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앞으로 2~3달 버텨야 하는데…" 익산 망성면 수해 농가 이정용 씨의 절망

"지난해 은행에서 빌린 5000만 원 대출금도 못 갚았는데…, 앞으로 2~3달이 고비입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망성면 방축마을에서 30년 가까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어온 이정용씨(64)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16동의 비닐하우스에서 상추와 멜론 농사를 지어 근근히 생계를 이어왔으나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대규모 수해피해를 입다 보니 영농 의지마저 꺾여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 익산시 망성면 방축마을에서 30년 가까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어온 이정용씨(64)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이씨의 비닐하우스 안은 전쟁통에 폭격을 맞은 듯 아수라장이었다. ⓒ프레시안

"이것 보세요? 한 곳이라도 쓸 수 있겠습니까? 시설원예 작물은 물에 빠지면 상품 가치가 뚝 떨어져 내다 팔 수 없습니다."

18일 오전에 찾아간 이씨의 비닐하우스 안은 전쟁통에 폭격을 맞은 듯 아수라장이었다.

폭우 때 쏟아져 들어온 흙탕물은 질퍽질퍽한 뻘밭처럼 변해 매캐한 냄새를 풍겼고 상추 밭은 처참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막 크기 시작한 멜론은 빗물에 젖어 수확을 기대하기 힘들 정도였다.

익산시의 시설원예 비닐하우스는 총 1800농가에 1만4600동에 육박하지만 올해 시간당 100㎜ 안팎의 극강호우가 지난 10일 망성면 등을 강타하며 무려 62%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이씨의 비닐하우스 16동은 모두 침수피해를 입어 상품 가치가 있는 동을 찾기 힘들었다.

▲이씨의 비닐하우스 16동은 모두 침수피해를 입어 상품 가치가 있는 동을 찾기 힘들었다. ⓒ프레시안

절로 한숨이 나오는 이씨의 얼굴에는 지난해 이맘 때의 폭우 피해가 상기된 것 같았다.

사실 망성면 농민들은 지난해 7월 시설하우스의 꼭대기까지 물이 들어차는 최악의 침수피해를 겪었다. 500㎜를 훌쩍 넘어선 최고 강수량은 순식간에 농민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갔다.

이씨는 지난해에도 하우스 원예 작물을 모두 포기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간신히 5000만원을 대출받아 급한 대로 생활비로 쓰고 다시 농사를 지었다.

그동안 14동의 비닐하우스에 상추를 심어 재미도 봤지만 몇 년 전부터 시작한 멜론 2동은 아예 포기해야 할 판이다.

이씨는 "앞으로 2~3달을 버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마을 농민들 모두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우스에 고여 있는 물을 빼고 바닥을 말린다 해도 1~2달 정도는 땅을 놀려야 다시 영농을 할 수 있다.

폭우로 씨 뿌릴 시기를 놓쳐 다른 씨앗을 부리는 이른바 대파(代播) 역시 영농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까닭에 곧바로 추진할 수 없다.

여러 준비작업까지 병행하면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향후 2~3개월을 잘 버틸 수 있다면 그나마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수해 피해 농민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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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보험 등 일부 보험을 들어놓고 있지만 큰 도움이 안 됩니다. 돈이 들어온다 해도 피해액의 20~40% 수준에 불과하거든요."

이씨는 "하루라도 빨리 익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재난지원금도 조속히 지급해야 한다"며 "하루하루가 급한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망성면 농민들은 "하우스 복구도 급하지만 농민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지원금을 선지급해 줘야 한다"며 "재해복구비와 함께 특별위로금 지급 등을 최대한 빨리 집행하는 길이 더 이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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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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