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의 개발폭주, 국가권력이 '모두의 공간'을 철거할 수 없다

[서울혁신파크 철거와 00의 위기] ② 철거를 막고 싸우는 '서울시민들'

오세훈 시장 재임 이후 서울시는 2022년 8월 서울혁신센터에 서울혁신파크 운영 종료를 통보했다. 그해 12월 60층 규모 빌딩, 대형 쇼핑몰 등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상업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입주 단체들을 쫓아냈다. 그리고 올해 8월부터 혁신파크 일부 철거가 예정되어 있다. 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파크 개발 문제와 투쟁을 알리는 기고를 연재한다. 편집자

서울혁신파크는 지난 10여년간 혁신의 실험장이자, 서울시민이 모여 토론장이나 컨퍼런스 등을 개최하는 공론장이었다. 은평구민에게는 녹지공간이자 쉼터였고,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람이 어울리는 공존의 장이었다. 이런 서울혁신파크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작정 개발함으로써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8월 초부터는 서울혁신파크 일부 건물에 대한 철거가 시작되고, 입주 단체인 카페 쓸은 명도 소송을 통해 쫓겨날 위기 상황이다.

▲서울혁신파크를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혁신파크공공성을지키는서울네트워크

공공의 가치를 품은 서울혁신파크

혁신파크는 질병관리본부가 이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서울시의 혁신 실험으로 이어졌다. 공공 토지와 공공건물이 시민들에게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모범적으로 보여줬다.

상상청, 미래청, 청년청 등 건물 안에서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시민단체들이 다양한 사회적 실험을 추진해 나갔다. 건물 밖 공간에서는 도시텃밭, 공방, 공유부엌, 공동창작예술 등이 이뤄졌다. 그리고 비건 페스티벌, 락 페스티벌, 동물 페스티벌, 음악회, 전시회 등 다양한 축제들이 있었다.

서울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토론회, 강연회, 컨퍼런스 등을 개최했다. 혁신파크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차별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공간을 이용하고 함께 공간을 조성해간 모두의 공간이었다.

▲최근 SH가 공개한 서울혁신파크 부지조성 공사 계획. ⓒ혁신파크공공성을지키는서울네트워크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발 폭주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려는 혁신파크 개발은 주거·업무·상업 등 다양한 기능과 용도를 복합 개발하는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 방식이다. 용적률은 약 600%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총사업비는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강북에는 코엑스급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한다.

서울시는 부지를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 현물출자하고 SH가 민간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SH는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민간은 복합시설을 개발하는 식이다. 혁신파크 개발안은 공공개발이라는 포장지를 씌우고 있지만, 사실상 공공 토지를 민간에 매각해서 개발하는 상업개발로 봐야 한다. 상업·주거 공간이 공존한다고 말하지만 코엑스급 대규모 상업시설의 유치로 가뜩이나 막히는 통일로의 교통체증을 대규모로 유발하고, 불광동 인근 먹자골목 등 골목상권도 위협하는 개발이다.

서울 지역에 규모가 큰 공공 토지 공간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파크와 같은 대규모 공공부지를 모두 민간에 넘기는 과도한 개발이라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추진한 사업타당성 조사 결과 과다 비용 문제 등으로 부정적으로 나온 바 있고,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사업타당성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다음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사업 가능성 등이 불투명한 상황은 사업 자체의 의구심이 더해진다.

▲서울혁신파크의 모습. 제공. ⓒ혁신파크공공성을지키는서울네트워크

법적 근거도 미약한 혁신파크 철거

서울시는 개발사업 계획 중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물에 대한 강제철거를 시도하고 있다. 조감도 수준의 아이디어 이외에 사업계획 승인을 위한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는 등 혁신파크 개발이 미확정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의 강제철거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지난 20일부터 건물 철거의 사전작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혁신파크 내 오래된 건물의 석면을 철거하는 공사는 이미 진행 중이다. 개발에 맞서 버티고 있는 입주 단체에 대해 재판(명도 소송)으로 압박하고, 혁신파크 내 개발 반대 의견 현수막을 제거하라는 행정적 압박이 있다. 입주 단체를 쫓아낸 자리엔 은평세무서, 은평시설관리공단 등 공공기관이 들어왔다. 혁신파크 건물들과 공원을 자유롭게 이용하던 시민들은 사라지고 공무원들만 드나들 뿐이다.

서울시가 계획한 건물 철거 계획은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혁신파크 건물들을 3개 구역으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석면 철거작업과 건물 철거를 하고 있다. 정문을 기준으로 혁신파크 뒤편인 1구역은 재활용쓰레기장을 제외하고 모든 건물에 대해 8월 초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카페 쓸이 포함된 2구역과 정문을 기준으로 혁신파크 왼편인 3구역도 올해 안에 철거가 계획되어 있다.

주민 편의를 내세우며 철거 후 주차장 시설 등을 건립한다고 한다. 그러나 2년 후 개발될 때 다시 철거해야 하는 이중적인 예산 집행이기에 문제다. 사실상 주민 편의보다는 공공기관의 공무원들의 주차장으로만 이용될 것이 뻔히 예상된다. 기후위기 대응으로 도심 주차장을 줄이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는 조치다.

▲서울시청 앞 혁신파크 강제철거 반대 서울시 항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혁신파크공공성을지키는서울네트워크

서울시민의 공공공간을 지켜내자

혁신파크는 서울시에서 모두를 위한 공간, 모두의 공간으로 의미 있는 공공공간이다. 이 공간을 소수를 위한 개발이익으로 잃어버릴 수 없다. 공공공간을 이용해왔던 시민들이 공간의 활동과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 상업개발로 국가권력에 의해 철거될 수는 없다.

지난해 혁신파크 개발 계획이 나오자 공공의 공간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이 시작됐다. 2만 명이 넘는 은평지역 주민들의 서명과 함께 텐트 축제, 시민행진, 공공성 페스티벌, 카페쓸 포에버 파티 등 다양한 시민들의 행동이 이어졌다. 동네 주민, 강아지들도 함께했고, 뮤지션들 시민사회단체 등 연대행동들이 줄을 잇고 있다.

혁신파크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혁신파크 공공성을 지키는 서울네트워크'는 강제철거를 막아내는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혁신파크를 지키고 공공공간의 중요성을 알려나갈 것이다. 나아가 서울이란 도시에 공공공간을 확대하기 위해, 이 투쟁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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