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상승세에 힘못쓰던 트럼프, "세 번 토론하자" 승부수 던져

해리스, 3자 대결에서 트럼프에 5% 앞서…경합주에서도 근소한 우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세 번의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던 트럼프 측이 토론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8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마러라고의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토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폭스뉴스와 9월 4일, NBC 뉴스와 9월 10일, ABC 뉴스와 9월 25일 총 세 번의 토론을 갖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인 'X'(예전 트위터)의 본인 계정에 "트럼프가 결국 9월 10일 토론을 확정했다고 들었다. 기대된다"며 동의의 뜻을 표했다.

ABC 방송은 이후 토론 주최 및 해리스 참여를 공식화했다. 트럼프는 이번 토론이 생방송으로 방청객을 둔 상황에서 열릴지를 포함한 세부 사항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바이든 대통령이 ABC뉴스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9월 10일 토론을 갑자기 "중단"하고 대통령 선거에서 이탈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해리스 부통령에게 9월 10일 토론회 대신 9월 4일 폭스뉴스에서 토론을 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즉시 거절했다. 그는 본인의 X 계정에 "'언제든, 어디서든'이 어떻게 '특정한 시간, 특정한 안전한 공간'이 되는지 흥미롭다"며 "저는 그(트럼프)가 동의한 것처럼 9월 10일에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토론 제의는 해리스의 상승세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27일 바이든 대통령과 토론에서 승기를 잡았다. 이후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총격을 받으며 승리를 사실상 확정지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7월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한 뒤 해리스 부통령이 공식 후보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거 출마 선언 이후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많은 후원금을 모았고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미 전국 및 경합주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앞서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실제 8일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가 지난 2~7일 미국 성인 20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1%)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2%의 지지를 얻어 37%의 지지를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5% 포인트 차로 앞서 나갔다. 제3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주 등 경합쭈 7곳에서의 조사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42%, 트럼프 전 대통령이 40%,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5%를 얻으며 오차범위 안쪽이긴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같은 상승세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집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69%는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는데, 민주당 지지자의 71%, 공화당 지지자의 73%가 꼭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 의지가 공화당에 비해 다소 낮지만, 지난 6월 4∼12일 실시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60%만이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힌 것과 비교했을 때 민주당 지지자의 결집 양상은 분명해 보인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AFP=연합뉴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 이번주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경합주에서 유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사실상 공화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몬타나에서만 유세를 진행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오는 19일에 열리는 것도 트럼프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가 확정되면 정치적 이벤트 직후에 해당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지지가 높아지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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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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