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전역서 대선 결과 항의 시위…주변국들도 "전체 개표 결과 공개"

선관위, 투표소별 세부 결과 공개 안 해…주민들, 냄비 두드리며 항의·야당, 부정 선거 주장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29일(이하 현지시간) 전날 치러진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야당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미국과 중남미 다수 국가들도 개표 결과 전체 공개를 촉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BBC 방송,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수천 명 규모의 시민이 모인 것을 비롯해 카라카스 인근 아라과주 마라카이, 북서부 팔콘주, 서부 포르투게사주 등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었다. 인권단체 베네수엘라갈등관측소에 따르면 이날 카라카스를 포함해 전국 25개 주 중 20개 주에 걸쳐 187개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앞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전날 치러진 대선에서 좌파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개표가 80% 진행된 상황에서 51.2%를 득표해 44.2%를 득표한 야권 연합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를 제치고 3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여론조사전문기관 에디슨 리서치의 출구조사 결과와 상이한 결과다. 에디슨리서치는 출구조사에서 곤잘레스 후보가 65%를 득표해 마두로 대통령(31%)을 큰 폭으로 제칠 것으로 예측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미 CNN 방송 등을 보면 29일 카라카스에서 시위대는 도시 중심부에 모여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을 향해 행진했다. 많은 이들이 숟가락 등으로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남미 특유의 냄비 시위(카세롤라소·cacerolazo)를 벌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카라카스 카티아 지역에선 주민들이 자택에서 창가로 나와 냄비를 두드리며 항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SNS)엔 팔콘 주도 코로에서 시위대가 마두로 대통령이 정치적 스승으로 여기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동상을 무너뜨리는 영상이 널리 퍼졌다. 경찰은 카라카스 엘발레 지역, 마라카이 등에서 최루탄을 사용해 시위 해산을 시도했다.

야당은 득표 집계표를 확보했다며 선거 결과가 뒤집혔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29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집계표 확인 결과 곤잘레스가 627만표를 얻어 73.2% 득표율로 압도적으로 승리했으며 마두로 대통령은 275만표를 얻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이는 선관위가 마두로 대통령이 515만표를 얻어 승리했고 곤잘레스가 445만표를 얻었다고 발표한 것과 상이한 주장이다. <AP> 통신은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선관위원장을 인용해 이번 대선 투표에 9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유권자 수는 1700만 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AP> 통신은 베네수엘라 선관위가 전체 집계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는 전자 투표를 시행 중인데 투표가 마감되면 3만 대에 달하는 전자 투표 기기에서 각 후보자의 이름과 득표수가 표시된 집계표를 출력하도록 돼 있다. 본래는 야당 대표들이 이 집계표 사본을 받을 수 있고 투표장에서 투표 및 개표를 참관할 수 있지만 통신은 여당이 지역 정당 협력자 네트워크 등을 이용해 야당 대표들의 투표소 진입 및 집계표 획득을 막았다고 짚었다.

<AP>, <뉴욕타임스>를 보면 마두로 대통령은 시위가 "파시스트적이고 반혁명적"이라며 비난했고 선거 시스템을 해킹한 혐의로 야당을 조사를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브라질, 콜롬비아 등 중남미 인접국들은 개표 결과 전체 공개를 촉구하며 우려를 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9일 언론 브리핑에서 "발표된 결과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사와 투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지체 없이 전체, 세부 투표 집계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그때까지 판단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외무부도 29일 성명을 내 "평화로운 선거를 환영"한다면서도 "개표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선관위의 투표소별 (집계) 분류 자료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루이스 힐베르토 무리요 콜롬비아 외무장관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된 성명을 통해 "결과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체 전체 개표 집계, 검증, 독립적 감사가 가능한 빨리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그 이후에 결과를 인정하겠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도 좌파 정부가 이끌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다른 중남미 국가인 우루과이,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칠레, 파나마, 페루,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등도 "사기", "의심" 등의 용어를 사용해 선거 결과를 비난했다. 29일 베네수엘라 외무부는 선거 결과에 의혹을 제기한 아르헨티나,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우루과이 등 중남미 7개국 외교관을 자국에서 추방한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중국, 이란 및 중남미 니카라과, 온두라스, 볼리비아, 쿠바 등은 마두로 대통령 당선을 축하했다. 러 <타스> 통신을 보면 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러시아·베네수엘라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성격을 갖고 있다. 국가 원수로서의 당신(마두로 대통령)의 활동이 모든 방향에서 (관계의) 진보적 발전에 계속해서 기여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중국 외무부도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의 "순조로운 대선"과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며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카티아 지역에서 열린 대선 결과 항의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냄비를 두드리며 항의를 표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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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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