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이 선임한 공영방송 이사진 면면 살펴보니…

언론계 "'이진숙 방통위', 극단적 인물들을 오물 풍선 날리듯 쏟아부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첫 출근 10시간 만에 한국방송공사(KBS)와 문화방송(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구성을 '총알 심사'로 완료한 데 이어 이튿 날에는 방통위 산하기관장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공영방송 이사진 및 방통위 산하기관이 친여 성향의 보수적인 인물들로 대거 채워졌다.

언론 노동자들은 "'이진숙 방통위'가 극단적 인물들을 오물 풍선 날리듯 쏟아부었다"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여권 몫의 KBS 이사 7명을 추천하고 방문진 이사 6명을 임명하는 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을 임명한 지 10시간 만이다.

KBS 이사에는 현 이사인 권순범·서기석 외에 신임 이사로 이인철 전 방문진 이사(변호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KTV) 원장, 이건 전 <여성신문> 부사장,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이 올랐다.

이인철 전 이사는 이진숙 위원장도 참여한 보수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발기인으로, 이상인 전 방통위 부위원장과는 바른언론시민행동 법률지원단 활동을 했다. 이 전 이사는 2016년 10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왜 공산주의자인지, 일명 '문재인 공산주의자 필리버스터'를 각각 1시간과 45분간 진행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류현순 전 원장은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당시 KBS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 부사장을 지냈으며 KBS 장수 프로그램 <6시 내고향> 진행자가 KBS 노조(언론노조)에 가입하자 진행자를 강제 교체해 논란을 부른 인물이다. 류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5년 KTV 원장으로 취임했다.

이건 전 부사장은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대표였던 이회창 대통령 후보 정무보좌를 시작으로, 새누리당 상근 부대변인, 강창희 국회의장 시절 국회 대변인 등을 지낸 현 여권 성향의 인사다.

허엽 부위원장은 이인철 전 이사와 이상인 전 부위원장과 함께 바른언론시민행동에서 활동했다. 이사 지원서엔 "KBS 사장은 국가기간 방송으로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정확하고 과감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황성욱 전 방심위원은 5기 류희림 방심위에서 류희림 위원장과 단둘이 TV조선과 공언련을 방심위원 추천 단체로 정한 뒤 두 곳에서 추천하는 후보들을 전체회의에 올려 다수결로 결정했다. 이렇게 구성된 2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들은 5개월간 108개 안건을 처리했으며 이중 28%에 해당하는 30건에 대해 법정제재를 의결, 과잉제재 논란을 불렀다.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윤 대통령은 '이진숙 방통위'의 추천을 받은 당일 7명 이사 모두를 임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MBC 최대 주주인 방문진 이사에는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등 6명이 이름을 올렸다. 방문진 이사는 방통위가 바로 임명한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는 지난해 2월 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턴츠 대표의 해외 순방 논란이 한창일 때 <서울신문>에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으로 살아가기'라는 제목으로 김 전 대표를 옹호하는 칼럼을 썼다. 김 교수는 해당 칼럼에서 "김 여사는 커리어 우먼으로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훨씬 적극적이고 다양한 사회적인 삶을 살아왔다"며 "그런 그녀에게 항간의 논란을 빌미로 관저에서 조신하게 칩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행여 지나치지 않을까.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으로 살아가기란 참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윤길용 특별위원과 이우용 중재위원은 MBC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이다. 윤 위원은 시사교양국장으로 <PD수첩>의 최승호·한학수 PD 등을 부당 전보해 해당 프로그램을 무력화시켰으며 이후 울산MBC사장과 MBC NET 사장을 역임했다. 이 위원은 라디오본부장으로 김미화 씨와 김종배 씨 등 일명 블랙리스트에 오른 방송 진행자의 프로그램 하차를 주도했으며 이후 춘천MBC 사장과 MBC C&I 고문을 지냈다.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며, 임무영 변호사는 2019년 검사 시절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인물이다. 허익범 변호사는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드루킹 댓글순위 조작 사건' 특별검사를 맡았다.

이 위원장은 1일에는 방통위 산하기관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에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을,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에 최철호 전 선거방송심의위원을 임명했다.

코바코 사장이 된 민 원장은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국민통합특보를 지냈으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시절 당 홍보본부장을 맡았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된 최 전 위원은 KBS 피디 출신으로 KBS N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이진숙 위원장과 KBS 이사가 된 이인철 전 방심위 위원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공언련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이진숙 방통위', 극단적 인물들을 오물 풍선 날리듯 쏟아부어"

언론 노동자들은 '이진숙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진을 속전속결로 물갈이한 데 대해 "극단적 인물들을 오물 풍선 날리듯 쏟아부었다"고 비난하며 이진숙·김태규 2인 체제에서 벌어진 위법적 행위에 따른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언론계와 국민의 거센 비판을 무시하고 임명된 이진숙 위원장이 이틀 만에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극우 탈레반 국가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임명 첫날 자신에 대한 기피신청을 스스로 각하하고 전체회의를 열더니 대통령 추천위원 둘이서 불과 2시간 만에 80여 명의 공영방송 이사 공모 지원자를 총알 심사해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에 과거 온갖 분란과 언론탄압에 앞장섰던 문제적 인사와 극우적 인물들을 이사로 투하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이틀째인 오늘은 그동안 밀린 숙제 하듯 언론 방송 관련 공공기관에 아무렇지도 않게 극단적 인물들을 오물 풍선 날리듯 쏟아붓고 있다"며 "공영방송 등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코바코 사장에는 극우 막말 유튜버 민영삼을,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에는 윤석열 정권의 주구 노릇을 일삼으며 언론 방송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관변 단체 공언련 대표를 지낸 최철호를 임명했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이런 인물들만 골라 기용하기도 힘들 지경"이라며 "이쯤 되면 공영방송과 각종 미디어 공공 기관을 장악하는 데 몰두하는 윤석열 정권의 속내는 삼척동자도 알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권을 비판하는 모든 이를 좌파로 매도하고, 공영방송을 장악해 5.18과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혐오 모욕하는 패륜을 정당화하고, 12.12 군사 반란을 구국의 결단으로 둔갑시키려는 극우 모리배 집단의 철 지난 이념 전쟁을 벌이려는 망상을 실천에 옮기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는 "윤석열 정권의 심장부까지 스며든 한 줌 극우 세력의 선봉이 이진숙이며, 이진숙은 단 이틀 만에 윤 대통령이 자신을 임명한 이유를 누구보다 확실하게 증명해 보였다"면서 "그(이진숙 위원장)를 임명해 대한민국 방송통신규제기구를 언론과 방송의 자유를 탄압하고 헌법 가치를 무너뜨리는 독재기구로 전락시키고 있는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성명을 내고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을 엄중히 지켜야할 방통위가 이번 이사 선임으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공식화했다"며 "이번 이사 선임은 누구도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았던 공영방송 이사 나눠먹기를 시전해 공영방송이 정치에 복속되어 있음을 방통위가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때문에 이번 이사 선임은 방통위의 위법적 2인 체제 아래서 정치적 후견주의를 공식화해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무너뜨렸다는 측면에서 원천 무효"라며 "위법적 행위를 거듭하는 방통위와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 자신들의 몰락을 앞당기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MBC 관계자는 "방문진 이사 선임은 날림, 꼼수, 부실, 위법의 결정판"이라며 "MBC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여러 법적, 도덕적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방통위 등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당초 출석이 예정됐던 2일 국회 과방위 현안 질의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의 불출석으로 방통위 측에서는 조성은 사무처장, 김영관 기획조정관, 이헌 방송정책국장만 참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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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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