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리시 부시장 공백, 관행과 법률의 충돌

비판받고 있는 부시장 공백 사태,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올바른 구현

내 아이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닌다는 이유로 동네에서 힘을 좀 쓴다는 아이들에게 얻어맞고 들어왔다. 아버지는 맞고 들어온 아이에게 “왜 걔네들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했냐?”라며 아이를 혼냈다. 과연 온당한 처사일까?

경기도 구리시의 부시장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공석으로 있다. 구리시는 경기도의 부시장 인사를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공개 채용하려 했으나 경기도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경기도와 구리시는 구리시 부시장 인선 문제를 놓고 2년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의회와 일부 언론은 계속해서 ‘부시장을 빨리 임명하라’고 집행부를 압박하며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비판을 이어가는 이유는 “부시장이 없기에 도시개발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경기도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데 경기도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유리하지 않다”, “백경현 구리시장의 독단” 등으로 다양하지만 종합해서 살펴보면 ‘경기도 눈치 보기’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으로만 따지면 지방자치단체의 부단체장 임명권은 자치단체장인 시장과 군수에게 있다.

‘지방자치법’ 제123조는 부지사‧부시장‧부군수‧부구청장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이 중에서 제4항을 보면 “시의 부시장, 군의 부군수, 자치구의 부구청장은 일반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되, 그 직급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시장‧군수‧구청장이 임명한다”라고 매우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인사교류를 통한 상생협력을 이유로 관행처럼 광역단체장이 시‧군 부단체장 임명에 관여하고 있다. “시‧도지사 또는 시‧도의회의 의장은 (중략) 인사교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해당 시‧도지사 또는 시‧도의회의 의장 소속 인사교류협의회에서 정한 인사교류 기준에 따라 인사교류안을 작성하여 관할 구역의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에게 인사교류를 권고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인사교류를 하여야 한다”는 지방공무원법의 규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강제규정이 아니라 권고사항이다. 또한 마지막에 붙인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인사교류를 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매우 불합리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방자치의 뿌리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역자치단체가 기초자치단체의 예산이나 권한 배분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불이익이 우려되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르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광역자치단체의 힘으로 임명된 부단체장은 일정 기간 동안 자치단체에 머물다 타 기관으로 전출하거나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서 지자체 부단체장이 광역지자체 공무원의 승진 순환 보직자리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리시는 이러한 여러 문제를 고려해 2022년에 행안부와 법제처에 관련 질의를 접수했으나 행안부와 법제처 모두에서 “부시장은 시장을 보좌해 시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직위로 업무 성격상 임기제 공무원을 임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법률상 ‘일반직 공무원은 가능하지만 임기제 공무원은 부적합’이라는 것인데 이는 매우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불가’가 아니라 ‘부적합’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법제처는 여기에 “지방자치법에서 일반직 공무원에 임기제 공무원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붙였다. 법제처도 규정이 모호하다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경기도는 기존에 지니고 있는 관행적 권력을 쉽게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도 마찬가지다. 경기도가 소속 지자체 부시장 임용에 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안부도 경기도의 부지사 임용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은 아니지만 관행이 법에 우선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부단체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정권과 정부를 떠나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시끄러운 일을 만들지 말고 상급단체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엎드리라는 충고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자체장이 자신의 선거를 도운 측근 인사를 무분별하게 부단체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감시하는 게 시의회와 언론의 몫이다. 이는 지자체장의 자질 논란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잘못이 진행될 때 비판하고 이를 저지해야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개를 숙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행안부의 부지사 임용과 경기도의 부단체장 임용에도 위에 언급한 불합리한 인사가 이뤄진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행안부와 경기도의 인사는 늘 옳고 기초자치단체의 인사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먼저 비판을 받아야 하는 곳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구리시가 아니라 힘을 앞세운 광역자치단체와 행안부다. 이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행안부와 경기도는 이제라도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낡은 규정을 근거로 새로운 시대를 재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방공무원법으로 지방자치법의 규정을 제한하는 것도 매우 어색하다. 강한 것이 정의롭고 지위가 높은 것이 정답인 시대는 지났다. 법 위에 관행이 군림하는 모습은 매우 구차하다.

▲구리시청 전경.ⓒ구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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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경기북부취재본부 이도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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