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이재명 '계엄령' 발언에 "'내 귀에 도청장치', 국기문란"

韓 "대표회담으로 정치복원"이라면서도…회담 상대방에 공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본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의 9.1 여야 정당대표 회담을 두고 "(여야가) 정치를 복원하고 민생 중심으로 정치하자는 의기투합을 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한 대표는 이 대표의 '계엄령' 발언에 대해선 "일종의 '내 귀 속에 도청장치가 있다' 이런 얘기", "국기문란"이라고 비난했다.

한 대표는 2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어제 11년 만에 여야 대표회담이 있었다"며 "11년 동안 만나지도 못한 대치 상황이었는데, 그 대치 상황을 넘어서서 정치를 복원하고 민생 중심으로 정치하자는 의기투합을 했다는 점에 저는 의미를 부연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표는 "대화해보니 저희가 지금 갖고 있는 여러가지 쟁점 중에서 상당 부분은 이미 합의가 돼 있는, 공감대가 이루어진, 다만 우선순위에만 차이가 있었던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며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자주 만나기로 했다"고 전날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날 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발표문에는 △민생·공통공약 추진을 위한 양당 간 협의기구 운영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 등 종합 검토 △현재의 의료사태와 관련해 정부에 추석연휴 응급의료 체계 구축 당부 및 국회차원의 대책 협의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한 대표는 양당 협의기구에 대해선 "민생과 서로 공통되는 (정책)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빼내서 협의기구를 운영하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정상적으로 신속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합의를 한 것"이라며 "우리도 원내 차원과 당 차원에서 잘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본인이 민주당에 대한 공격카드로 활용해온 금투세 의제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은 구조의 (주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금투세를 지금 규정대로 시행하는 것은 안 된다'라는 점에 대해선 저희는 공감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다만 한 대표와 이 대표 간 금투세 관련 이견도 전해졌다. 한 대표는 "이재명 대표께서는 이 (주식) 밸류업에 대한 구조적 문제, 주식시장의 가치, 그리고 정상화하기 위한 구조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금투세 보다, 이런 얘길 먼저 하셨다"며 "저는 그 점에는 동의하지만 결국 그건 중장기의 문제이고 당장에 올해 하반기의 국장 내년초의 국장에 금투세가 미치는 불안감과 영향을 빨리 제거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강하게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당정갈등 사안으로 꼽히며 눈길을 끈 의료사태 관련 내용에 있어선 원론을 강조했다. 그는 "민심이 현재 의료상황에 대해서 불안감 느끼고 있단 점에 대해선 저희가 생각 같이 했다"며 "이건 정쟁 문제가 아니고 국민의 건강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 좋은 대안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그런 좋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는 생각을 같이 했다"고 했다.

또 한 대표는 본인의 2026년 증원 유예안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혹시 이것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으신지, 그것이 있으시면 '문제다', '반대다' 이렇게만 하실 게 아니라 대안을 한번 제시해주시면 어떻겠냐 했다"며 "특별히 (야당에) 대안이 있으시진 않으셨다"고 덧붙였다.

이외 한 대표는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 "이김에 촉법소년의 연령하향을 13세로 낮추는 것에 대해서도 함께 제안드렸고 충분히 취지를 이해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2026 지방선거와 관련해선 "외국인 투표권의 불합리를 반드시 지선 전에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을 드렸다", "취지에 대해선 이해한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전했다. 촉법소년 연령하향과 외국인 투표권 제도 개정 등은 모두 한 대표가 지난 총선 과정에서부터 주장해온 것들이다.

한편 한 대표는 전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겨냥 "최근 계엄 얘기가 계속 나온다"고 발언한 데 대해선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 이거 우리나라 얘기가 맞는가"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한 대표는 "우리가 모르게 지금 대통령께서 계엄을 준비하고 있단 건가, 만약 그렇다면 저희에게 알려 달라. 만약 그렇다면 근거를 제기해 달라"며 "(근거가 없으면) 그건 일종의 내 귀 속에 도청장치가 있다, 이런 얘기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 대표는 "만약 (계엄령 이야기가) 진짜 그렇다면 우리도 막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사실이 아니라면 이건 국기를 문란하는 거 아니겠나"라며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라는 정도의 거짓말이라면 이건 국기문란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회담 성과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서로 다른 평가가 나왔다. 비윤계 중진 윤상현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중요한 게 있다. '의료 사태와 관련 2025년도 의대 증원은 더 이상 논의가 불가하다'(는 것)"이라며 "이런 공감대는 정부 측 입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은 같은날 CBS 라디오에서 "아쉬운 게 하나 있는데, 다 잘했는데 그 25만 원 지원법에 대해서는 조금 더 유연한 입장을 했으면 어땠을까"라며 "이재명 대표가 '차등적 지원도 수용한다'고 했으면, 지금 자영업자가 거의 죽을 지경이고 경제가 굉장히 어려우니 25만 원 전 국민 주는 것은 반대하지만 차등 지원하고 취약계층이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대해 구분해서 주는 것은 좀더 전향적으로 접근해 봤으면 어땠을까"라고 지적했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로서는 자신에게 드리워진 사법적인 문제를 털어내고 여당 대표와 맞섬으로써 다음에 윤석열 대통령께 영수회담을 하자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점에서는 훨씬 정치적인 위상을 높였다고 생각한다"고 전날 회담을 통해 민주당 측이 더 큰 이득을 봤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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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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