과 국회한반도평화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후원하는 현안토론회 '미국 대선 결과와 한반도 질서 변화'에서 발표를 맡은 이혜정 중앙대학교 교수는 이번 대선을 "트럼프 시대의 세 번째 대선이자 정치적 내전"으로 규정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의 의제가 미국의 의제가 됐다. 경제적으로는 민족주의, 대외적으로는 쓸데없는 곳에 가서 전쟁하는 것을 막는 것이고, 동맹을 미국의 힘을 배가시키는 게 아니라 무임승차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라며 "'글로벌리즘'을 추구하는 엘리트들에 대한 반대가 여기에 다 들어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서구의 '우파 민중주의'는 대세가 됐다"며 "바이든의, 오바마의, 레이건의 미국은 돌아오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미국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워싱턴에 무엇을 전달할지를 살피기 전에 (우리가 미국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고, 설사 공유할 것이 있다고 해도 워싱턴에 전달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민중이 워싱턴을 뒤집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반도 정치 질서 문제는 우리의 과제이지, 미국 사람들의 관심이 아니다. 우리에게 가능한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걸 행하는 대외정책 전반에서 미국은 어떤 위치인지 보고, 그리고 나서 미국에 뭘 전달하든 말든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한다"며 "동맹을 어떻게 할지부터 생각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여태까지 살아 왔던 발전, 안보, 이념의 조건이 모두 무너졌다. 동맹의 틀 안에서 뭘 해보자고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생존과 번영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 성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배경에 대해 이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하면서 돈을 풀었고 이게 전부 인플레,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는 소수 인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타격을 줬다. 잘사는 사람들은 실질임금소득이 높아졌지만 못사는 사람들은 임금 소득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며 미국 내 경제적 상황이 트럼프의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그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대선 후보로는 적절하지 않은 인사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해리스가 여성이라 낙선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리스는 2020년 당내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고 2028년 잠재적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았으며 정치 철학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민 문제만 해도 합법적 이민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미국 내 60% 정도였는데 해리스는 초당파적으로 만든 이민법안을 트럼프가 부결시켰다는 것으로 대응했다. 현실을 무시하고 '우리는 돌아가지 않는다'라고만 했는데, 대체 어디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며 "(해리스 후보 슬로건이) 앞으로 나간다고 하는데 어떻게 갈 것인지도 설명을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대표적인 것이 가자 전쟁이다. 해리스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가 원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데, 그건 최종 목표이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나와야 하는데 이 부분이 없었다"며 "이건 정치인으로서는 낙제점"이라고 일갈했다.
트럼프 시대 대외 정책에 대해 이날 토론에 참석한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한국의 진보 세력은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부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것을 기대하는데, 합리적인 면이 있지만 2019년 북한이 하노이에서 미국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받더라도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잠정 인정, 제재국면 탈피 등을 요구할 것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을 보고 조급할 것"이라며 "트럼프도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북한 문제라고 한다면 빨리 만나려고 할 것"이라고 북미 정상 만남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역시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는 북한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 총장은 "임기 초부터 역량 과시를 위해 러-우 전쟁 종식에 집중할 것"이라며 "방법은 미국과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하고 휴전협상을 중재하며 일부 대러 제재를 철수하는 등 한 마디로 러시아가 바라는 종식 방법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양 총장은 "북미대화는 18년처럼 진전하기 쉽지 않다. 또 미국 입장에서 대외 우선순위가 우크라이나 문제, 중동문제, 중국 견제 순서라는 점에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북미 간 정상) 회담이 재개되면 트럼프는 김정은과 친목을 이유로 탑다운 방식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여기서 윤석열 정권은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자유주의 가치를 토대로 한 한미동맹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나, 일단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총장은 또 "한미일 안보협력이 바이든 정부의 성과라는 측면에서 트럼프는 아주 소극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대중견제에 효과적이라고 판단 시에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국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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