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보호종 소멸해도 보전 강제 못하는 제주도의 사후관리

[제주의 녹색분칠] 한국에만 사는 멸종위기생물 죽이고 들어서는 골프장

최근 공사가 재개된 묘산봉관광단지 사업지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제주고사리삼의 새로운 서식지가 대량 발견됐다. 본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승인된 사업이다.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장은 환경영향평가 시에 협의한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제주도는 사업장 사후관리를 통해 사업자가 협의내용을 적정하게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리하고 감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지사는 자연생태, 대기, 물, 토지, 경관, 생활환경, 사회·경제 등 분야별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학계, 전문가, 주민, 관계 공무원 중에서 임명하거나 위촉해 사후관리조사단을 운영한다. 사업장 방문은 대상 사업장별로 통상 매년 1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제주도의 사후관리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해 결정된 법정보호종 보전대책에 대해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묘산봉관광단지 사업(이하 본 사업)은 2006년 곶자왈과 법정보호종 훼손 등의 논란을 일으키며 승인된 사업이다.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한 순채·개가시나무 등의 멸종위기종과 제주특산식물인 가는잎할미꽃, 그리고 나도고사리삼·새우난초·백서향·백량금·좀어리연꽃 등의 희귀식물이 사업지 곳곳에 분포해 있어 환경영향평가 시 이들 종의 사후모니터링과 그에 따른 보전대책을 수립해 제주도와 협의했었다.

현재 골프장과 숙박시설 일부만 완료해 운영되고 있는 본 사업장의 공정률은 35%(2023년 말 기준)로 20여 년이 되도록 공사 진행이 부진한 상태였다가, 2024년에 식물원·클럽하우스·관리동 등의 공사가 계획돼 현재 공사 중에 있다.

이에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이하 본 기관)은 본 사업의 공사 재개로 인한 법정보호종의 훼손 발생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본 사업지의 원형보전지와 미공사 시설계획지의 일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시설계획지에서 10여 곳, 그리고 원형보전지에서는 20여 곳 가까이 제주고사리삼 서식지를 확인했다. 이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새로 확인된 제주고사리삼 서식지 일부는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였다.

제주고사리삼은 제주 곶자왈에서만 확인되는 1속 1종인 식물로,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특산속 양치식물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 제주고사리삼은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만든 곶자왈 지역에서만 확인되고 있다. 비가 오면 물이 고였다가 시간이 일주일 정도 지나가면서 서서히 물이 빠지는 건습지 지형과 꾸지뽕나무·참느릅나무·찔레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서식하는 하부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환경에 서식한다.

파호이호이 용암이 만드는 건습지 지형은 다른 곶자왈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제주고사리삼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분포의 국지성과 특수한 환경에 한정돼 서식하는 특징을 지닌 제주고사리삼은 보전 가치가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본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살펴보면, 사업 시행 시 멸종위기종의 서식 환경에 영향이 없도록 적극적인 보호 대책을 마련토록 하고 있다. 또한 공사 시 등에도 사업지구 중 시설계획지를 대상으로 희귀동식물에 대한 추가조사를 지속 실시하고, 제주고사리삼 등 희귀동식물 추가 발견 시 원형 보존 및 이식계획 등 별도의 보호 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돼 있다.

본 사업의 사후환경영향조사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19년째 이뤄지고 있다. 사업자가 확인한 제주고사리삼 서식지는 모두 62곳으로, 환경영향평가 시 61곳과 사후환경영향조사 시 2011년에 추가 확인된 1곳이다. 20년 가까이 이뤄진 사후환경영향조사에서 단 1곳만이 추가 확인된 것이다. 이는 본 기관의 사업장 일부에 대해 3회 조사한 결과와 비교하면, 그동안 사업자의 사후환경영향조사가 얼마나 형식적인 의례였고 부실했는지 알 수 있다. 협의내용에 따라 시설계획지 등에 대한 희귀동식물의 추가조사를 지속해 성실히 수행해 왔다면 1곳이 아닌 더 많은 곳이 확인돼야 했다.

