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남지사가 '누구'라고 밝히기 어려운 '누구'는 과연 '누구'일까

[제2중앙경찰학교 최적지 남원] 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제2중앙경찰학교(제2중경) 설립을 둘러싼 정부의 입장이 아리송하다. 경찰청이 올 11월 중 '제2중경' 설립을 위한 최종부지 선정을 앞두고 느닷없이 연기를 한 것부터 고개를 갸웃갸웃 하게 만든다.

경찰청은 지난 18일 전북 남원시와 충남 아산시·예산군 등 3개 지자체와 화상회의를 갖고 '제2중경' 설립을 위한 최종 후보지 선정을 2025년으로 연기했다.

경찰청은 이날 "올해는 제2중경 설립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2025년에 연구용역을 통해 비용편익(BC) 분석 등을 거쳐 타당성이 있는지 확인한 후 최종 부지선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는 후문이다.

▲2023년 신임경찰 311기 중앙경찰학교 졸업식 ⓒ중앙경찰학교

경찰청의 말대로라면 '제2중경' 설립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덜 형성됐다는 뜻이다. 제2중경 유치 예선전에만 전국에서 47개 기초단체가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아직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최종부지 선정을 연기한 것은 경찰청의 모순이다.

47개 단체는 수도권(66곳)를 제외한 비수도권 162개 기초단체의 정확히 29.0%이다. 너무 열기가 뜨겁고 경쟁이 과열로 치달아 결정을 뒤로 미루는 것 아닐까? 지역에서는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다.

경찰청이 최종 부지선정 시기와 절차, 방식에 대해 추후 안내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3개 유력 후보지 입장에서는 마뜩지 않다.

당초 최종부지 선정은 올해 11월경으로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경찰청의 추후 안내 방침은 새로운 절차와 방식을 정하겠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렇게 되면 3개 지자체 공히 혼란과 논란 속으로 휘말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역민들의 주장이다.

경찰청은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3개 지자체 입장에서는 길고 치열한 싸움을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이 됐다.

전북은 남원이 최적지라고 강조하는데 충남은 충남이 경쟁력 있다고 주장한다. 아산시는 아산시가, 예산군은 예산군이 각각 최적지라고 웅변하고 있다. 경찰청이 어떻게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난제를 풀어갈지 걱정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꼬리가 이어지는 질문의 다른 사례는 10월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전북 정치권의 입을 통해 나왔다.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지난 8월 23일 "누구라고 밝히기는 어렵지만, 어제(22일) 최고 결정권자에게 전화해서 전국에 뿌리지 말고 시설을 집적화하라고 촉구했다"고 충남지역 일간지가 보도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을)이 공식 감사석상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한병도 의원은 "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선정의 최종 결정권자는 경찰청장이다"며 "그런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청장에게 물어보니 본인은 (김태흠 도지사로부터) 전화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질문하는 한병도 전북 익산을 국회의원 ⓒ한병도 의원실

한병도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이런 상황을 설명한 후 "김태흠 도지사는 누구에게 전화하셨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인가, 혹은 정진석 비서실장인가? 그것도 아니면 거짓말을 하셨는가?"라고 공개 질의하기도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와 관련해 "우리 지역에 어떤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누군가를 찾아가고 협의하는 부분은 도지사로서 마땅한 본분이지 이게 공정하지 못하고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금 (한병도 의원도) 전북을 위해 말하고 영호남 시·도지사가 동참한 것 공감하지 않나. 공모에 선정될 수 있도록 (도지사로서)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역 일간지가 보도했다.

한병도 의원은 이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과 절차로 겨루는 것을 '경쟁'이라 하고 이를 거부하고 결정권자에게 전화해 외압을 요청하는 것을 '반칙' 혹은 '부정 청탁'이라 한다"며 "부정 청탁을 시도하고도 '도지사로서 마땅한 본분'이라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강공의 발언이 한 차례 휩쓸고 갔지만 김태흠 충남지사가 '누구'라고 밝히기 어려운 '누구'가 과연 '누구'이냐는 한병도 의원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제2중경' 유치와 관련해 전북 정치권과 전북도의 역할론이 희미한 것도 의문이다.

충남이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전북은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지역사회에서 번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 등 전북 정치권이 기자회견을 열고 제2중앙경찰학교의 남원 유치 필요성을 역설한 이후 공식석상에서 전북 설립 당위성을 주장한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푸념이다.

전북자치도는 '제2중경'이 남원시에 설립되면 3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 및 300여명의 상주 인력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9.30 회견'에서 전북 정치권은 "남원의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는 단순한 지역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현명한 결정을 촉구했지만 그 이후엔 내적 노력을 하고 있는지 외형적으로는 조용한 풍경이다.

▲국민의힘 전북동행 국회의원들과 전북특별자치도 간 정책간담회가 28일 열렸다. ⓒ국민의힘

그러는 사이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전북동행의원-전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남원시가 경쟁력이 제대로 갖춰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남원이) 경쟁력을 갖출 경우 (남원 설립에) 함께 힘을 실어주겠다"고 말했다고 조배숙 국민의힘 전북자치도당위원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전했다.

추경호 원내대표의 말은 '경쟁력을 갖출 경우'라는 조건을 붙인, 일종의 '조건부 지원론'을 피력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말 그대로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따뜻한 격려의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남원시가 경쟁력을 갖추지 않았다는 말인가?"라는 의구심도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진의를 무시하고 말 꼬리를 잡는 풍토는 개선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래저래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을 둘러싼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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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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