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성소수자와 노동자를 비롯해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권리를 외면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을 지우는 일에 앞장설 인사"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35개 인권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안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다음 날인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단체들은 "안 후보자의 모든 답변이 문제적이었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평가 이전에, 어떻게 이런 관점을 가진 사람이 헌법재판관까지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만큼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들은 "인사청문회의 핵심 쟁점으로 등장했던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에 대한 후보자가 가진 문제적 관점은 하나하나 거론할 수조차 없고, 하나하나 거론하며 반박할 가치조차 없을 정도로 반인권적"이라고 했다.
특히 "차별금지법이 차별금지법,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가로막아온 일부 보수 개신교의 논리와 판박이"라며 "후보자의 개인적 종교 및 신념이 '공직의 객관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 안창호, 끝까지 "차별금지법,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우려 있다")
또 "노조에 대한 적대와 혐오를 가감 없이 드러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입장에 대해서 판단을 회피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노력에 대한 평가에도 침묵했다"며 "'성평등' 문구를 지우고 성소수자 인권 보호 책임을 삭제해버린 윤석열 정부의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를 우려하며 대안적인 정책 권고를 제시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소수자들의 인권을 외면한 대표적인 사례로 국제사회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오명을 이제라도 거두고 싶다면 이제라도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회를 향해서도 "차별금지법 제정, 성소수자의 권리가 청문회 정쟁의 '소재'가 아니라 한국 사회 인권과 평등의 핵심적인 척도라고 여긴다면 지금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라"고 했다.
안디도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처장은 "헌법 재판관 출신인 안 후보자가 헌법에 규정된 정교 분리의 원칙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 후보자가 진화론을 배격하고 동성애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점을 지적하며 "안 후보자가 인권위의 위원장이 된다면 인권위는 앞으로 사회적 약자가 아닌 특정 종교 집단의 입장을 대변하게 될 것임이 명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벌써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수많은 보수 기독교단체들이 안창호 후보자를 적극 지지하며 나섰다"며 "이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앞장선 안창호 후보자는 즉각 사퇴하고 혐오와 차별을 멈추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수수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는 "저서에서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고 썼고, (청문회에서) "이 말이 왜 성범죄를 두둔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며 "이 발언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른다는 점은 더더욱 큰 문제다. 말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 왜곡된 성폭력 통념을 그대로 체화했다는 것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단독] 안창호 "차별금지법, 신체 노출 따른 성 충동으로 성범죄↑")
그는 "성폭력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 삼는 수사와 판결은 대표적인 성폭력 2차 피해"라며 "성희롱과 성차별 조사를 진행하고 시정권고를 내리는 기관의 장이 왜곡된 성폭력 통념을 가진 사람이며, 그것의 문제점조차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경적 가치인 '사랑'을 혐오에 쓰지 말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포괄할 수 있도록 고민을 거듭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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