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30명 사망한 허리케인도 선거 이용…"정부, 이민자에 지원금 지급"

당 내서도 "머리 검사 받아야" 비판…부시·오바마, 허리케인 대응으로 명암 갈리기도

지난달 2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헬린에 이어 9일(이하 현지시간) 허리케인 밀턴이 미국 플로리다주에 상륙해 피해가 막대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일부가 관련해 거짓 주장을 퍼뜨리며 재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시도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 허리케인 밀턴 대응에 관한 연설에서 "지난 몇 주간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허위 정보와 노골적인 거짓말이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끈질기게 유포되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거짓말 공세를 주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폭풍 피해 주민들에 750달러(약 101만원)만 지급되고 이를 갚지 못하면 재산이 몰수될 것이라는 주장, 재난 자금이 이주민에게 전용되고 있다는 주장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거짓 주장이 "더욱 기이해지고 있다"며 "조지아주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연방하원의원은 이제 연방정부가 말 그대로 날씨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순간 붉은 주(공화당 지지 주), 푸른 주(민주당 지 주)는 없다"며 이러한 거짓 주장이 "구조 및 복구 작업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규탄했다.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대형 허리케인이 연이어 닥치며 재해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거짓 주장과 음모론이 소셜미디어(SNS)에 빠르게 퍼졌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부 공화당원이 이를 적극 퍼뜨리며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9일 상륙한 허리케인 밀턴 이전에도 지난달 허리케인 헬린이 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을 할퀴며 23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가 허리케인 헬린 대응 관련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750달러만 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본 적도 없는 외국엔 수백억 달러를 보내고 있다", "카멀라(해리스 미 부통령)가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 자금 수십억 달러를 불법 이민자 주거를 위해 다 썼다" 등 혐오를 부추기는 거짓 주장을 계속해 왔다.

750달러 지원금은 식량, 물, 비상 용품 구입을 위한 긴급 지원금이고 갚을 필요가 없다. 이재민들은 향후 최대 4만2500달러(5700만원)의 임시 주거와 주택 수리비를 포함해 추가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다. FEMA의 재해 구호 기금과 이민자 지원 예산은 별도로 관리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가 재해 구호에서 공화당 지지 지역을 차별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공화당 (지지) 지역 주민들이 매우 나쁜 대우를 받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물도 못 받고, 아무 것도 못 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고 바이든 대통령이 허리케인 헬린 피해 지역인 조지아주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 브라이언 켐프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거짓 주장했다. 켐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린 의원은 한술 더 떠 지난 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허리케인 피해 지역과 정치적 성향을 함께 표시한 지도를 게시하고 "그들은 날씨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쳐 공화당 내에서까지 비판을 받았다.

허리케인 밀턴이 직격한 플로리다에 선거구를 둔 소방관 출신인 카를로스 히메네스 공화당 연방하원의원은 9일 소셜미디어에 그린 의원의 해당 게시물을 인용하며 "인간은 허리케인을 만들거나 통제할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머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허리케인 헬린 피해를 입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공화당 소속 척 에드워즈 연방하원의원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날씨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며 그린 의원 주장을 반박했을 뿐 아니라 "FEMA 재난 자금이 국경 (이민자) 원조나 외국 원조에 전용되지 않는다", "재난 생존자들에게 750달러만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 주장까지 반박했다.

연이은 재해 상황에서 FEMA는 거짓 정보 범람 탓에 사실 확인 사이트까지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 ABC 방송에 따르면 FEMA의 디앤 크리스웰 청장은 8일 기자들에게 거짓 정보 유포 수준이 "지금까지 본 것 중 최악"이라며 이러한 허위 정보가 직원과 자원봉사자의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신청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앞두고 거짓 정보가 유독 기승을 부리는 것은 허리케인 대응에 따라 집권당에 대한 반응이 크게 갈렸던 전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800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을 받은 뒤 하락세를 탄 조지 W 부시 행정부 지지율은 임기 말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반면 2012년 10월,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닥친 허리케인 샌디에 당시 피해 지역인 뉴저지주의 공화당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와 협력해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미 NPR 방송은 당시 출구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며칠 전에 마음을 결정한 유권자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었음이 드러났고 응답자 15%가 허리케인 대응을 투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AP> 통신에 따르면 9일 오후 8시30분께 플로리다 서부 새러소타 해안 인근에 상륙한 허리케인 밀턴은 시속 160km가 넘는 풍속으로 플로리다 반도를 가로지르며 동진했다. 밀턴으로 인해 플로리다에 150~460mm에 달하는 비가 예상된 가운데 서부 해안 지역 세인트피터즈버그엔 41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고 수도관이 파손돼 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플로리다 전역 300만 이상의 가구 및 사업장에 전기가 끊겼다.

밀턴 상륙 전 9일 오전부터 이미 폭우와 토네이도가 플로리다 전역을 강타하며 플로리다에서 125채의 주택이 파손됐다. 대부분 노인들이 거주하는 이동식 주택이었다. 당국은 서부 해안 주민 550만 명에 대피를 촉구했다.

3등급 폭풍(풍속 178~208 km/h)으로 상륙한 밀턴은 상륙 뒤 90분 만에 2등급(풍속 154~177 km/h)으로 힘이 떨어졌고 10일 오전으로 넘어가며 1등급(풍속 119~153 km/h)으로 격하됐지만 여전히 10일 오전 4시 기준 여전히 시속 135km의 바람을 동반해 플로리다 중부 내륙 올랜도 인근을 지나고 있다. 밀턴은 10일 중 플로리다 반도를 빠져나가 대서양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상륙한 허리케인 밀턴으로 인한 폭우로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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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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