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정보는 넘치나 지혜는 부족한 시대의 '진짜' 인문 여행기

[최재천의 책갈피] <홀로 중국을 걷다> 이욱연 글

중국의 루쉰을 통해 한국 사회에 종을 울려온, 저자 이욱연이 중국을 걷는다. 홀로 걷는다. 때론 홀로 마신다.

"책은 홀로 중국을 걸은 사념의 발걸음을 기록한 것이다. 삶의 위대함과 찬란함을, 삶의 고단함과 비루함을 생각하면서 홀로 걸었다."

"베이징의 겨울은 너무 춥다. 이런 겨울을 나려면 독한 술(이과두주)에 솬양러우(양고기 요리)를 먹어야 한다. … 베이징에 가면 지금도 <둥라이순>에 들른다. 혼자서도 간다."

이욱연은 지식인이다. 하지만 그가 걷는 길은 지식의 길이 아니다. 지혜의 길이다.

"지식과 정보는 넘치지만, 지혜는 부족한 시대다. 진정한 인문 여행이란 지식을 축적하는 여행길이 아니라 삶을 통찰하는 지혜를 얻는 여행길이다."

사실 알고보면 '지식과 지혜는 하나가 되기는커녕 서로 관련없을 때가 많다. (윌리엄 코퍼)' 이욱연은 동북아시아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역사, 음식, 문학, 영화 등을 뒤져가며 인문학적으로 탐색한다. 삶의 지혜를 이끌어낸다.

이욱연은 홀로 걸으며 중국을 읽는다. 변검(가면술)의 얼굴이 아닌 진짜 얼굴을 읽는다.

"중국 민중은 늘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었다. 유약자柔弱者의 생존법은 물 같고 풀 같아야 한다는 것을, 물이나 풀처럼 부드럽고 유연하고 견뎌내고 질겨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숱한 고난의 삶 속에서 터득했다."

그리곤 중국을 안다고 과장하는 누군가에게 넌지시 건넨다. "수면 위로 드러난 규칙이나 규정만 보면서 그것이 전부라는 생각으로 중국을 읽고 중국인을 대하다가는 결국 실패한다."

이욱연은 한국과 중국의 사람들 간에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쓴다.

2023년 부산의 어느 판사가 노숙인의 범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며 책을 한 권 건넸다. 책 사이에는 10만원권도 한 장 들어 있었다. 이때 판사가 건넨 책은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인생>.

이욱연은 묻는다.

"이 소설이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중국인의 삶의 철학이 담긴 소설이 부모도 잃고 집도 없이 생의 절반을 노숙으로 산 노년의 한국인에게 국경을 넘어 공감을 주고, 그의 힘든 삶을 위로해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하얼빈에 들른 이욱연은 꿈꾼다. 안중근 의사에게서 경험과 지혜를 빌어온다. "동아시아 평화없이 한국 평화없다." 그리곤 멈춘다.

▲<홀로 중국을 걷다> 이욱연 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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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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