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목숨은 똑같이 귀하다

[아리셀 희망버스 ③] 대학생들이 8월 17일 '아리셀 희망버스'를 타는 이유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외국인 18명을 포함 23명이 숨진 중대재해 참사가 일어난 지 50일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사측은 유족들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유족들은 화성을 떠나지 못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위험의 이주화를 끊어내고 유족들에게 힘을 싣고자 오는 17일 전국 각지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그 버스에 타는 이들의 마음을 담은 글을 싣는다. 편집자

하루가 멀다하고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었다는 소식이 뉴스를 장식합니다. 지난 8월 9일 서울 구로역에서 전차선 보수 작업을 하던 30대 노동자 2명이 선로점검열차와 충돌해 숨졌습니다. 새로운 중대재해 기사가 산재 사망 뉴스를 덮고, 더 참혹한 참사가 이어집니다.

저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보며,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현재도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이며, 사회에 나가서 노동자가 될 대학생이기 때문에 그 수많은 죽음이 우리를 향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번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피해자 대부분이 외국인이며 하청노동자라는 점을 악용하여 현재 아리셀 사측이 시간 끌기와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역겨운 태도를 보며 그 어떤 노동자가 '나는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요?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자국민 노동자의 죽음은 책임질까요? 하청노동자의 안전을 신경 쓰지 않는 회사가 정규직 노동자의 안전은 책임질까요?

핵심은 노동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청노동자든, 원청노동자든,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노동자들의 노동을 귀하게 대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안전을 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는 똑같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와 친구들은 이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를 나의 일로 여기며 분노하고 연대합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사회가, 내가 일해야 할 회사가 우리의 노동을 함부로 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목숨이 귀한 줄 알아야 합니다. 안전장치 설비 비용보다 사람이 다치는 것을 무서워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으면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례를 남겨야 합니다.

제대로 된 안전교육 한번 없이, 안전시설 하나 없이 무책임하게 운영하면 안 된다는 사례를 남겨야 합니다. “안전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회를 만드는 자본주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또 소중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7월 27일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시민추모제와 행진에 참여하였습니다. 저는 그날 행진 대열 맨 앞에 서서 영정을 들고 걸어가던 유족들의 얼굴이 집에 가서도 계속 생각났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반복된다 하여도 매번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날 유족들의 얼굴을 보며 느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회사는 이 무게감을 모른다는 것이 정말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책임져야 할 회사가, 국가가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못한다 해도 연대하는 시민들이 그 무게감을 느끼고 책임지려 한다면, 국가도, 회사도 그 연대의 힘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는 항상 그런 시민들이, 연대하는 민중들이 바꿔왔다고 생각합니다.

아리셀 참사에서 나와 내 가족, 내 친구들의 죽음을 겹쳐 보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해결에 함께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와 친구들은 희망버스를 탑니다. 개개인의 힘은 미약하다고 우리의 외침을 무시하는 권력 집단을 향해, 연대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희망버스를 탑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사회, 내 친구, 내 가족, 내 이웃이 살아가야 할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돈보다 생명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대학생들은 희망버스를 탑니다.

8월 17일. 아리셀 참사 55일. 전국 30개 도시에서 55대의 희망버스가 참혹한 죽음의 현장으로 달려옵니다. 또 다른 죽음이 참혹한 죽음을 덮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 아리셀 희망버스 전국 출발 안내. 아리셀중대해참사대책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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