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은 옛말이여. 명절이라고 많이 팔기 힘들제라."
12일 오전 광주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북구 말바우시장. 한가위를 앞둔 시장은 분주했다.
물품을 가득 실은 오토바이가 오가고 곳곳에서는 상인들의 호객 소리와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려 장을 보는 사람들의 흥정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시원찮운 매출에 상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제사상에 오르는 조기와 병어, 상어, 홍어 등을 파는 동신수산 김영애씨(54)는 "며칠 지나면 추석인데도 생선들이 팔리질 않는다"며 "생물은 금방 상하니까 손해를 보면서 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몇몇 단골손님들도 '올해는 차례를 간소하게 지내겠다'며 평소보다 적게 사간다"며 "10만원어치 사가던 사람들이 이제는 두세 마리만 구입한다"고 토로했다.
명절 대목에 호황을 누려야 할 축산물도 비교적 조용했다.
정육점 주인 50대 A씨는 "이맘 때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벼야 하는데, 올해는 그냥 단골들만 오는 수준"이라며 "명절이 다가오면 정신없이 바빠야 정상이고 남편도 선물세트 주문을 받고 하루 종일 작업해야 하는 시점인데 한가하다"고 전했다.
마침 고기를 사러 온 임모씨(70대)는 "손자들에게 줄 갈비찜용 고기를 매년 사가곤 했는데, 올해는 손자 가족이 해외여행을 가서 늘 사던 양의 절반만 샀다"고 말했다.
명절마다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인 과일가게도 손님이 뜸했다.
옥희네 과일가게 주인 김수진씨(55)는 "작년보다 가격이 절반인데도 한두 개만 사 가지 박스로 사가는 손님이 없다"며 "날씨가 너무 더워 시장을 찾는 사람마저 줄었다"고 푸념했다.
실제 이날 광주는 체감온도 35도가 넘는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여름보다 더 덥다"며 일찍 자리를 뜨는 손님들도 여럿 보였다.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 한과를 파는 가게도 명절 대목은 '옛말'이다.
할머니 대부터 내려온 한과 가게를 지키고 있는 30대 B씨는 "명절이라 손님은 조금 늘었지만, 대량 구매하거나 선물세트를 찾는 사람은 60~70% 정도로 줄었다"며 "평소처럼 5000원, 1만원어치씩 소량으로 팔고 있다"고 명절 특수가 사라진 현실을 전했다.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손님들 중에는 물건을 들었다가 가격을 듣고 바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너무 비싸다"며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젓는 손님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나마 말바우 시장을 찾은 이들을 위로하는 건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오는 15일까지 이어진다. 말바우 시장에서는 농축산물 구매영수증을 지참하면 3만 4000원 이상, 6만7000원 이상 구매 시 각각 온누리상품권 1·2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상인들은 이 행사를 통해 고객을 조금이라도 더 유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수산물은 포함돼 있지 않아 일부 분개하는 상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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