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야당에는 '방송 4법' 입법 강행 추진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 중단을, 여당에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 중단과 '2인 체제' 등 방통위 파행운영 중지를 공식 요청하며 여야 간 갈등 중재에 나섰다. 우 의장은 그러면서 방송법 입법을 위한 범국민협의체를 구성해 여야가 극단적 갈등을 해결하고 합의 기반 입법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우 의장은 17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극심한 대치 상황에 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이 자리에 섰다. 여당은 대통령과 정부 권한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숫자로 밀어붙이는 이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제안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방송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가 내부 갈등을 넘어 극심한 국론 분열로 이어지고 있어 심각한 위기를 느낀다"며 "방송통신정책,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가 전부가 아니다. 한 언론학자는 지금 국회 문제를 두고 '참치잡이 원양어선 위에서 꽁치머리를 두고 싸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3개월 동안 직무대행을 포함해 방통위원장이 7번 바뀌었다"며 "방통위원장 탄핵안 발의와 사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동안 한시가 급한 민생 의제들도 실종되고 있다.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우 의장은 친정인 야당을 향해 "방송4법에 대한 입법 강행을 중단하고, 여당과 원점에서 법안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며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도 중단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정부·여당을 향해선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을 중단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파행적 운영을 즉각 멈추고 정상화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여야 모두 방송법을 둘러싼 극한 대립에서 한 발씩 물러나 잠시 냉각기를 갖고, 정말 합리적인 공영방송 제도를 설계해 보자"면서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법안을 합의해 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범국민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여야 정당, 시민사회, 언론종사자와 언론학자들이 고루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두 달 정도 시한을 정해 결론을 도출해 보자"며 "끝장토론, 밤샘토론이라도 해보자. 방송과 통신이라는 공공재가 국민 것이 되도록 관심 갖고 감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의장은 제안에 대한 여야 지도부의 답변을 최소한 1주일간 기다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향후 본회의 일정에 대해서도 "(방송법을 빼면) 18일 본회의를 잡을 안건이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방송4법 등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요구한 18일 본회의는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우 의장은 다만 "1주일을 기다려 봐서 25일은 다른 안건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25일 본회의 가능성은 닫지 않았다. 우 의장은 "정부·여당과 야당이 수용해서 두 달 동안 논의를 하면 (방송법이)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을 것이고,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상황을 보고 국회의장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탄핵청원 청문회, 채상병 특검법, 노란봉투법 등 현재 여야 간 이견이 큰 여러 사안들 중 유독 '방송법'에 대해서만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우 의장은 "문제를 한꺼번에 다 풀 방법은 없고, 풀 가능성이 있는 지점 하나를 잡아 거기서부터 풀면 풀려나갈 수 있다"며 "방송법은 합의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이 문제로 갈등하면서 여러 대안들이 나왔고, 대안이 충분히 논의되고 검토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4법은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통위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합한 것이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KBS·MBC·EBS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언론·시민단체 및 학계 등 외부에 주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방통위법의 경우 최근 '2인 체제' 논란을 겪고 있는 방통위의 상임위원 의결 정족수를 현행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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