쿱인덱스를 활용한 협동조합 평가의 중요성

[쿠피 리포트] 협동조합의 성과측정 ①

상부상조로 조합원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협동조합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십시일반' '상부상조'와 같은 다정한 말들은 서로 돕고 살아온 인류의 지혜와 삶의 철학이 담겨있다. 서로 도와서 더 나은 결과는 만드는 일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한 전략일 것이다. 협동조합은 이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조직으로 조합원들의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조합원들은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협동조합에 참여하며, 협력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자 한다. 혼자서는 이루기 힘든 목적을 협력과 상호부조를 통해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협동조합 운영은 쉽지 않고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의 열매를 만끽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협동조합의 실패요인으로는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로 설립, 결사체로서의 조합 운영 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 사업 수익에 대한 비즈니스모델의 부재 등을 꼽고 있다(김은혜, 김성미, 2020). 레이들로 박사는 협동조합의 성장과 생존의 대부분은 협동조합을 규정하는 특성을 얼마나 충실히 따르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레이들로, 2015). 협동조합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협동조합의 조직 특성을 이해하고 장단점을 고려하는 것이다. 잘 되는 협동조합을 만들려면 협동조합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다움을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만들어서 협동조합의 성장과 성과로 이어지게 할 것인가.

협동조합 진단평가의 중요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잘 되는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 상태, 비즈니스모델, 매출과 영업이익, 강점과 약점 분석 등 다양한 진단을 통해 협동조합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때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것이 조합원의 협력이다. 왜냐하면 협동조합은 조합의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조합원이 자율적으로 결성한 결사체이자 사업체이기 때문이다. 조합원의 협력과 참여가 없다면 협동조합은 성공하기 어렵다. 이것이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이 갖는 한계이자 장점이다. 그래서 협동조합의 평가에서 조합원의 평가는 매우 중요한 항목이며, 이런 조합원의 주관적 평가를 위한 진단 도구 중 하나가 쿱인덱스다.

쿱인덱스는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진단 도구로 조합원이 자신의 협동조합이 정체성을 잘 준수 하고 있는지, 협동조합답게 잘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주관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방법이다.(☞ 관련 기사 : '쿠피 리포트' 2023년 11월 11일 자 ''조합원'인 나는 협동조합의 주인인가?')

2019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통해 수정, 개발 연구가 진행되었고, 쿠피협동조합은 2019년, 2022년, 2023년 연구용역 사업을 통해 쿱인덱스 모델의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쿱인덱스는 조합원을 협동조합 평가 과정에 참여시키고, 조합원이 자신의 조합에 대해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조합원은 협동조합의 소유자, 운영자, 이용자이기에 조합원이 자신의 협동조합을 평가하고 협동조합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쿱인덱스에 참여했던 조합의 진단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시사점과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협동조합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

쿱인덱스 평가에 참여했던 협동조합 중 A 협동조합이 있다. 2017년에 설립된 돌봄 사업을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이들은 세 차례에 걸쳐 쿱인덱스에 참여했다. 매회 전체 조합원의 50%가 넘는 백 명 이상의 조합원이 평가에 참여했으며, 평가 후에는 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조합 임원 워크숍도 진행하였다. 협동조합 조합원에 의한 자가 진단의 의미와 가치를 잘 알고 있으며, 조합 운영에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도 높은 조합이다.

쿱인덱스에서 측정하는 지표는 협동조합가치지표(CVI), 협동조합원칙지표(CPI), 조직성숙도지표(OMI), 조직신뢰도지표(OTI)이다. 2022년도 참여조합 73개 협동조합의 4개 지표 평균을 비교해 보면 '협동조합가치' 지표가 4.32로 가장 높고 '조직성숙도' 지표가 3.96으로 가장 낮음을 알 수 있다.

▲ 2022년도 쿱인덱스 연구용역 참여조합의 4개지표 평균 비교. 5점 만점 척도로 진행됨. (출처: 쿠피협동조합)

그러나 A 조합은 4개 지표 중 조직성숙도지표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조직시스템, 조직분위기, 성과의 3개 영역을 평가하는 조직성숙도 지표는 우리 협동조합에 대한 만족도와 성숙도를 묻는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참여 조합에서 가장 낮은 지표를 받은 영역을 A 조합은 매년 우수점수를 받았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할까.

조합 임원들과 진행한 워크숍을 통해 이런 결과가 가능한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 보조 등 돌봄 관련 일을 하는 조합원들은 피곤한 일과 후에도 조합의 행사와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 모여서 회의하기, 김장 나눔과 같은 지역 활동 동참하기, 조합 총회 참석하기 등에 적극적이었다. 조합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추가 출자 등 경제적 참여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협동조합 운영의 기본 지침인 7원칙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조합의 이런 분위기는 조합 이사회와 사무국의 헌신적인 노력, 조합원 교육 등 협동조합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바탕이 되었다. A 조합은 자체 건물을 건립하는 등 경제적 성과도 내고 있다. 협동조합다움, 협동조합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경제적, 사회적 성과로 연결됨을 보여주었다. 일상이 바쁜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의 주인으로서 자신을 자각하고 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조합은 조합원의 지위 향상이라는 목적을 이루어 내고 있었다. 쿱인덱스에 나타난 결과는 A 조합의 성과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지표가 될 수 있으며, 조합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되고 있다. 잘되는 협동조합을 위해서는 조합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A조합 임원 워크숍에서 진단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필자(출처: 필자 직접 사진 제공)

협동조합의 일치된 힘을 모아서

쿱인덱스 진단에 적극 참여했던 B 조합은 2014년에 설립된 사업자협동조합이다. 수백 명의 조합원이 두 차례에 걸쳐 쿱인덱스 진단에 참여했다. B 조합은 고령자가 많은 농촌에 위치한 협동조합이다. 온라인 설문에 참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와 사무국의 노력으로 평가가 진행되었다. 조합원 평가가 중요함을 인식하고 이들의 의견을 듣고자 애쓴 과정 자체가 협동조합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 조합원의 60% 이상이 60대 이상이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인 조합이었다.

