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해병특검 출구 찾나? 늘어나는 국민의힘의 '조건'들

25일 여야회담 의제에서도 빠질듯…박정하 "회담 전체 공개 제안" 논란

여야 정당 대표 간 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대 쟁점 현안 중 하나인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해병대원 특검법)'과 관련한 여야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초 '제3자 추천 특검'이라는 대안을 들고 나와 보수진영 내의 반발에 부딪혔으나, 최근 들어서는 측근 인사들이 특검 수용에서 돌아서는 태도를 보이고 한 대표 본인도 '제보조작 의혹도 같이 수사해야 한다'고 사실상 조건을 붙이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은 일단 오는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 대표 간의 회담에서는 채상병 특검법 문제가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지호 신임 전략기획부총장은 20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특검에다가 권성동 의원이 제기했던 제보 공작 의혹, 이런 게 지금 한동훈 대표가 얘기한 특검법의 골격"이라며 "민주당도 한동훈표 안에 대해 입장정리가 돼야 할 것 같고, 저희 당에서 이제 논의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게 개인 입법 발의가 아니라 당론발의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 과정이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한 대표의 생각이 좀 수정 보완되거나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양당 내부의 입장정리가 끝나지 않은 만큼 여야 간에 마주앉아 채상병 특검법을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는 취지다.

신 부총장은 특히 "지금 금투세, 종부세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굉장히 중도 확장, 전향적으로 나오는데 민주당 내부는 또 안 그렇지 않느냐"며 "그러니까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상황과 금투세·종부세를 둘러싼 민주당 내부 상황이 어찌 보면 엇비슷한 데가 있다"고 했다.

신 부총장은 이어 "그래서 이것은 (25일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얘기해서 양 대표가 합의한다고 바로 될 수 있는 건 아닐 수가 있다. 왜냐하면 양당 소속 의원들이 받쳐줘야 하니까"라고 부연했다.

신 부총장은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오는 26일까지 한동훈 표 특검법안을 제출하라'고 압박한 데 대해 "남의 당 법안 발의하는 타임 리미트까지 정해주는 것은 너무 막 나가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저쪽(민주당)에서는 채상병 특검 합의를 하기를 바라는 거고 저희 쪽에서는 금투세나 종부세라든가 이런 것을 합의하기를 바라는 건데 양쪽 다 당내 교통정리가 덜 끝난 상황 아니냐"고 재강조했다.

곽규택 당 수석대변인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채상병 특검법 같은 경우는 사실 그동안 수 차례 국민의힘에서는 당론으로 반대를 해왔고 두 번이나 대통령 재의요구가 된 사안 아니냐"며 "이런 사안에 대해서 새로 (선출된) 여야 대표의 첫 만남에서 논의하자는 것은 결국 민주당 주장만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곽 대변인은 "첫 대화의 기회니까 정쟁보다는 민생 문제를 먼저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라며 "여야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부터 먼저 논의하자는 것은 발전(가능)성이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한지아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그런 대화(특검 관련) 나누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민생, 격차해소 법안들이 주 내용으로 채워졌으면한다"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한동훈표 '특검의 조건'은…1.대법원장 추천 2.제보 조작 의혹 포함 3. '독소조항' 제거 4. 민주당 법안 철회 등

한 대표가 7.23 전당대회 과정에서부터 주장해온 '제3자 추천 특검'의 골자는, 정부·여당이 채상병 사건 특검에 대해 부정적·유보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야당의 특검 주장을 수용하되 특검 추천을 야당 안처럼 국회에서 야당이 하도록 하지 말고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에 더해 몇 가지 추가적 내용들이 언급됐다. 한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 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당 내외 의견을 반영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이날 여기에 더해 "대법원장이 추천하면 어떠한 형태의 특검도 받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대표 스스로도 지금 야당에서 발의한 특검법안에 위헌적인 조항도 있고 독소조항들도 포함이 돼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도 제외하고…(하자는 것)"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특검에서 언론에 수사 상황을 공표하는 부분도 문제"라며 "또 관련 사건에 대해 이미 기소가 된 사안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특별검사가 공소 취소를 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이 부분들이 지금 다 독소조항이고 위헌적 조항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여야 간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의 입장이라고 제가 특정짓기에는 조심스럽지만 그것(민주당 특검법안)은 철회해야 되는 게 맞다"며 여야 간 특검법 논의의 전제로 민주당 법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한 대변인은 "진정성 있게 대화테이블로 나와서 '어떻게 하면 국민 의혹 해소가…(되겠느냐)', 그게 우리로서는 한 대표의 3자 특검안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얘기를 들을 의향이 있지만 점점 강화되는 정쟁적 요소가 포함된 특검법을 계속 통과시키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신지호 부총장은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건 지금 저희 당 내부의 기류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통령께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 '일단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고 미진한 게 있으면 그때는 대통령인 내가 먼저 나서서 특검하자고 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공수처 수사가 작년 8월에 시작돼 1년이 됐지만 총선 때 야당이 '런종섭'이다, '도주 대사'다 공격했던 이종섭 전 호주대사가 대사 그만두고 귀국한 지 5개월이 됐는데 한 번도 안 불렀다. 그리고 이 전 대사는 못 부르면서 엉뚱하게 대통령 통화 기록은 막 뒤지고, 이게 뭐 하는 거냐"고 공수처 수사를 비판했다.

그는 "그래서 지금 공수처의 늑장·부실 수사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며 "그게 반드시 특검 쪽으로 연결될지 어떨지는 좀 논의를 더 진행시켜봐야겠지만 여하튼 공수처가 너무 느리고, 또 편파적이다. 대통령 통화기록 뒤진 것도 헌정사상 초유인 것 같은데 이걸 또 특정 언론에 흘리니 공수처가 수사하는 집단인지 정치하는 집단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했다. 윤 대통령 휴대전화 통신기록 확보 등 공수처 수사에 대한 반감이 여당 내에서 특검 추진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이재명-한동훈 회담 형식 놓고도 신경전…與 "전체 공개 제안" vs 野 "정치 이벤트냐"

한편 여야는 오는 25일 이재명-한동훈 회담의 형식을 놓고도 이날 실무회담 라인을 통해 신경전을 벌였다. 한 대표 측 박정하 비서실장은 이날 "정쟁 정치 중단 선언, 민생 관련 금투세와 서민 이자 경감책 및 저소득층 자영업자 지원방안, 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3가지 주제를 제안해볼까 한다"면서 "두 분이 진솔하게 얘기를 하고 민주당이 동의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공개)해서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한지아 대변인도 "(회담) 생중계와 관련해서 수용적"이라며 "한 대표가 그런 의견을 줬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 측 이해식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예의에 어긋난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 실장은 "박정하 비서실장 제안이 아니라 한동훈 대표의 제안인데, 실무회의 때 회담 형식·내용·주제를 충분히 협의해 발표할 건 발표하고 발표하지 않을 건 하지 않아야 하는데 언론을 통해 전체 회담내용을 생중계하자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결국 한 대표가 여야회담을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 하는 상당히 불쾌한 생각이 든다"고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여야 간 이날 예정된 실무회동도 이에 따라 이튿날 오전으로 연기됐다고 이 실장은 전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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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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