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동에게 자기 정보 주지 않는다? 이건 아이를 두 번 죽이는 것

[보호출산제로 보호받는 고통]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입양 정체성’ 형성 무너뜨려

2002년 월드컵 열기로 뜨거움을 안고 태어나 오필승으로 불리던 아이를 2003년 3월 우리 가족으로 맞이했다. 어린아이가 생긴 집은 활기로 가득 찼고 10살 위의 형은 동생이 생겼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부모 양측의 집안 모두 새 가족이 생김을 축복했고 주변에서도 우리 가족의 결정을 응원했다. 모든 가족이 그렇듯 우리 가족도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어려움을 나누며 22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우리 가족을 포함한 모든 입양가족의 희로애락은 밖으로는 입양과 입양인에 대한 편견, 안으로는 입양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생겨난다.

밖에서 오는 편견은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다.", "입양부모가 아무리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도 나중에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 찾아간다.", "부정하게 태어난 아이니까 입양을 보냈겠지" 등이다.

안으로는 외부의 편견이 무서워 직계가족이나 친척, 주변 이웃은 입양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입양 자녀가 받을 상처를 생각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문제다.

외부적 편견은 1999년 입양홍보회가 출범하면서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입양홍보회는 공개입양의 중요성을 사회에 드러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입양가족이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입양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옅어져가고 있다.

▲반철진 입양연대회의 대표와 반순범(오필승)씨가 과거 가족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KBS 시사기획 창 갈무리

입양홍보회는 '반편견 입양교육'을 통해 입양에 대한 편견 해소 및 생명에 대한 존귀함을 강조했고, 그 결과 입양이 가족이 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지난 20여 년간의 변화 속에서 우리 가족은 사회적 편견의 시선을 많이 받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

20여 년간 입양부모로 살아오면서 부모가 되는 방법이 세 가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반적인 부모는 출생과 양육으로, 친생부모는 출산으로, 입양부모는 양육으로 부모가 된다는 점이다. 입양부모는 아이를 낳지 않았지만 키워야 하는 존재다.

우리 부부도 입양한 둘째를 잘 키우자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해야 '잘 키우는지'는 알지 못했다. 첫 아이를 낳고 아이를 잘 키워야지 생각하지만 무엇이 잘 키우는 것인지를 모르는 것과 같았다.

입양부모가 입양인을 키우는 데는 자녀를 낳아서 키우는 부모와 같음과 다름이 있다. 입양자녀와 애착을 잘 맺고, 자녀가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 ‧발달할 수 있도록 돕는 부모 역할은 같지만, 입양인이 '입양인의 정체성', 즉 양육포기됨에 대한 수치심 없이 자신에 대한 정당성을 갖고 살아가도록 도와줘야 하는 다름이 있다.

입양인들은 입양부모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입양가족이 자기 가족임을 확신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기 존재 시작의 한 조각을 찾아 온전한 자신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입양인의 정체성'의 시작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보'를 알아야 하는 것이 필수다.

친생자인 큰아이는 "나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궁금하면 물어볼 수 있지만 내 동생은 그렇지 못하네"라고 한 적이 있다. 입양가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입양됐다는 사실'과 나의 생물학적 부모는 누구이고, 어떻게 생기게 되었고(그것이 비록 부정적인 것일지라도), 생물학적 부모는 왜 나를 낳았고, 왜 나와 분리될 수밖에 없었는지 등의 정보는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이다.

양육포기 이후의 과정, 입양 배경 및 입양 과정 등의 정보들을 가지고 입양부모와 입양인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것을 '입양 말하기'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나를 낳지 않았다는 사실과 나를 낳아준 엄마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입양 자녀에게는 커다란 상실이며 고통이다. 그러나 '입양 말하기'를 통하여 입양에 대한 이해 및 입양으로 인한 여러 가지 감정(상실, 거부감, 죄책감, 수치심, 슬픔, 친밀감, 통제력 등) 및 외부 편견을 잘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입양인은 생부모와 양부모, 두 세트의 부모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통합해가며, 가족의 영원성을 갖고 안정된 모습으로 자기를 실현하며 살아가게 된다.

▲보호출산제가 여성의 모성과 아이의 인권을 지켜주는 법인가. 임신, 출산을 유지하기 힘든 여성의 어려움엔 눈 감고 이 제도 하에서 태어난 아동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권리마저 빼앗긴 이등시민을 만드는 법이다.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 <브로커>

오필승이 우리 가족이 되었던 2003년의 입양법은 친생부모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됐고 입양부모가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하는 체제였다. 그래서 태어난 지 9개월 만에 집에서 출생한 것으로 하고 친할머니, 외할머니를 보증인으로 한 뒤 벌금을 물고 출생신고를 했다.

친생자로 등록됐기에 입양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생모의 존재는 '있으나 없는 존재'가 되며, 입양 자녀에게 입양 부모를 만나기 전의 시간은 없는 것이 된다. 한 인간의 '존재의 시작'이 거짓이 될 수밖에 없는 서글픈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2012년에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친생부모가 출생신고를 하고 입양을 보내도록 했다. 이 규정은 명확하게 생모의 존재가 드러나고, 입양 자녀도 자신의 존재가 생물학적인 부모로부터 시작됐음을 알 수 있게 됐다.

현재의 입양특례법도 입양인과 관련된 정보가 모두 제공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호출산제는 친생부모의 입장만을 생각해 모든 정보 제공을 안 할 수도 있다. 입양인에게는 죽음과 같다. 입양인의 '입양 정체성' 형성을 가로막는 것으로 입양가족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입양인들이 스스로 추론하여 환상과 짐작에 의해 입양 부모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버려짐이나 부적절한 감정으로 삶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입양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부모에 대해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지켜보며 함께 살아온 나도 가슴이 아려진다.

우리집 둘째가 감정적으로 혼란함을 겪으면서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좋았겠다"라고 하거나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는 형처럼 생모와 살고 싶다"며 펑펑 우는 모습을 보면서 위기임산부 지원 및 원가족 지원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아동이 건강하게 태어나 생모와 안전한 사회 보호망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입양대상아동이 최대한 줄기를 소망하며 입양의 사회적 환경과 법과 제도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보호출산제는 법이 나서서 너무 쉽게 친생 부모와 아동을 분리시키려 한다. 보호출산제가 시행된 후 한 달 동안 보호출산을 택한 위기임산부가 16명이라고 한다. 이 16명은 생명을 지켜진 것이 아니라 생모와 아이가 분리된, 즉 '아동의 버려짐'이 선택된 것이다. 친생 부모와 분리됨 또한 아동에게는 죽음과 같은 것이다. 아동이 친생 부모와 분리됨을 쉽게 하는 것, 그리고 아동에게 자신의 정보를 주지 않는 것 이것이 아동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그래서 아동 중심이 아닌 어른들의 이기심 속에서 쉽게 아동을 포기하게 하고 '입양인의 정체성' 형성을 무너뜨리는 보호출산제는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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