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제, 무엇을 잃고 무엇을 구했는가?

[보호출산제로 보호받는 고통] 보호출산제는 아동의 모든 권리를 온전히 보호하는가

보호출산제가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정부는 보호출산제를 통해 잃을 수 있었던 아동의 생명을 구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8월 19일까지 보호출산을 신청한 임부는 16명.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이 16명의 아기가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있었고, 이는 보호출산을 신청한 16명의 임부를 잠재적 영아살해범으로 보는 셈이다. 이것이 과연 맞는 말일까?

한 달간 16명의 아기가 보호출산제로 태어났다면, 1년간 약 190명의 아기가 보호출산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생명의 위협을 받은 아기들일까?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영아살해 및 살해미수 사건은 연평균 6.8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21년 이후 감소 추세에 있다. 그렇다면, 보호출산제로 태어난 아기들이 모두 죽음의 위기에 처했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보호출산제는 출산 사실을 공개하기 어렵거나 양육이 어려운 임산부가 무료로 익명 출산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해 6월 미등록 출생 아동 중 영아유기 및 영아살해의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이 감사원을 통해 밝혀지자 같은 해 10월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이하 위기임신보호출산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위기임신보호출산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앙상담지원기관과 지역 상담기관을 지정해야 한다. 현재 중앙상담지원기관은 아동권리보장원이며 전국 16곳의 한부모시설 및 단체 등이 지역상담기관으로 지정됐다. 위기임부는 각 지역 상담기관에서 임신과 출산, 양육, 입양, 보호출산 등에 관한 1차 상담을 받은 후 보호출산을 신청할 수 있으며, 임신 중에 보호출산을 신청하지 않은 위기임산부도 출산일로부터 1개월 내에 보호출산을 신청할 수 있다.

위기 임부가 보호출산을 선택한 경우 가명을 사용해 의료기관에서 산전검진 및 출산을 할 수 있으며, 이렇게 태어난 아동은 7일간 숙려기간 후 시·군·구청장에게 인도된다. 지자체장은 아동의 성본을 창설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하고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을 시설입소나 위탁보호, 입양 등으로 보호 조치한다.

지역 상담기관의 장은 생부모의 인적정보가 포함된 출생증서를 작성·밀봉해 아동권리보장원에 이관하며, 이 자료는 영구적으로 보존한다. 향후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개인은 아동권리보장원장에게 출생증서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으며,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신청인 및 생부의 동의를 받은 후 출생증서를 공개해야 하며, 만약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인적사항을 제외한 출생증서를 공개한다.

아동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호출산제로 영아살해를 예방할 수 있다면 잘 운영해야겠지만, 이 제도의 이면에는 위험한 함정이 숨어 있다.

보호출산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제도가 본질적으로 친권을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보호출산된 아동은 애초에 친자 관계가 성립되지 않고 시설 보호나 입양 절차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원가정에서 자랄 기회와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보호출산제를 통해 아동의 익명 출산과 유기가 합법화됐다는 점도 문제다. 영아 유기는 형법 및 아동복지법상 범죄 행위지만 보호출산제라는 예외적 통로가 생겼고, 이렇게 범죄 행위에 대한 사전 면죄부가 주어진 상황에서 위기 임산부가 아동을 유기할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매달 7명 정도의 유기 아동이 발생했지만 올해 한 달 동안 보호출산을 통해 유기된 아동 수는 전년 동월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아동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아동복지법에서도 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아동이 가족과 분리되더라도, 국가를 통해 일시 보호되는 아동은 원가정으로의 돌아갈 수 있어야 하고 입양이 되더라도 가능하면 원가정을 알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원가족에 대한 정보가 비공개되면서 그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된다. 위기 임산부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고 자녀와의 분리를 우선하는 제도를 마련한 것은 국가가 부모의 자녀를 양육할 권리도 침해했다는 말과 같다.

해외 사례를 보면, 독일은 보호출산제와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면서도 1300여개의 임신갈등상담소를 통해 가족계획과 임신, 출산, 양육에 관한 포괄적인 상담과 자원연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며 16곳의 지역 상담기관을 지정했지만 그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고, 위기가족에 대한 보편적이고 장기적 관점의 지원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을 확대하더라도, 아동을 익명으로 출산하고 양육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보호출산제는 자녀의 정체성을 알 권리도 심각하게 침해한다. 부모의 비밀유지 권리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취약계층의 권리는 더 보호받아야 하며, 이에 따라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 최상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아동과 성인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약자인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사회적 형평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또한, 양자의 이익을 비교하더라도, 정체성을 알 권리는 생모의 개인정보보호권보다 더 큰 공익이 있다. 생모의 비밀유지 욕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할 수 있지만, 자기 뿌리를 알고자 하는 욕구와 이익은 평생 지속되기 때문이다.

정체성을 아는 것은 단순히 생모의 정보를 아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개인이 자기의 역사를 이해하고 친인척과의 관계를 맺는 것까지 포함하며, 이를 통해 사는 곳, 만나는 사람, 경험의 기회까지도 변화시킨다. 그리고 개인이 어디에서 살고 누구와 관계 맺으며 성장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뿌리를 얼마큼 아는지는 안정적인 자아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인생의 모든 시간은 연결돼 있다. 아동기를 뛰어넘어 성인이 되는 사람은 없으며, '아동'이라는 구별되는 집단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동기의 경험은 성인, 노인이 될 때까지 연결되고 확장된다. 즉, 아동이 부모를 잃는 경험은 그 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생명을 구했으니 다른 것은 어찌해도 괜찮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아동의 생명을 구하는 일과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분리되어야 하는 일인가? 보호출산제는 자녀를 살리기 위해 자녀와 함께하는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암시를 준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과거에도 이미 있었다. 가난한 집의 자녀, 중증장애가 있는 아동은 시설에 보내졌고, 비혼모의 아동은 입양을 보냈다. 그들이 원가족과 함께 살아갈 기회를 충분히 모색해보지 못한 채 말이다.

지금도 시설에 지원하는 양육비가 한부모 가정에 지원하는 비용보다 많고, 장애아동이 있는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은 소득수준에 따라 자녀 양육비를 지원받지만, 입양가정은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입양아동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보아도 우리 사회가 무엇을 더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보호출산으로 구해졌다고 주장되는 16명의 아동, 이들은 정말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난 것인가? 아니면, 원가정에서 자랄 기회와 자신의 뿌리를 알 권리를 박탈당한 것인가? 생명을 구하면 다 괜찮다는 생각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 우리는 보호출산제가 아동의 생명뿐 아니라 그들의 모든 권리를 온전히 보호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아동과 부모의 권리를 모두 보장할 방안이 무엇인지 이 제도를 철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호출산제가 여성의 모성과 아이의 인권을 지켜주는 법인가. 임신, 출산을 유지하기 힘든 여성의 어려움엔 눈 감고 이 제도 하에서 태어난 아동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권리마저 빼앗긴 이등시민을 만드는 법이다.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 <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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