B 조합의 4개 지표의 점수는 관심 필요 등으로 높지는 않았다. 그러나 설문에 대한 조합원의 응답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를 나타내는 응답일치도는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모든 지표가 90% 이상의 응답일치도를 나타내 조합원들이 조합을 바라보는 시각이 유사함을 알 수 있었다. 조합원들의 생각이 균일하다는 것은 조합원의 단결된 힘을 발휘하기 좋은 조건이며 이 힘은 협동조합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조합원은 협동조합에 출자하고, 조합 사업을 이용하며, 조합 운영에도 참여한다. 단결된 조합원이 조합에 적극 관여할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협동조합은 혁신과 도전을 통해 성장한다. 쿱인덱스 평가에 참여해 조합원의 의견을 솔직히 듣는 것은 혁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조합원의 목소리를 듣고자 애쓴 B 조합의 적극성과 노력은 더 나은 협동조합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협동조합의 임원과 직원의 시선

쿱인덱스 진단은 주로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나 C 조합은 임원과 직원 그룹이 따로 진단에 참여하였다. 각 그룹별 진단을 통해 우리 조합의 현주소를 보다 명확히 알고자 하는 조치였으며, 유의미한 차이와 결과가 나타났다. 4개 지표에 대한 설문 결과 '협동조합가치' 지표에 대해서는 비슷한 결과 나왔지만, '협동조합원칙' 지표, '조직성숙도' 지표, '조직신뢰도' 지표에서는 직원 그룹의 점수가 더 낮게 나왔다. 그리고 응답일치도의 경우 직원 그룹이 더 높게 나와 조합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입장이 비슷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조직성숙도지표 중 전략과 이사회의 역량에 대한 점수는 두 그룹간 차이가 커서 이에 대한 대책을 잘 수립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C 조합처럼 직원과 임원 그룹의 평가를 나눠서 해봄으로써 조합의 현황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협동조합에서 직원과 임원의 역할은 다르고 입장도 다를 수 있다. 협동조합을 둘러싼 각 그룹들의 주관적 평가를 위한 방법으로 쿱인덱스가 유효함을 알 수 있었다. 협동조합을 둘러싼 그룹간 차이는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쿱인덱스를 활용해 협동조합 운영의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쿱인덱스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

쿱인덱스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협동조합들의 긍정 응답이 가장 낮았던 질문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긍정 응답이 낮았다는 것은 그만큼 협동조합에게 어려운 과제란 뜻이기도 하며 이런 부분을 잘 헤쳐나간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협동조합원칙지표 중 제5원칙 '교육훈련과 정보제공', 조직성숙도지표 중 '전략'과 '이사회의 역량'에 관한 문항을 거의 대부분의 조합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생각하여 낮은 점수를 기록했고, 협동조합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협동조합원칙지표 중 제5원칙 '교육훈련과 정보제공', 조직성숙도지표 중 '전략', '이사회의 역량'에 관한 문항 (출처: 쿠피협동조합)

조합원에 대한 교육훈련과 정보제공, 조합원 임원들로 구성된 이사회의 단결과 혁신, 조직의 비전을 위한 전략 수립은 협동조합이 정체성을 지켜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중요하지만 여전히 숙제라는 것이 쿱인덱스 진단 결과 그대로 드러났다.

쿱인덱스는 조합원의 시선에서 조직을 돌아보게 해주는 중요한 지침이자 도구이다. 쿱인덱스는 잘 되는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이들에게 아프지만 소중한 진실을 보게한다. 어렵지만 지치지 않고 혁신하고 성찰하는 협동조합인들을 응원하며 쿱인덱스 참여를 통해 협동조합의 성장과 도약을 시작해 보길 권한다.

* 참고자료

- 김은혜, 김성미. (2020). 국내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협동조합 실패사례 연구. <한국비영리연구>. 19(1). 19-36.36. A. F. 레이들로, <21세기의 협동조합>, 알마, 2015.

* 글을 쓴 정유리 연구원은 협동조합을 연구하는 지식생산자들이 함께 소유하고 관리하는 쿠피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성공회대학교 대학원에서 협동조합경영학을 전공하였으며 협동조합 원칙준수와 조직성과에 관한 연구로 졸업논문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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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피협동조합

쿠피협동조합(CoopY)은 협동조합 지식 생산 및 공유를 위해 성공회대학교 교수진, 협동조합경영학과 대학원생, 경영학부생이 중심이 되어 2013년에 설립된 협동조합입니다. 협동조합을 연구하는 지식생산자들이 함께 소유하고 관리하는 협동조합으로서, 사회적 경제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고 협동조합 간 협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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