협의내용 이행에 대한 부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원형 보존된 법정보호종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확인된 제주고사리삼 서식지 62곳 중 10곳은 관광시설을 짓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식, 태왕사신기 세트장 부지(현재는 사업지에서 제척됨)의 4곳 또한 이식, 모두 14곳의 제주고사리삼 서식지는 영원히 사라진 상태다. 현재 48곳이 사후환경영향조사 중에 있다.

본 사업의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 통보서(2024.1)에 의하면 48곳 중 개체가 확인되지 않는 곳이 4곳, 환경영향평가 시 2,000개체가 확인됐던 곳이 2023년 6개체가 확인되는 등 개체수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는 곳이 모두 7곳으로 나타났다. 원형 보존된 서식지의 30% 정도의 서식지에서 개체가 확인되지 않거나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원인분석이나 보전을 위한 대책, 조치 등의 내용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원형 보존된 제주고사리삼 또한 안전하지 않은 상태다.

보전대책으로 내세워 '이식'된 제주고사리삼은 어떨까? 사업자가 이식한 제주고사리삼 중 3곳의 개체는 사업장 내 원형보전지에 이식됐다. 이식 전의 원형 보존 서식지에서는 100에서 250개체가 확인됐지만, 2013년 이식 후인 2014년부터는 50에서 100개체 전후로 확인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3곳의 제주고사리삼을 이식해 보전하는 대책을 세웠지만, 이식이 3곳의 서식지를 사라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원형보전 서식지의 개체수를 오히려 더 줄어들게 하는 서식 환경 변화의 원인이 돼 버렸다.

사업지의 법정보호종은 제주고사리삼만이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환경영향평가 시에 확인됐던 가는잎할미꽃과 좀어리연꽃은 개체가 확인되고 있지 않다. 왜 확인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원인이나 분석조차 없다. 물론 보전을 위한 대책은 더 찾아보기 힘들다. 사업지에서 확인된 다른 법정보호종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제주도는 '사후관리를 통해 환경영향평가 예측의 불확실성을 보완하며, 협의내용 이행 여부 확인 및 검증 등을 통해 사업자의 사후환경영향관리에 보다 효과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해 줌으로써 행동을 수정하게 하는 등 바람직한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한다.'는 사후관리 계획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동떨어져 있다.

제주도 내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장에서 사후관리기간 동안 멸종위기종 등 법정보호종이 소멸하거나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여럿 있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예측의 불확실성을 보완하고 사업자의 행동을 수정하게 하거나, 행동 수정이 안 된 경우 법적 처벌이 이뤄졌던 경우는 드문 상황이다. 사후관리 시 사업자의 이행에 대해 '강제'가 아닌 대부분 '권고'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권고는 사업자에게 권하는 사항일 뿐이다. 결국 이행 여부는 사업자의 재량임으로 강제하지 못한다. '이행요구'로 처리된다 해도 사업자의 미이행시 강력한 처벌이나 강제는 미흡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 사업장도 다를 바 없다. 환경영향평가에서 협의된 제주고사리삼 등 법정보호종 보전대책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 법정보호종 보전 약속을 이행하도록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이렇듯 현행 사후관리 제도에서는 제주고사리삼 등 법정보호종의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 환경영향평가 시 보전대책이 마련됐음에도 그렇다.

제주도 사후관리 계획의 기본 방향에 의하면 환경영향평가에서 협의된 보전대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 다른 방안을 모색하도록 강제해 성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문제가 발생한 보전대책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제척시켜 환경영향평가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여가야 한다.

이에 제주도는 이제부터라도 부실한 사후관리 제도를 실효성 있게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시작을 묘산봉관광단지 사업에서 보여주길 바란다. 공사를 중지시키고 제주고사리삼 등 법정보호종 전수조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제주고사리삼 등 법정보호종이 소멸되지 않게 제대로운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보호종이 확인된 서식지의 시설 계획을 철회하도록 해야 한다. 이식이 보전 방안이 될 수 없음을 20여 년간의 사후관리 결과가 증명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법정보호종의 보전 주체로서 의무와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이 글은 생태적 지혜 연구소와 <제주투데이>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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