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살인 이어지는데"…1등 여성 패션업체 '에이블리', 여성폭력 희화화 논란

여성 멱살 잡는 사진으로 할인 광고…논란 일자 삭제 후 사과

여성 전문 패션업체 사이에서 월 이용자 수 1위를 장기간 차지해 온 '에이블리'가 여성의 멱살을 잡는 사진을 광고 콘텐츠로 게시해 여성 폭력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에이블리는 최근 X(옛 트위터)에 "트친(X팔로워)분들 최고다. 화력지원에 감사의 의미로 쿠폰 확정 소식과 팀장님 멱살 인증샷 푼다"라며 여성의 멱살을 잡아끄는 사진을 홍보용 게시글로 올렸다.

X 이용자들은 해당 사진이 교제 폭력 등 주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들을 연상케 한다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특히 최근 교제 살인 사건이 연달아 보도된 가운데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이 이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에이블리는 지난 15일 논란이 된 콘텐츠를 삭제한 뒤 "사진은 여성 구성원들 사이에서 설정을 통해 촬영됐다. 의도했던 설정이나 실제 상황 여부 상관없이 사죄드린다"고 밝혔으나 대중의 비판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에이블리가 X(옛 트위터)에 게시해 논란이 된 사진 ⓒX 캡처

여성 구성원들이 촬영한 콘텐츠라는 에이블리의 해명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X 이용자들은 "여성을 향한 폭력을 희화화하는 연출을 지적한 건데, 에이블리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해명을 했다", "여성 구성원을 방패로 쓰는 모습에 더 실망하게 됐다"고 질타했다.

여성계에서는 에이블리가 삭제한 사진과 같이 신체적 폭력을 희화화하는 콘텐츠들이 퍼지면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교제폭력 및 여성폭력이 심각하다고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멱살을 잡고 신체적 폭력을 묘사하는 장면을 마케팅 콘텐츠로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폭력적인 장면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공유되면 사회 구성원들의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에이블리의 사과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누구였든 여성 폭력을 부정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이용자들은 이미지 자체의 폭력성을 문제 제기한 것이다.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변명은 콘텐츠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사과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여성 폭력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2015년 9월호 맥심코리아 표지 ⓒ맥심코리아

과거에도 여성 폭력을 콘텐츠로 활용한 업체에게 대중의 비판이 쏟아진 사례가 있었다. 2015년 잡지사 맥심코리아는 남성 배우가 담배를 피우며 여성을 납치해 자동차 트렁크에 실은 듯한 장면을 표지에 게재하며 "여자들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잖아? 이게 진짜 나쁜 남자야"라는 문구를 실었다.

해당 표지를 두고 코스모폴리탄UK 등 여러 외신들은 "여성 폭력을 미화하고 있다", "잘못된 것들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고, 맥심 미국 본사 측에서도 "맥심코리아 표지에 매우 중대한 문제가 있다"며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맥심코리아 측은 "범죄 현장을 잡지 화보로 연출하는 과정에서 결코 범죄 행위를 미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그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그것은 전적으로 저희의 잘못이었음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전국에서 판매 중인 9월호를 전량 회수하여 폐기하도록 자발적 조치하겠다"며 "이미 판매된 9월호 수익은 전액 사회에 환원, 수익금 모두를 성폭력 예방 또는 여성인권 단체에 기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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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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