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75만원 떼인 외국인 계절근로자…인권위 "인신매매, 제도 개선해야"

정부에 '제도 법적 근거 마련', '업무협약 주체 국가·광역지자체로 상향' 등 권고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입국 중개 브로커에게 매월 급여에서 75만 원을 통장 자동이체로 떼이는 등 피해를 입은 데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신매매' 피해로 판단하고 정부에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필리핀 A시와 한국 H군의 지자체 간 업무협약(MOU)을 통해 계절근로자로 입국한 피해자들이 중개업자(브로커)에 의한 여권 압류, 임금착취 등 인신매매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제도의 허점과 관계기관의 관리감독 부실 등 문제를 지적하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법무부, 관련 지자체 등에 제도 개선 및 재발방지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이번 권고는 지난 1월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이 낸 '지자체 등의 관리감독 미흡으로 인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인신매매 피해' 진정 사건에 대한 것이다.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보면, 피해자들은 본국 거주지 시청에서 브로커 J씨가 운영하는 업체가 연 홍보행사에 참여한 뒤 해당 업체의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고 H군에 계절근로자로 입국했다. 이후 피해자들은 매월 급여일 J씨에게 75만 원이 송금되도록 설정된 한국 통장을 개설했고, 여권도 압수당했다.

인권위는 "진정 접수 후 실태조사 결과, H군에서 임금착취 49건, 통장압수 7건, 근무처 변경허가 위반 1건, 임금체불 1건, 폭행(폭언) 1건이 보고됐다"며 "이를 계기로 H군의 책임을 비롯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전반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각 관계기관에 개선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 △정책수립 및 제도운영 주무부처 조정, △계절근로자 제도 법적 근거 마련, △제도 공공성 강화 및 업무협약 체결 주체를 국가 또는 광역지방자치단체로 상향, △제도 투명성 강화를 위한 관련 정보 공개 및 제도개선에 전문가 참여 보장 등을 개선 권고했다.

이어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피해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 △계절근로자 인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 지침 마련을, H군수 및 광역지자체장에게 △인권상황 정기 조사 및 조치사항 공개, △제도 운영 과정에서 브로커 개입을 배제하고 사업 직접 수행을 위한 인력보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중개업자가 각 지자체의 계절근로자 제도 운영에 깊이 관여하며 계절근로자에 대한 인신매매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관계기관이 보다 긴밀히 협력해 이같은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파종기·수확기에 계절적으로 발생하는 농·어촌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국내 기초지방자치단체 또는 농협 등이 외국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주노동자를 유치하는 제도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모집은 고용노동부가 현지에서 직접 이주노동자를 모집하는 '고용허가제'와 달리 통상 민간 브로커를 통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브로커에게 과도한 중개수수료를 지급하고, 임금을 떼이는 등 피해를 입는 일이 빈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와 관련한 브로커 활동 등에 대한 규제는 법률이 아닌 법무부의 계절근로자 운영지침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제도 운영을 전담하는 정부기관도 없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도 현지에 직접 인력을 파견할 여력이 안 된다는 등 이유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모집을 민간 브로커에게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 경기 파주 한 비닐하우스 농가에서 이주노동자가 물에 잠긴 비닐하우스 사이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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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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