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이 8월 17일 '아리셀 희망버스'를 타는 이유

[아리셀 희망버스 ②] '중대재해→늑장수사→합의강요→면죄부' 악순환 끊어야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외국인 18명을 포함 23명이 숨진 중대재해 참사가 일어난 지 50일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사측은 유족들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유족들은 화성을 떠나지 못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위험의 이주화를 끊어내고 유족들에게 힘을 싣고자 오는 17일 전국 각지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그 버스에 타는 이들의 마음을 담은 글을 싣는다. 편집자

8월 11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희생자의 49재가 화성 참사 현장에서 봉행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이역만리 먼 땅에서 돌아가신 이주노동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참사 이후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대책위가 노력하고 있으나 사측은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으며, 수사 당국은 책임자 처벌에 있어서 49일이 지났음에도 더디게 수사 중이며 사실 수사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사측은 여전히 제대로 된 사과가 없는 실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장을 다녀가고 아리셀 참사를 언급하였지만, 이미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눈에서 이 사건이 잊힌 지 오래인 듯합니다.

아리셀 참사는 이주노동자 최대의 산재 참사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아리셀 공장의 노동자들은 2층 작업장에서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공장 구조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일하다가 값싼 인력을 무분별하게 착취한 자본에 의해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포천이주민센터의 김달성 목사님은 “인간으로서 기본권인 산재 신청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 속에서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에 대해 노동자들이 감히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선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겠냐”며 “위험이 있어도 말할 사람이 없다 보니 사업주들은 그런 환경을 개선할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고 결국엔 사고가 터지는 것”이라며 “내가 만난 산재 피해자들이 겪은 사고는 모두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통계를 살펴봤습니다. 지난 12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 7개월이 지났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총 510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으며, 13건에서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건은 아직 노동청·검찰 수사 단계에 있습니다. 법원에서는 기소된 사건에서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13건 중 실형은 1건 나머지 12건은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510건 중 2.5%만 기소되어 처벌되고, 나머지 97.5%는 수사 중이며 시간을 끌어 처벌을 모면하려 합니다. 법 시행 전이나 시행 후나 크게 바뀐 게 없습니다. 여전히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측은 노동자와 합의하기 바쁘고, 수사기관은 더디게 수사하고, 뒤늦게 기소가 되면 대표이사는 집행유예로 빠져 나옵니다. 다만 대표이사가 무죄가 아니라 집행유예로 유죄를 선고 받는 것 정도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이러니 무엇이 바뀌겠습니까. 지난주에도 구로역에서 2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법이 있어도 노동부, 경찰, 검찰, 법원이 모두 자본을 비호하고 옹호합니다. 노동자들은 그저 기계 부속품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마저도 사회적인 약자의 지위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더 보호받기 어렵고 힘듭니다.

제대로 된 수사와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진정한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시민들이, 노동자들이 나서야 합니다. 더 이상 사측, 검경, 법원이 시간 끌기, 합의 강요, 면죄부 주기로 노동자들을 중대재해 사망 사고로 몰아넣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시민과 노동자가 해야 합니다. 8월 17일 법률가들이 희망버스에 함께 탑승하는 이유입니다.

▲ 아리셀 희망버스 전국 출발 안내. 아리셀중대해참사대책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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