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자신을 "누님"이라 하는 법률대리인을 방문진 이사로 선임

언론노조, '이진숙 방통위' 發 공영방송 이사 13명 모두 '부적격' 규정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 직후 선임한 공영방송 이사진들의 편향성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차기 이사인 임무영 변호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안 검사 출신인 임 변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막말·극우성 발언을 게시해 비판을 받는 데다, 과거 이 위원장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것으로도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공영방송 부적격 이사 선임 규탄 회견'을 열고 이 위원장이 임명 10시간 만에 의결한 방문진 이사 6명과 한국방송공사(KBS) 이사 7명 등 공영방송 이사 13명에 대해 모두 "부적격"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부적격 이사들' 가운데서도 특히 임 변호사에 대해 여러 문제를 제기했다. 임 변호사는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언급된 인물로, 과방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임 변호사가 장애인을 인어공주에 비유한 글을 페이스북에 썼다며 "이런 사람이 방문진 이사"라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장애인을 인어공주에 비유한 것이 입길에 오르자, 페이스북에 과거 자신이 쓴 글을 링크하며 "이 글을 장애인 비하라고 몰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 독해력 수준이 암담하기 그지없다. 이 글에서 장애인은 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하나뿐이다. 그 외에 인어공주하고 표현된 사람은 구걸을 위해 가장한 가짜 장애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박경석은 멀쩡한 휠체어를 놔두고 교통을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기어다니는 사람이므로 그가 기어다닌다고 표현한 것 역시 비하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불구를 가장해서 지하철이나 명동 거리를 기어다니면서 동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슬랭을 설명한 글"이라며 "전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6일에도 페이스북에 '인어공주 이야기'라며 과거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냥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글을 게시하며 기존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임 변호사는 다른 게시물에서는 이 위원장을 향해 "누님" 호칭으로 부르며 친분을 드러냈다. 그는 이 위원장이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지난 4일 "우리 누님이 그동안 마음 고생이 많으셨는데 다행히 잘 됐다"면서도 "그런데 청문회(를) 거쳐서 임명되더라도 MBS 교체하려는 순간 더민당(더불어민주당)이 또 탄핵 타령할 건데 그 점은 마음이 무겁다. 이것들은 양심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작자들인 듯하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또 지난해까지 이 위원장의 법률대리인을 맡아 이 위원장이 고소한 사건의 법적 절차를 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유튜브 방송 출연자들을 고소한 고소장, 의견서, 이의신청서 등에 적힌 법률 대리인이 임 변호사다. 이 위원장을 "누님"이라 부를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데다 법률대리인까지 맡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 위원장의 임 변호사 이사 선임은 '이해 충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노조는 이외에도 임 변호사가 한국인을 "조선인"이라고 표현하며 "조선인은 자존심과 자기애가 강한 반면 자존감은 매우 낮다"고 한 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이들을 "좌파 종자"라며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세월호 참사에 이은 "새로운 무기"를 찾아 헤매고 있다고 비난한 점, 전광훈 목사가 주최하는 집회에 참석해 발언한 점, 대표적인 극우인사인자 친일파로 꼽히는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광주로 간다며 "무척 기대가 크다"고 한 점 등을 들어 극우적 시각을 지닌 임 변호사가 방문진 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8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노조는 임 변호사 외에도 공안검사 출신인 허익범 변호사가 방문진 이사에 임명된 것은 '노동조합 때려잡기'를 위해서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방문진 이사인 이우용 전 MBC 라디오 본부장과 윤길용 전 MBC 시사교양제작국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부역자로 '공범자들의 귀환'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동률 서강대 교수에 대해선 ''MBC 민영화' 주장 교수'로, 손정민 전 <조선일보>기자에 대해선 'TV조선 시청자 위원'으로 소개했다.

언론노조는 KBS 이사로 선임된 7명 또한 부적격 인사로 봤다. △<동아일보> 기자로 이명박 정권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서 '좌편향된 문화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쓰고 지난해 부터는 바른언론시민행동이라는 친정부 성향 언론단체 대표 맡고 있는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자유한국당 혁신위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당대표 정무특보를 거쳐 박근혜 탄핵 심판 당시 대리인단 중 1명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문을 반박한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 △박근혜 정권 당시 KBS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 부사장으로 재임하며 제작자율성 침해 비판을 받은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이자 KBS 이사로 공영방송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드러낸 이인철 변호사, △이회창 대선후보 정무보좌 출신으로 친여권 성향의 이건 <여성신문> 부사장 등이다.

한편 언론노조는 다음 달 14일로 임기가 종료되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 신규 임명을 위한 '지원자 국민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원자들 또한 보수 성향 일색이라고 꼬집었다.

강규형 명지대 사학과 교수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역사학자로 박근혜 정부 국정 교과서 편찬심의 위원으로, 이 위원장 인사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서도 언론노조 혐오 발언 및 과방위 위원을 향한 막말로 퇴장당했다.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2017년 언론노조가 발표한 언론부역자 명단에 포함된 인물이며, 박보경 전 EBS 프리랜서 앵커는 대통령실 예산으로 진행된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유튜브 영상 및 윤 대통령 취임식 행사를 진행한 인물이다.

이 외에 이준용 자유언론국민연합 공동대표, 도희윤 뉴라이트 전국연합 북한인권특별위원장, 김광석 전 KBS 법무실장, 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등도 EBS 이사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언론노조는 이 위원장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으로 임명한 민영삼 전 윤석열 대선캠프 국민통합특보와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으로 임명한 최철호 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위원에 대해서도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민 사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난 2020년 한 유튜브 방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배를 빠뜨렸나. 초기 대응을 좀 잘못한 것 가지고 뒤집어 씌웠다"고 발언하는 등 편향적 시각을 나타냈다.

최 이사장은 제22대 총선 선방심위에서 "5개 국내 언론사가 언론사의 사장들이나 간부들이나 주요 제작진이 다 민노총 언론노조 출신들로 다 장악이 돼 있다"고 노조 혐오 의식을 보이는가 하면,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가정주부 입장에서는 (명품백 선물을) 거절하기 민망해서 받았는데 갑자기 그 아주머니가 청탁성 뇌물을 받았다고 하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참담하느냐"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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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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