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부사장 "피폭 사고 반성"…野 "피폭이 '질병'? 이재용 구하기"

윤태양 "잔소리 많이 듣고 있다"…野 "부상 아닌 '질병' 주장은 피폭 노동자에 대한 2차 가해"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 사업장에서 발생한 피폭 사고와 관련해 "뼈저리게 돌아보고 반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은 삼성전자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에 '부상'이 아닌 '질병'으로 보고한 점, 대형 로펌 변호인단을 선임한 점 등을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 '이재용 회장 구하기' 일환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 부사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환노위원들로부터 피폭 사고와 관련해 집중 질타를 받았다.

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사고와 관련해서 지난 10월 7일 이 사고는 부상이라고 해서 판단을 내렸는데, 윤태양 부사장님께서는 지난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끝까지 안 하신 것으로 안다. 관련 법령 해석을 받으셨느냐"고 물었다.

윤 부사장은 "복수 법무법인의 검토를 받았다"며 "그 부분에 관해서 깊이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김태선 의원이 "아직 결론을 못 내리신 것이냐. 삼성에서는 질병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 아니냐. 거기에 맞추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윤 부사장은 거듭 "깊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노동부는 최근 이 사건을 '중대재해'로 판단하고, 삼성전자 측에 발생보고를 요청했다. 삼성전자 측은 그러나 이번 피폭 재해가 '부상'이 아닌 '질병'에 해당해 법적으로 중대재해가 아니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태선 의원은 "상식적으로 피폭 사고를 누가 질병이라고 생각하느냐. 국민들이 수긍할 수가 없다"며 "세계 일류를 꿈꾸는 대한민국 일이 삼성에서 상식적인 부분을 가지고 이게 질병이라고 얘기를 하면 이게 누가 받아들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법리적 쟁점으로 끌고 가는 것은 삼성한테 오히려 안 좋다. 설사 법령 미비점으로 질병이라 한다 하더라도 삼성에서는 '부상에 가까울 수 있다'라고 도의적인 부분에서 말씀하실 수 있다고 본다. 그게 오히려 떳떳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질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지금 피해 피폭 노동자들을 오히려 더 2차 가해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것은 또 다른 산업재해 중의 하나라고 본다"고 했다.

윤 부사장은 "저희가 부족한 부분은 (피폭 피해 노동자들에게) 더 사과드릴 것이고 이런 것과 무관하게 정말 재해자의 치료 그리고 보상 그리고 재발방지대책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지금 시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위원님 말씀하신 것처럼 끝까지 책임지고 그런 인과관계 이런 것들을 따지지 말고 잘 케어해라(돌보라)는 명령으로 저는 받아들이고 있다. 끝까지 잘 기억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작업자는 '13년 동안 같은 작업장에서 열심히 똑같은 일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은 장비의 불비 문제'라고 했는데, 해당 부서장은 '설비 인터락(안전 장비)을 간과한 것'이라며 사고의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윤 부사장은 "말씀하신 보고서는 초기에 해당 부서에서 작성하던 것이고 제가 보고를 직접 받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 내 공식적으로 보고된 것이 아니"라면서도 "재해자들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그 부분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학영 의원은 "삼성전자의 부실한 안전관리 시스템이 이번 피폭 사고를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정말 엄밀하게 구체적으로 대비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윤 부사장은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생기고 나서 재해자들이 일했던 것을 한번 다 짚어 봤다. 최선을 다해서 설비를 살리려고 했던 노력들이 느껴졌다"며 "켜진 채로 작업이 됐더라도 인터락이 딱 작동을 해서 이걸 잡았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 것에 관해서 정말 뼈저리게 돌아보고 반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재해자들이 정말 아픔 있는 것들 그리고 가족들에 너무 죄송하고 임직원들도 많이 놀랐고 국민 여러분들께도 많이 놀람을 드린 것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렇게 조치를 하겠다.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또 "그런 부분들에 관해서 전문 지식이 있는 분들을 모셔서 정말 잔소리를 많이 듣고 이런 것들을 토대로 현장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정말 다른 오해가 있었다면 죄송하고 저희들이 최선을 다해서 그분들의 잔소리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안전한 현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이재용 회장의 책임 소재를 추궁했다. 이용우 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에게 보고하고 관련해서 신속하고 책임 있는 조치 등 대책 마련 지시를 받았느냐"고 물었다.

윤 부사장은 "제가 CSO(최고안전책임자)로서 보고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보고하지 않았고 지시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용우 의원이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 총괄 의사결정권자 아니냐"고 하자, 윤 부사장은 "제가 안전과 보건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이용우 의원은 "삼성전자 정도 되는 기업에서 4개의 대형 로펌을 동원해서 아마 수억 원 정도의 수임료가 지출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의견서 제출하면서 대응을 하는 게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이게 중대재해로 규정이 됐을 때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경영책임자로 포섭이 될 수 있는 이재용 회장 구하기 일환으로 처음부터 대응하고 있다고 저는 그렇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서 업무상 질병 주장을 더 이상 고집하지 마시고 중대재해를 받아들이시고 대책 마련에 집중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부사장은 "최근에 관련 기관들의 결정을 포함하고 오늘 위원님들께서 주신 말씀 포함해서 깊이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과 안종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연합뉴스

피폭 피해자들이 '부상'으로 산재를 신청했음에도 '질병'으로 임의로 변경해 승인한 근로복지공단도 야당 위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용우 의원은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향해 "업무상 부상으로 신청한 사건인데 공단 차원에서 임의적으로 질병으로 변경 승인했다. 질병으로 임의 변경해서 승인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어떤 의지가 작동을 했다, 공단이 아주 잘못된 선(先)판단을 했다, 이렇게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공단이 이렇게 매우 이례적인 방식으로 변경 승인을 한 것은 (박종길 이사장이 과거) 삼성전자 출신 이사장이기 때문이라는 오해를 충분히 살 만하다"며 "더 나아가서는 삼성전자의 입맛을 미리 배려한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행정의 신뢰성을 매우 저하시키는 그런 행태"고 했다.

박종길 이사장은 "이번 경우는 급성중독이라고 하는데 사고인지 질병인지 판단한 것은 매우 어렵다"며 "그렇다고 해서 이게 질병이라고 이야기는 하지는 않겠다. 저희들도 이번에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직원들도 이 부분이 중대재해법하고 연결된다는 것을 잘 몰랐다는 부분은 잘못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전에 이 부분을 의도했거나 안 그러면 누구의 압력을 받았거나 이런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을 국정감사장 앞에서 다시 한번 제가 확실히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한편 이날 환노위는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로 구속 중인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만장일치로 발부하고 오는 25일 오후 1시30분까지 국감장에 출석하라고 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노동부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박 대표는 사유서에서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가 직접적으로 연관돼 답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회에서의 답변 내용이 향후 수사 및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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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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