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성범죄 온상 '텔레그램' 내사 착수…위장 수사도 확대 추진

국수본부장 "국제기구와 공조해 수사 방법 찾아보겠다"

경찰이 딥페이크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텔레그램에 대해 방조 혐의를 적용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만 적용 가능했던 위장수사에 대해서는 성인 대상 성범죄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우종수 경찰청 국사수사본부장은 2일 서울 서대문구 청사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 허위영상물 등 범죄 방조 혐의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국 경찰이 텔레그램 법인을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 본부장은 "텔레그램이 계정 정보 등 수사자료를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국가 수사기관에도 잘 주지 않는다"면서도 "프랑스 수사당국이나 각종 국제기구 등과 공조해 이번 기회에 텔레그램 수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24일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를 온라인 성범죄, 마약 유통 등 범죄를 방조 및 공모한 혐의로 파리에서 체포한 뒤 예비기소했다. 프랑스 검찰이 미성년자 성착취물과 관련해 텔레그램에 용의자의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자 지난 3월 두로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로프는 다만 한화로 약 74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일주일에 2번 경찰서에 출석하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받았다.

한편, 경찰은 지난주 한 주 동안 딥페이크 피해 신고는 88건 접수됐으며 피의자 24명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우 본부장은 "올해 1~7월까지 접수된 피해 신고는 297건으로 주당 평균 9.5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과 비교하면 지난주에는 거의 10배가 된 것"이라며 "'미투 운동'처럼 과거에 그냥 넘어갔던 일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석했다.

피의자 특정이 과거보다 신속하게 이뤄진 데 대해서는 "피해자들이 '누가 했다'는 것까지 함께 적시해 수사의뢰를 한 것이 꽤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자동 생성하는 텔레그램 프로그램(봇) 8개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 중이다. '겹지인방' 등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해 합성물을 만든 뒤 유포하는 텔레그램 단체방도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으며, 딥페이크봇을 만든 제작자에는 범행 공모 및 방조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현재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만 적용되는 위장 수사를 성인까지 확대해 추진할 방침이다. 위장 수사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추적하기 어려운데도 현행법상 위장수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만 활용할 수 있어 관련 법 개정 요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 본부장은 "경찰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 수사 확대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정치권과 여성단체 등도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제기하고 있다"며 "대상을 성인까지 확대하고, 신분 비노출 위장 수사가 현재는 사전 승인이 필수적인데 필요 시 사후 승인도 가능하도록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 전자청원에서는 현재 딥페이크를 비롯한 성착취물 제작·유포 가담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국민청원을 제기한 A씨는 지난 달 29일 "서울대 단톡방 사건, 인하대 단톡방 사건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재발하는 디지털 성범죄 및 성범죄물 유포가 지긋지긋하다"며 "더는 성범죄자들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가 없도록 국가가 직접 여성들을 보호해 달라"고 청원글을 올렸다.

국민청원에 동의한 시민의 수가 5만 명을 넘기면 소관위를 배정해 법제화 여부를 심사하게 되는데, A씨가 제시한 딥페이크 관련 청원은 2일 오후 4시 기준 6만5000명이 동의해 국회로부터 답변을 받게 됐다.

▲30일 대구 수성구 시지중학교에서 학교전담경찰관(SPO)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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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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